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쿠구구구구-
거대한 던전 게이트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 같은 균열 사이로, 붉은 빛이 새어 나왔다.
균열의 폭이 순식간에 서너 배로 벌어졌다.
그 틈으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걸음걸이는 느긋했다.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어깨 위에는 새끼 손바닥만 하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의 용이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체장은 어림잡아 3미터.
비늘은 붉은 금빛으로 빛났고, 날개를 펼칠 때마다 주변 공기가 지글지글 끓는 것처럼 흔들렸다.
용의 눈동자는 세로로 갈라진 금색이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빛.
"복동아, 마무리해."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명령이라기보다는 그냥 지나가는 말투였다.
용이 포효했다.
크아아아아-!
던전 전체가 진동했다.
바닥에 깔린 돌들이 튀어 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무너지던 게이트가 순식간에 얼어붙듯 굳어버렸다.
쩌저적-
균열의 가장자리부터 서서히 얼음처럼 결정화되기 시작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그 거대한 게이트는 완전히 정지했다.
남자는 그 광경을 무심하게 지켜보다가 카메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 의뢰는 여기까지입니다."
화면이 뚝, 끊겼다.
그리고.
3년 전.
"의뢰비 3만 원이요."
채팅창에 웃음 이모티콘이 도배되듯 올라왔다.
[ㅋㅋㅋㅋ 3만원 던전 봉인이 말이 되나]
[도현씨 그거 받으면 손해 아니에요?]
[택배기사가 던전을 왜 막아요 ㅋㅋ]
[아니 진지하게 3만원이면 커피값도 안 나옴]
이도현은 헬멧을 벗으며 시청자 반응을 흘려 넘겼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어 있었다.
"손해는 제가 알아서 판단합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방송명 '도현 퀵서비스'.
실시간 시청자는 열둘.
대부분이 놀리듯 접속했다가 십 분도 안 돼 나가는 사람들이었다.
가끔은 그마저도 감사할 일이었다.
이도현은 오토바이 사이드박스에서 장비를 꺼냈다.
낡은 밴드 하나, 손전등 하나, 그게 전부였다.
[장비가 저게 다예요??]
[방패나 검 같은 건 없나]
[각성자 등급 몇인지도 안 나오네]
'이러니까 무시당하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칠 생각은 없었다.
굳이 등급을 밝힐 필요도, 그럴싸한 장비를 살 돈도 없었다.
의뢰인이 사는 아파트는 서울 외곽의 오래된 단지였다.
엘리베이터에는 '고장'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도현은 별말 없이 계단을 올랐다.
5층까지 오르는 동안, 채팅창에는 계속 새로운 댓글이 쌓였다.
[계단 오르는 것도 방송이냐 ㅋㅋ]
[분량 뽑아내려고 일부러 이러는거 아님]
인터폰을 누르자 곧바로 문이 열렸다.
40대 남자, 박성호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서 있었다.
손에는 휴대폰을 꼭 쥔 채였다.
"저, 저기... 안방 벽장에서 갑자기 이상한 구멍이 생겼는데요."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흔한 일입니다."
이도현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박성호는 안도했는지 어깨를 늘어뜨렸다.
"진, 진짜요? 저는 이게 무슨 일인지 몰라서 밤새 한숨도 못 잤어요."
"자주 있는 일입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도현은 신발을 벗지 않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을 지나 안방으로 향하는 동안, 박성호가 뒤를 졸졸 따라왔다.
[던전 게이트 사진 좀 보고 싶다]
[3만원짜리 실력 검증 시간 ㅋㅋㅋ]
[근데 진짜 별거 아닌 것처럼 걸어가네]
안방 벽장 안쪽으로, 검은 균열이 어른어른 흔들리고 있었다.
크기는 작았다.
가로 세로 각각 30센티 남짓.
1등급, 아니면 그 이하.
이도현은 별 감흥 없이 손전등을 비췄다.
균열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서늘한 기운이 벽장 문틀을 타고 방 전체로 퍼졌다.
박성호는 그 냄새만으로도 오싹한 듯 몸을 움츠렸다.
"이 정도면 30분 안에 끝납니다."
[진짜 별거 아닌가보다]
[역시 저가에는 저가의 이유가 있지 ㅋㅋ]
[30분이면 시간당 6만원인데 그게 더 이상함]
그는 채팅을 무시한 채 벽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낡은 옷걸이들을 옆으로 밀어냈다.
옷 사이에서 먼지 냄새가 훅 풍겼다.
균열 너머로 서늘한 공기가 흘러나왔다.
손끝에 닿는 온도가 확연히 달랐다.
이도현은 손전등을 균열 정면에 고정시키고, 밴드를 꺼내 손목에 감았다.
그때였다.
균열의 가장자리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세한 흔들림이었다.
하지만 곧, 그 떨림은 점점 커졌다.
균열 안쪽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듯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뭐지?'
이도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까지 봐온 1등급 게이트들과는 명백히 다른 반응이었다.
손전등 빛이 균열 안쪽 깊은 곳까지 닿지 않았다.
마치 빛조차 삼켜버리는 것처럼, 균열 너머는 온통 검은색이었다.
이도현의 시선이 조금씩 굳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