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은결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가 문을 잡고 나를 돌아봤다.
골목은 조용했다. 가로등 하나가 깜빡거리며 빛을 뿌렸고, 그 아래로 우리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저기, 진우 씨."
"네."
"오늘 저녁, 라면 먹을래요? 제가 대신 사드릴게요, 어제 일도 있고."
나는 잠깐 고민했다.
밥값을 은결이 낸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녀가 빈곤하다는 건 이미 여러 번 확인한 사실이었으니까. 냉장고 안에 반쯤 남은 김치 한 통, 유통기한 지난 계란 몇 알. 그런 걸 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제가 낼게요." 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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