‹ 목록으로 용주는 내가 되찾는다

2화

다음 날부터 나는 금서아의 수련을 돕기 시작했다. 방식은 간단했다. 그녀가 검을 휘두르다 기맥이 뒤틀리면 내가 손을 얹고 용주의 기운을 흘려보낸다. 흘려보낸 기운이 뒤틀린 기맥을 다시 정렬시키면, 그녀는 다시 검을 든다. 반복이었다. 하루에 열 번, 스무 번, 셋으로 자르고 넷으로 자르며 반복했다. 검을 든 그녀의 자세는 매번 조금씩 달랐다. 어제는 어깨가 굳어 있었고, 오늘은 손목이 흔들렸다. 나는 그 미세한 차이를 눈으로 읽고, 손끝으로 짚어냈다. 처음에는 그것만으로도 기묘한 성취감이 있었다. 내가 짚은 자리가 다음 순간 곧게 펴지는 걸 보는 일. 그건 마치 뒤틀린 실을 다시 곧게 펴는 것과 비슷했다. 챙, 채앵.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습장 안에 규칙적으로 울렸다. 그 소리 사이사이로 그녀의 숨소리가 섞였다. 나는 그 숨소리의 길이로 그녀가 얼마나 지쳤는지를 가늠했다. 숨이 짧아지면 기맥이 곧 뒤틀린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가 손을 뻗었다. 사부는 이 방법을 알고 나서 얼굴을 찌푸렸다. "회생기는 남을 위해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 사부의 목소리에는 드물게 진지함이 있었다. "용주는 네 목숨줄이야. 남에게 나눠줄수록 네 그릇이 얇아진다. 얇아진 그릇은 회복하는 데 몇 배의 시간이 걸려." "조금씩만 쓰겠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조금씩이라는 말, 지키는 놈을 본 적이 없다." 사부는 팔짱을 끼고 나를 내려다봤다. "네 나이 때는 다들 그렇게 말하지. 조금씩만, 이번만. 그러다 그릇이 바닥까지 비고 나서야 후회해." "저는 다를 겁니다." "다들 그렇게 말한다니까." 사부는 혀를 찼다.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게 사부 나름의 포기였다는 걸, 나는 나중에야 알았다. 그때는 정말로 조금씩만 쓸 생각이었다. 사람의 결심이란 게 그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처음 며칠은 진짜 조금씩이었다. 손끝이 저릿한 정도였고, 밤에 한숨 자면 회복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바닥에 남아 있던 저림도 씻은 듯 사라져 있었다. 그 정도면 괜찮다고, 나는 생각했다. 사부의 경고가 과한 걱정처럼 느껴지던 시기였다. 하지만 금서아의 수련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녀는 더 많은 걸 원했다. "조금만 더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이번 고비만 넘기면 될 것 같아요." 그 웃음 앞에서 나는 매번 손을 내밀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녀가 검을 휘두르다 멈추고 나를 돌아보면, 나는 이미 손을 뻗고 있었다. 묻지도 않았다. 그녀가 원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게 습관이 됐다. "오늘은 어깨가 아니라 등 쪽인 것 같아요." 그녀가 등을 짚어달라는 뜻으로 몸을 돌렸다. 나는 손바닥을 그녀의 등에 얹었다. 기운이 흘러들어가는 순간, 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만족스러운 떨림이었다. 나는 그 떨림을 보고 안심했다. 도움이 되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 말이 반복될 때마다 내 몸속의 용주가 조금씩 옅어졌다. 나는 그걸 느끼고 있었다. 알고 있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었다. 밤에 이불을 덮고 누우면 가슴 한가운데가 서늘했다. 예전에는 그 자리가 늘 뜨거웠다. 용주가 있는 자리였다. 뜨거움이 조금씩 식어가는 걸 느끼면서도, 나는 그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자고 나면 나아질 거라고. 매번 그렇게 생각했고, 매번 완전히 나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왜 멈추지 않았느냐고 스스로에게 물으면, 답은 늘 같았다. 그녀를 믿었기 때문이다. 정혼자였고, 언젠가 아내가 될 사람이었고, 그녀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라 여겼다. 어리석은 계산이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 계산에는 처음부터 그녀의 이름만 들어 있었다. 한 달쯤이 지날 무렵, 나는 눈에 보이는 변화를 느꼈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끝이 차가웠다. 이불 속에서도 손가락 마디마디가 시렸다. 검을 삼백 번 긋는 훈련이 이백 번, 백오십 번으로 줄어들었다. 나중에는 백 번을 넘기기도 힘들었다. 손목이 아니라 팔 전체가 무거웠다. 마치 팔에 모래주머니를 매단 것 같았다. 사부는 그걸 보고 화를 냈다. "그만둬라. 지금 상태로는 위험해." 사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격해졌다. "용주가 옅어지면 다시 채우는 데 몇 년이 걸릴지 몰라. 최악의 경우엔 영영 채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괜찮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웃었다. "저는 아직 여유가 있어요." "여유?" 사부가 내 손을 붙잡았다. 손등에 힘줄이 드러날 정도로 세게 쥐었다. "이 손 좀 봐라. 색이 다르잖아. 핏기가 없어." 