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이도현은 이미 붕괴 현장 바깥에 나와 있었다.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헬멧을 벗지도 않은 채, 그는 무너진 건물 잔해를 등지고 서 있었다.
박성호는 무사히 대피해 있었고, 균열은 저절로 진정되어 있었다.
구조대원 하나가 다가와 상태를 확인했다.
"괜찮으십니까?"
"네."
짧은 대답이었다.
구조대원은 더 묻지 않고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이도현은 그제야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희미하게 열기가 남아 있는 손바닥.
[살아있다!!]
[근데 저 용은 뭐야??]
[방금 그 빛 뭐였음 ㄷㄷㄷ]
[저거 몬스터 아니에요? 왜 안 잡아요]
[아니 그전에 그 빛은 무슨 계열인데]
채팅창이 폭발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도현은 품 안의 새끼 용을 내려다보며 잠시 말이 없었다.
새끼 용은 그의 품에 파고들 듯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작은 몸이었지만, 비늘 사이로 은은한 온기가 느껴졌다.
'설명할 방법이 없는데.'
협회 등급표에 있는 계열이었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화염, 냉기, 전격,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빛.
거기에 새끼 용까지.
동시에 터진 두 가지 변수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협회에 신고하겠습니다."
그가 카메라를 향해 무덤덤하게 말했다.
[오 드디어 정상적인 소리 하네]
[근데 진짜 신고할 거예요?]
[저 용 협회 데려가면 뭐 어떻게 되는 거야]
[해체당하는 거 아니야?]
마지막 채팅에 이도현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이도현은 대답 대신 헬멧을 챙겼다.
그리고 그날, 신고는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오토바이 뒷좌석에 새끼 용이 얌전히 앉아 있었다.
바람에 몸이 흔들릴 법도 한데, 새끼 용은 발톱으로 안전바를 꽉 붙잡은 채 균형을 잡고 있었다.
이름은 즉흥적으로 지었다.
"복동이."
왜인지 그 순간 딱 맞는 느낌이었다.
새끼 용은 이름을 부르자 고개를 갸웃하더니, 곧 낮게 울음소리를 냈다.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복동이는 냄새로 몬스터를 찾아내는 능력이 있었다.
오토바이가 골목을 지날 때마다 코를 킁킁거리며 방향을 가리켰다.
한 번은 폐건물 쪽을 향해 코를 벌렸다가, 이도현이 확인해보니 안에서 저급 슬라임이 숨어 있었던 적도 있었다.
정확도는 꽤 높은 편이었다.
[신고 안 했죠 지금?]
[이런 걸 왜 신고 안 함 ㅋㅋㅋ 완전 밀수 아냐]
[근데 저거 완전 개꿀 아이템인데]
[탐지 능력 있는 몬스터를 왜 신고함]
이도현은 헬멧 너머로 픽 웃었다.
"신고할 시간에 의뢰 하나 더 받는 게 낫습니다."
[그 정신머리 진짜 대단하다]
[헌터 등급 낮은데 마인드는 S급이네]
사실 그의 능력은 그날 이후로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손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
협회 등급 체계 어디에도 없는 계열이었다.
이도현이 몇 번 시험해본 결과, 화염도 아니었고 냉기도 아니었다.
빈 공터에서 손을 뻗어보았을 때, 빛은 형체 없이 뻗어나가 바위 하나를 그대로 갈라놓았다.
열기도, 냉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미분류.'
몇 번을 반복해도 결과는 같았다.
협회 등급 매뉴얼을 뒤져봐도 비슷한 사례조차 나오지 않았다.
협회에 신고하면 곧바로 정밀 검사를 받게 될 게 뻔했다.
그건 곧 복동이를 빼앗길 위험이기도 했다.
미분류 능력에 정체불명의 새끼 용까지.
협회 입장에서는 눈여겨볼 이유가 충분했다.
'그건 안 되지.'
이도현의 판단은 단순했다.
지금 이대로가 편했다.
며칠 후, 새 의뢰가 들어왔다.
고시원 지하 창고에 미믹이 다수 출몰했다는 신고였다.
의뢰비는 5만 원.
박한 금액이었지만, 이도현은 별다른 고민 없이 수락 버튼을 눌렀다.
[미믹 다수면 그거 협회 등록 던전 아니에요?]
[페널티 있는 거 아닌가]
[5만원짜리 의뢰에 목숨 걸지 마요 진짜]
채팅창의 지적에 이도현은 잠시 멈췄다.
협회 규정상, 다수 몬스터 출몰 신고는 정식 등록이 필요했다.
미등록 상태로 처리하다 실패할 경우, 손해배상 페널티가 붙는다는 조항이 있었다.
규정집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귀찮게.'
하지만 이미 수락한 의뢰였다.
돌릴 수는 없었다.
오토바이를 몰고 도착한 고시원은 낡은 건물이었다.
외벽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계단 난간은 손을 대면 흔들릴 정도로 삭아 있었다.
고시원 총무 알바생 정민아가 지하 창고 앞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스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두 손을 가슴 앞에 꼭 모은 채, 창고 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헌터님... 오셨어요?"
목소리가 잔뜩 떨리고 있었다.
"저, 저 안에서 계속 이상한 소리가 나요..."
창고 문 안쪽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그 사이로 섞여 드는 낮은 숨소리 같은 것.
정민아는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몸을 움찔거렸다.
"처음엔 한두 개인 것 같았는데... 요즘 들어 소리가 점점 커져요. 어제는 문틈으로 뭔가 움직이는 게 보였어요."
복동이가 갑자기 코를 씰룩거리며 낮게 그르렁댔다.
평소와는 다른 반응이었다.
단순히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몸을 낮추고 경계하는 자세였다.
'하나가 아니네.'
이도현의 눈빛이 조용히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