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청명마법학원 교장실 복도에 걸린 정기 재능측정 공고문을 처음 봤을 때, 나는 그게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는데, 나는 이미 스무 살을 넘긴 임시교사이자 잡무 담당이었고, 재능측정이라는 건 보통 신입생이나 저학년들이 받는 절차였으니까. 공고문 아래에는 측정 일정과 대상자 명단이 붙어 있었는데, 그 명단을 훑어보는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상단의 신입생 이름들만 스쳐 지나갔다. 잡무 담당인 나에게 그런 공고문은 그저 붙여야 할 종이 한 장, 떼야 할 종이 한 장에 불과했으니까. 실제로 그날 아침 내가 한 일도 그 공고문을 붙이는 작업이었다. 풀을 바르고, 각도를 맞추고, 삐뚤어지지 않았는지 세 번쯤 확인하고. 그러고 나서 나는 다시 창고로 돌아가 부러진 마법봉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곽태식 선생이 다가와 내 어깨를 툭 치며 "이번엔 교직원도 전부 재검사 대상이다"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제야 이 알림이 나를 겨냥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손에 들고 있던 부러진 마법봉을 하나 놓칠 정도로 당황했는데, 그건 순전히 예상 밖의 통보였기 때문이다.
"왜 갑자기요"하고 되묻자, 그는 심드렁한 얼굴로 대답했다.
"D입자 밀도가 대륙 전체적으로 요동치고 있다는군. 위에서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상관이 있고 없고는 위에서 정하는 거지,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잖나."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속으로 '또 번거로운 일이 생겼구나' 하고 한숨을 삼켰는데, 사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내 재능을 알고 있다고 믿었다. 열두 살 때 처음 받은 측정에서 공격마법 재능은 F급, 생활마법 재능은 미측정으로 나온 이후로, 나는 줄곧 공격마법이 약한 낙오자로 분류되어왔으니까.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했다. 좁은 측정실, 무뚝뚝한 측정관, 그리고 F급이라는 글자를 보고 실망하던 부모님의 표정까지. 그날 이후로 나는 마법사로서의 미래를 사실상 접었고, 대신 학원에서 잡무를 처리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열두 살짜리가 그런 결정을 스스로 내렸다기보다는, 주변의 시선과 현실이 나를 그 방향으로 밀어붙였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자, 그럼 시간 됐으니 가지" 곽태식 선생이 앞장서서 걸었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가며 속으로 이 재검사가 얼마나 시간을 잡아먹을지 계산했다. 잡무는 밀려 있었고, 오늘 안에 처리해야 할 서류도 세 건이나 남아 있었으니까.
측정실은 학원 지하에 있었는데, 새로 도입된 마법 결정구가 방 한가운데 놓여 있어서 그걸 보는 순간부터 묘하게 긴장이 됐다. 예전에 보던 낡은 측정 장치와는 확실히 달랐는데, 은은한 청록빛을 내는 표면 위로 미세한 문양들이 계속 움직이고 있어서, 그걸 보고 있으면 저절로 시선이 붙잡혔다. 곽태식 선생은 결정구 옆에 서서 나에게 손짓을 했다.
"이거 새로 들어온 건데, 예전 것보다 훨씬 정밀하다더군. 위에서 큰돈 들여서 바꿨다지"
"그럼 오차는 없겠네요"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결정구에 손을 얹으라는 안내를 받고 나는 순순히 손을 갖다 댔다. 표면은 예상보다 차가웠고, 손바닥에 닿는 순간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는데, 그게 꼭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재능측정을 시작합니다.]
[대상: 강도윤]
[공격마법 적성 - F급]
[방어마법 적성 - F급]
[정신계열 적성 - F급]
여기까지는 예상한 결과였고, 나는 이미 익숙한 실망감에 무덤덤하게 다음 문구를 기다렸다. 사실 F급이라는 판정을 세 번이나 연속으로 받으니, 이젠 실망도 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더 웃긴 일이었다. 곽태식 선생도 이 결과를 보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그건 그도 이미 예상했던 결과였기 때문일 것이다.
[생활마법 적성 - 측정 중...]
결정구가 갑자기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했고, 그 빛이 방 안 전체를 삼킬 듯 퍼져나가서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찡그렸다. 그 빛은 단순히 밝기만 한 게 아니라 무언가 뜨거운 열기까지 동반하고 있어서, 얼굴 앞이 화끈거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곽태식 선생이 놀란 목소리로 뭐라고 외쳤던 것 같은데, 정확히 무슨 말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이게 뭐야" 혹은 그와 비슷한 말이었던 것 같았다. 빛이 잦아들고 다시 시야가 트였을 때, 결정구 위에 떠오른 문구를 본 나는 한동안 숨을 쉬는 것도 잊어버렸다.