여유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사부는 그 떨림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을 놓고 등을 돌렸다. 어른들은 그런 식으로 경고를 접는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다. 더 말해봐야 듣지 않을 걸 알면 입을 다무는 것. 그게 사부의 방식이었다. 금서아는 반대로 하루가 다르게 강해졌다. 그녀의 검에서 뿜어지는 기운이 눈에 보일 정도로 짙어졌다. 처음에는 흐릿한 안개 같던 기운이 어느 순간부터는 붉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잔상이 남았다. 청룡동의 다른 문도들이 그녀의 수련을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혈룡경 진입이 코앞이라는 소문이 청룡동 안에 돌기 시작했다. 그 소문 속에 내 이름은 없었다. "하진 님 덕분이에요."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말했다. 겸손해 보이는 말이었지만, 나는 그 말이 어딘가 나를 도구처럼 취급하는 것처럼 들렸다. 마치 좋은 숫돌을 만난 덕에 검이 잘 갈렸다는 말과 비슷하게 들렸다. 착각이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정혼자니까, 당연히 서로 돕는 거니까. 숫돌도 결국 검을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손끝의 냉기는 점점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어느 밤, 그녀가 내 방에 찾아왔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을 때, 나는 이미 이불 속에 들어가 있었다. 몸이 오슬오슬 떨려서 일찍 잠자리에 든 참이었다. 문을 열자 금서아가 서 있었다. 평소와 다른 옷차림이었다. 수련복이 아니라 정갈한 야행용 경장이었다. "오늘은 좀 더 도와주셨으면 해요." 그녀가 말했다. 눈빛이 평소보다 진지했다. "내일 원로들 앞에서 시험을 봐야 해요. 혈룡경 진입 시험. 이번에 실패하면 다음 기회는 삼 년 뒤예요." 삼 년. 그 말에 나는 흔들렸다. 머릿속으로 계산이 돌았다. 삼 년이면 그녀의 나이가 어떻게 되고, 문파 내 서열이 어떻게 밀리고, 원로들의 눈 밖에 날 수도 있다는. 정작 내 몸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계산은 그 순간 끼어들지 못했다. 그녀의 목표를 위해 삼 년을 더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나는 물었다.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가 대답했다. "평소보다 많이요." 방 안의 공기가 순간 무겁게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무게를 애써 무시했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그 손을 잡았을 때, 손끝에서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평소와는 다른, 뭔가를 빨아들이는 듯한 흐름이었다. 마치 배수구 마개를 뽑았을 때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가는 느낌과 비슷했다. 평소의 흘려보냄이 아니라, 빨려나감이었다. 나는 그 흐름을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미 멈출 수 없는 지점을 지나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내 손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그 힘이 놓아주지 않겠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용주가 옅어지는 속도가 그 순간 갑자기 빨라졌다. 나는 그걸 느꼈다. 어지러웠다. 시야가 흔들렸다. 눈앞의 촛불이 두 개, 세 개로 겹쳐 보였다. 하지만 금서아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웃음이 떠 있었다. 그 웃음을 보며 나는 애써 웃었다. "도움이 됐다면 다행입니다."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그녀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거나, 눈치챘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방을 나선 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숨이 가빴다. 처음 느끼는 무게였다.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은, 텅 빈 느낌인데도 무거운 그런 감각. 손을 들어 가슴을 짚어봤다. 심장은 뛰고 있는데, 그 안쪽 어딘가가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한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숨이 조금씩 가라앉고 나서야 일어나 창가로 걸었다. 창밖에서 달빛이 스며들었다. 나는 그 달빛을 보며 생각했다. 내일 시험이 끝나면, 조금 쉬어야겠다고. 며칠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자고 먹기만 하면 손끝의 냉기도 가라앉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 생각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다음 날 나는 뼈저리게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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