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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손끝에서부터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무시했다. 차가운 게 아니라 텅 빈 느낌이었다.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는 감각. 손가락 하나, 손가락 둘, 차례로 존재가 지워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검을 쥔 손아귀에는 힘이 들어갔다. 몸이 무너지는 속도보다 정신이 버티는 속도가 아직은 빨랐다. 검신에 빛이 번졌다. 붉은빛이었다. 마력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가 타는 색이었다. 힐러의 검이 마력 대신 생명력을 태우면 어떤 색이 나는지, 나는 지금 처음 알았다. 아무도 알려준 적 없었다. 알려줄 필요도 없었다. 그런 걸 실제로 ...(5화까지 무료, 회원가입 후 이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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