[생활마법 적성 - S급]
[※ 학원 설립 이래 최고 등급 기록입니다.]
...이게, 되네...?
나는 그 문구를 세 번쯤 다시 읽었는데, 볼 때마다 글자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였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다시 봐도, S급이라는 글자는 그 자리에 굳건히 박혀 있었다. S급이라니. 생활마법에도 등급이 있다는 것 자체를 사람들이 잘 신경 쓰지 않는 이유는, 그게 전투에 쓸모가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고, 그런 분야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인지 나조차 가늠이 안 됐다. 생활마법이라고 하면 보통 청소나 세탁, 요리에 쓰는 잔재주 취급을 받았고, 학원에서도 그걸 가르치는 수업은 정규 과목에도 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그런 분야에서 S급이라는 게, 대체 실생활에서 무슨 위력을 발휘한다는 걸까.
곽태식 선생은 결정구 앞에 붙박인 채로 몇 번이나 눈을 비볐고, 이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군"
그 말투에는 감탄보다는 곤란함이 더 짙게 배어 있었는데, 나는 그 이유를 곧 알게 됐다. 결정구가 다시 한번 빛을 내며 두 번째 문구를 띄운 순간이었다.
[모험가 등급 재산정 시스템이 연동됩니다.]
[모험가 등급은 전투 적성치를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대상 강도윤의 전투 적성치 - G등급 (최하위)]
[모험가 등급이 G급으로 확정되었습니다.]
[※ 생활마법 적성은 모험가 등급 산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나는 그 문구를 읽으며 헛웃음을 참지 못했다. 요컨대 나는 학원 역사상 최고의 생활마법사가 됐지만, 동시에 모험가로서는 여전히 최하위 취급을 받는다는 뜻이었으니까. S급 재능과 G급 등급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한다는 게 이렇게 우스운 조합일 줄은 몰랐다. 마치 요리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정작 그 요리를 아무도 안 먹겠다고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 그보다는 더 심각했다. 애초에 요리를 먹는 대회 자체에 참가 자격조차 없는 셈이었으니까.
"...개사긴데?"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고, 곽태식 선생이 나를 힐끗 쳐다봤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결정구를 몇 번 더 두드려보고, 옆에 있던 서류철을 뒤적이며 뭔가를 확인하는 듯했다.
"기기 오작동은 아닌 것 같은데... 일단 결과는 그대로 보고해야겠군"
"오작동이었으면 좋겠는데요"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근데 이런 결과는 확실히 드문 일이라, 위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 같군"
그 말이 왠지 불길하게 들렸는데, 정확히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나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뭔가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 예감, 그 정도였다.
측정실을 나서면서 나는 여러 생각이 뒤섞였는데, 우선 이 소식이 학원 전체에 퍼지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예상이 안 갔고, 다음으로는 이게 정말로 내 삶에 무슨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생활마법이라는 건 세탁이나 청소, 요리 보조 같은 데 쓰이는 게 전부였고, 던전 탐험이나 몬스터 사냥 같은 실전에서는 아무도 그걸 진지하게 취급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결정구는 나를 학원 설립 이래 최고 등급이라 부르고 있었다. 그 간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나는 복도를 걷는 내내 계속 곱씹었다.
복도를 걷는 내내 나는 그 두 문구를 번갈아 떠올렸다. S급. G급. 최고와 최하. 그 간극이 너무 커서, 나는 이걸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고, 결국 아무 표정도 짓지 못한 채로 잡무실로 돌아왔다. 잡무실 문을 열자 밀려 있던 서류가 그대로 나를 반겼는데, 그걸 보니 오히려 마음이 좀 편해졌다. S급이든 G급이든, 어차피 이 서류들은 오늘 안에 처리해야 했으니까. 나는 자리에 앉아 펜을 들었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 결정구 위에 떠올랐던 그 두 문구가 어른거렸다.
그날 저녁, 학원 게시판에는 이미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임시교사 강도윤, 생활마법 S급 판정"이라는 제목의 쪽지가 붙어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누군가 손글씨로 "근데 그게 쓸모가 있나?"라고 낙서를 해놓았다. 나는 그 낙서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나 스스로도 아직 갖고 있지 않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게시판 앞을 지나가던 몇몇 학생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수군거리며 웃었는데, 그 웃음이 순수한 축하인지, 비웃음인지 구분이 안 갔다.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쪽지 옆에는,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또 다른 공고문이 하나 붙어 있었다. 교장실 직인이 찍힌 그 종이에는 "S급 판정자 강도윤, 익일 오전 교장실로 출석 요망"이라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문구를 읽으며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교장이 직접 나를 부른다는 것, 그것도 이렇게 급하게. 이게 정말로 좋은 일이라서 부르는 걸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나로서는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