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설산의 궁수, 목함을 깨우다

3화

눈 덮인 산길은 이미 해가 기울어 붉은 빛을 머금은 채로, 발걸음마다 뽀득거리는 소리를 냈다. 등에 짊어진 설랑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고, 손끝은 이미 감각을 잃은 지 오래였다. 새벽부터 시작된 사냥이었다. 산등성이를 세 개나 넘고, 발자국을 놓치지 않으려 눈밭을 기어다니듯 쫓아다닌 끝에야 겨우 마주친 놈이었다. 설랑의 흰 털에는 아직도 붉은 피가 배어 있었고, 그 온기가 등을 통해 스며들어 오는 것이 묘하게도 위로가 되었다. '이 정도면 약값은 충분히 나오겠지.' 사부님의 기침 소리가 며칠째 그치지 않았다. 밤마다 마른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이시는 것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불 속에서 숨을 죽이며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 "시우야." 사부님이 힘없이 웃으며 나를 불렀던 것이 사흘 전이었다. "산삼 뿌리 하나 캐 오는 것보다, 그 시간에 잠이나 더 자둬라. 늙은이 목숨 하나 늘리는 게 그리 대단한 일이겠느냐." "대단한 일입니다." 내가 그렇게 대답했을 때, 사부님은 그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리셨다. 그 등이 얼마나 좁아 보였는지, 나는 그날 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 그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산모퉁이를 돌면 관도(官道)와 이어지는 길목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발끝에 힘을 주어 눈을 헤치고 나아갔다. 그런데 그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또각, 또각. 느긋하고 여유로운 그 소리에 나는 저절로 걸음을 멈추었다. 말 위에 앉은 사내는 화려한 비단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 색이 이 산중과는 지독하게 어울리지 않았다. "이야, 이게 누구신가." 유현성은 말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나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비웃음을 걸었고, 그 목소리에는 오래전부터 익숙한 경멸이 배어 있었다. "산속 도사 놈의 종놈 아닌가. 이름이... 뭐였더라, 시우였나." 나는 대답하지 않고 등에 짊어진 설랑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눈 위에 놓인 설랑의 몸에서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것이 느껴져, 나는 그 위에 손을 얹은 채 잠시 숨을 골랐다. 그의 뒤에 선 두 사내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훑어보고 있었는데, 몸에 걸친 옷차림새와 걸음걸이만 봐도 평범한 하인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의 어깨는 넓었고, 손등에는 세월이 새긴 굳은살이 두툴두툴했으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밑의 눈이 소리 없이 눌려 들어갔다. '저 정도 기세라면 필시 무공을 익힌 자들이다.' 등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오는 것을 느꼈지만, 나는 애써 그것을 감추며 고개를 숙였다. "사냥을 다녀오는 길입니다." "그런 것 같군." 유현성이 말에서 내려 성큼성큼 걸어오며 눈밭에 쓰러진 설랑을 발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가죽 장화가 흰 털을 짓밟을 때마다, 나는 속에서 무언가가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이 정도 크기의 설랑이라... 재미있는 놈을 잡았구나." 그가 씨익 웃으며 뒤에 선 사내들을 향해 손짓했다. "짐에 실어라."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말 그대로다. 이건 이제 내 것이라는 뜻이야." 유현성이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청하현의 현령 아들이 사냥감 하나 못 가져가겠느냐. 이 산도 결국 우리 가문의 땅이나 마찬가지 아니냐." 나는 두 주먹을 꽉 움켰다. 손끝이 갈라져 피가 배어 나온 그 손이, 지금은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이건 제가 직접 사냥한 것입니다. 사부님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그래서?" 유현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고, 그 눈빛에는 조금의 죄책감도 없었다. "사부님이 아프신 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그리고 그 늙은 도사놈은 우리 대사님한테도 큰 빚을 지지 않았나?" 혜덕 대사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나는 이를 악물었다. 