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마수 시대의 목조르기 각성자

5화

콰앙!! 바위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그 파편을 피해 옆으로 몸을 던졌다. 퍽. 퍽. 돌조각이 등 뒤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만 더 늦었어도 뒤통수에 맞았을 거리였다. 어깨가 흙바닥에 세게 부딪혔다. 통증이 뇌를 관통했다. 팔 전체가 저릴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플 시간도 없었다. '일어나야 해. 지금.' 나는 벌떡 일어나 뒤도 안 보고 뛰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느껴졌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마수의 발굽 소리가 바로 뒤에서 따라붙었다. 두두두두. 땅이 울렸다. 발밑으로 진동이 그대로 전해졌다. 저게 얼마나 무거운 놈인지 몸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숨이 목까지 차올랐다. 폐가 타는 것 같았다. 다리가 이제는 후들거리는 게 아니라 감각이 없었다. 발을 어디에 딛고 있는지도 확실치 않았다. '개울. 개울까지만.' 앞쪽으로 물소리가 들렸다. 저기까지만 가면 지형이 바뀐다. 바위가 많아지고 나무뿌리가 얽혀 있다. 저 덩치 큰 놈이 그 사이를 자유롭게 움직이기는 힘들 거라는 계산이었다. 계산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된 건 그 다음 순간이었다. 물소리가 가까워졌다.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뛰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관자놀이에서 맥박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러나 발이 다시 뿌리에 걸렸다. 털썩. 이번엔 아예 몸이 개울가 진흙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손바닥이 진흙에 파묻히면서 축축하고 차가운 감각이 손목까지 올라왔다.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쿵. 마수의 앞발이 정확히 내 다리 옆, 십 센티도 안 되는 거리에 내리찍혔다. 땅이 흔들렸다. 진흙이 얼굴에 튀었다. 입 안까지 흙 맛이 났다. '죽는다. 진짜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곳에서. 이렇게 어이없게.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집었다. 마수의 얼굴이 바로 위에 있었다. 뭉툭한 코, 노란 눈, 그리고 그 주위를 감싼 옅은 자색 막. 가까이서 보니 그 막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얇고 투명한데도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방금 그 돌조각들이 튕겨 나갔던 이유가 저거였다. '저 막.'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저 막이 몸 전체를 덮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마수의 눈은 막 밖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코도 그랬다. 방금 저 코로 냄새를 맡았으니까. 콧구멍이 벌어지고 좁혀지는 게 그대로 보일 정도였다. '막은 외부 공격만 막는 거야.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건 안 막아.' 확신은 없었다. 그냥 지금 이 순간 떠오른 유일한 가능성이었다. 근거라고 할 만한 것도 딱히 없었다. 그저 눈과 코가 뚫려 있다는 사실 하나뿐이었다. '그거면 됐어.' 지금은 확률을 따질 여유도 없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마수가 다시 앞발을 들어 올렸다. 그 거대한 발굽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허공으로 떠오르는 게 보였다. '생각할 시간 없어.' 나는 반쯤 몸을 일으키며 마수의 목 쪽으로 팔을 뻗었다. 목 부위는 두꺼운 각질이 없었다. 다른 부위보다 유독 살이 접혀 있는 부분이었다. 저기가 약점일 거라는 확신은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손이 닿았다. 튕기지 않았다. '뚫렸어.' 가슴 속에서 뭔가 확 치솟았다. 안도감이라기보단 이거라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어릴 때 배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교 이 년 동안 다녔던 동네 유도장. 낡은 매트 냄새, 관장님의 걸걸한 목소리. 그런 것들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팔을 목에 감고, 팔꿈치로 조여. 상대 힘을 빼는 게 먼저다." 관장님은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다. 몸집이 큰 상대일수록 정면으로 힘을 맞대면 안 된다고. 목을 잡고 늘어지면서 상대의 균형을 흔드는 게 먼저라고.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던 말이었다. 도장 관두고 나서는 한 번도 떠올린 적 없는 기억이었다. 그게 지금 여기서, 이런 상황에서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암록. 나는 반사적으로 팔을 마수의 목에 휘감았다. 팔꿈치를 안으로 접어 조였다. 팔 안쪽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났다. 마수가 놀란 듯 몸을 크게 흔들었다. 꾸이이이--- 비명 같은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짐승의 것이라기엔 너무 사람 같은 비명이었다. 나는 그대로 매달렸다. 놓으면 끝이었다. 마수가 몸을 굴렀다. 쿠당탕탕. 나는 등이 바닥에 부딪히면서도 팔을 풀지 않았다. 돌부리가 등을 긁고 지나갔다.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놓으면 죽어.' 숨이 턱까지 찼다. 마수의 발굽이 허공을 휘저으며 아무 데나 내리찍혔다. 퍽. 하나가 내 다리를 스쳤다. 살이 찢어지는 감각이 났다. 뜨거운 액체가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아파.' 하지만 지금 통증을 느낄 여유는 없었다. 지금 팔을 놓으면 그 통증조차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될 거였다. 마수는 계속 몸을 흔들며 발버둥쳤다. 나는 그 몸에 매달린 채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진흙과 자갈이 온몸에 튀었다. 얼굴도, 옷도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더러워져 있었다. '조금만 더.' 팔에 감각이 점점 사라졌다. 마수의 목이 얼마나 단단한지, 조여도 조여도 끝이 없는 것 같았다. 관장님이 말한 대로 힘을 빼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제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마수의 몸부림이 조금씩 느려지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걸지도 몰랐다. 그때, 마수의 앞발이 다시 허공으로 들려 올려졌다. 이번엔 정확히 내 상체를 향한 각도였다. 발굽이 천천히 정점에 다다르는 게 보였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맞으면 끝이야.' 나는 팔을 풀지 못했다. 놓는 순간 모든 게 끝난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 계속 매달려 있어도 저 발굽이 떨어지면 마찬가지로 끝이었다. '선택할 수 없어.'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갔다. 팔에 남은 힘을 전부 끌어모아 조였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수의 발굽이 그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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