무슨 빚인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사부님이 그 이름만 들으면 얼굴이 어두워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날마다 사부님은 창밖을 오래도록 바라보시곤 했는데, 그 눈빛이 무엇을 향한 것인지 나는 감히 물을 수 없었다. "제가 알 바 아닙니다." 내 목소리가 낮게 떨려 나왔다. "이건 제가 사부님을 위해 잡은 것이니, 돌려주십시오." "허." 유현성이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 종놈이 말이 짧아졌구나. 누구한테 말버릇을 그리 배웠나." 검은 무복의 사내들이 이미 설랑을 들어 자신들의 말에 매달고 있었고, 나는 참을 수 없어 앞으로 나섰다. 발밑의 눈이 무너지듯 꺼지는 소리가 나며, 나는 유현성과 반보 거리까지 다가섰다. "돌려주십시오." "뭐?" "제가 잡은 것을 돌려달라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유현성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 대신 눈매에 서린 것은 순수한 짜증이었다. "이 종놈이 감히..." 그가 손을 들어 뺨을 향해 내려치려는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며 활을 들어올렸다. 손끝이 떨리고 있었지만, 화살은 이미 시위에 걸려 있었다.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바람마저 숨을 죽인 듯, 나뭇가지에 얹힌 눈송이 하나조차 떨어지지 않았다. 유현성의 얼굴이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고, 그의 뒤에 선 두 사내가 동시에 걸음을 옮겨 나섰다. 말들이 낮게 콧숨을 내쉬며 뒷걸음질쳤고, 나는 그 사이에서도 시위를 놓지 않았다. "애송이가 감히 활을 겨누는군." 둘 중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사내가 낮게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에는 여유가 있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제법 배짱은 있는데... 실력은 어떨지 궁금하구나." "보아하니 활 솜씨가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다른 하나가 맞장구를 치며 천천히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짧은 곤(棍)이었다. 손잡이에는 오랜 세월 사용한 흔적이 배어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이 곤이 얼마나 많은 이의 몸을 두들겨 왔는지 짐작이 갔다. 나는 심장이 목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끼면서도 시위를 놓지 않았다. '저들은 무부다. 최소한 9품은 되어 보인다.' 내가 가진 실력으로는 결코 상대할 수 없는 자들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화살을 거두지 않았다. 사부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불의(不義) 앞에서 물러서는 것도 습관이 되는 법이다. 시우야, 두려움을 이기는 첫 걸음은 도망치지 않는 것이니라."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이 그저 늙은 도사의 훈계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 말이 뼈에 새겨진 것처럼 되살아났다. "쏠 테면 쏘아보아라." 앞선 사내가 곤을 어깨에 걸치며 여유롭게 웃었다. "어디 그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보자꾸나." 유현성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는데, 그 얼굴에는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발견한 듯한 표정이 서려 있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불어온 바람이 눈가루를 흩날렸고, 나는 숨을 멈춘 채 시위를 놓았다. - 파앙! 화살이 곧게 날아갔지만, 사내는 몸을 살짝 틀며 그것을 손등으로 가볍게 쳐냈다. 딱! 화살이 힘없이 눈 위로 떨어졌다. 그 짧은 순간이 마치 영원처럼 느려졌다가, 다시 순식간에 흘러갔다. "흠, 나쁘지 않구나." 사내가 감탄한 듯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그 손에 들린 곤은 어느새 나를 향해 뻗어오고 있었다. 나는 그 움직임을 눈으로 좇았으나,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 피할 새도 없이 곤의 끝이 내 옆구리를 강타했다. - 퍽! 숨이 턱 막히며 몸이 옆으로 튕겨나갔고, 나는 눈 위로 나동그라지며 짧은 신음을 삼켰다. 차가운 눈이 얼굴에 파고들며, 그 서늘한 감각이 오히려 통증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입안 가득 피맛이 번졌다. 멀리서 유현성이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웃음소리가 눈밭을 타고 울리듯 귓속을 파고들었다. '이대로 죽을 수도 있다.' 그 생각이 처음으로 머릿속을 스쳤고, 눈 위에 흩어진 설랑의 핏자국이 흐릿하게 시야에 번져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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