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생활마법 S급, 전투력 G급

5화

그로부터 이틀 후, 학원 안팎으로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는 걸 나는 뒤늦게 알았다. 정작 소문의 당사자인 나는 그 며칠 동안 잡무실 청소와 창고 정리에 파묻혀 지냈으니, 세상이 나를 두고 무슨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는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셈인데... 생각해보면 이것도 좀 웃긴 일이었다. 정작 주인공은 아무것도 모르고 대걸레를 밀고 있고, 세상은 저 혼자 들썩거리고 있었으니까. 처음 그 소문을 접한 건 모험가 길드 지부장이었는데, 그는 학원에서 올라온 관문 격퇴 보고서를 받고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고 한다. 처음엔 오타인가 싶었고, 그다음엔 담당자가 술에 취해 작성한 게 아닌가 의심했고, 세 번째로 읽었을 때는 그냥 화가 났다고, 나중에 곽태식 선생이 전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그랬다. "단독 격퇴, 3분 12초라니, 이게 무슨 오기가 잘못된 거 아닌가" 그가 담당 직원에게 물었을 때, 직원은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학원 측에서 재확인까지 마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등급은 G급?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지부장은 그 모순을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게 이후 길드 내부에서 나온 중론이었다. 모험가 등급이라는 건 전투 적성치를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G급이라는 최하위 등급을 가진 자가 중급 몬스터를 단독으로, 그것도 학원 최단 기록으로 격퇴했다는 건 시스템상 있어서는 안 되는 결과였으니까. 간단한 산술만 해봐도 그랬다. G급의 평균 전투 적성치는 5 미만, 관문 몬스터를 상대하려면 최소 적성치 40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길드 공식 지침이었으니, 그 격차는 여덟 배가 아니라 아예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지부장 입장에서는 이게 오류인지, 사기인지, 혹은 자기가 모르는 새로운 변수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을 거고, 결국 이 사안을 상급 기관에 보고하되, 강도윤이라는 인물의 실체를 직접 조사해보기로 결정했다고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 인근 마법학원들 사이에서도 이 소식이 화제였다. 대륙마법학원의 한 교사는 동료들과의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생활마법으로 관문 몬스터를 잡았다니, 이건 마법 체계 자체를 다시 검토해야 할 문제 아닙니까" "과장이 섞인 소문일 겁니다. 생활마법이 전투에 쓸모가 있다는 게 여태 밝혀진 적이 없는데" "그런데 만약 사실이라면요" 이 질문에 그 자리에 있던 아무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게, 나중에 청명마법학원 교사진에게까지 흘러 들어온 후일담이었다. 누군가는 "애초에 생활마법에 S급이라는 등급이 매겨진 사례 자체가 기록에 없다"고 했고, 다른 누군가는 "기록이 없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는데, 다들 '생활마법 S급'이라는 개념 자체를 낯설어했고, 그것이 실전에서 어떤 위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무지가 더 큰 혼란을 낳고 있었다. 어떤 이는 그게 무슨 사기 스킬이냐며 웃어넘겼고, 어떤 이는 정색하며 "만약 진짜라면 마탑에 보고해야 할 사안"이라고까지 말했다고 하니, 이래저래 소리가 오갔던 모양이다. 나는 이 모든 이야기를 곽태식 선생을 통해 며칠에 걸쳐 조금씩 전해 들었는데, 처음에는 그저 신기하다는 감상이 앞섰지만, 곧 그것이 단순히 신기한 이야깃거리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왜냐하면 소문이 퍼진다는 건, 필연적으로 누군가 그 실체를 확인하러 온다는 뜻이었으니까. 마치 소문이라는 게 씨앗이라면, 조사관은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나서 뿌리째 캐내려고 오는 농부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나는, 그 뿌리에 해당하는 당사자였다. "이거 좋은 신호인 거야, 나쁜 신호인 거야" 곽태식 선생에게 그렇게 물었을 때,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둘 다일 수도 있지. 세상이 관심을 가진다는 건 늘 그런 거니까"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관심이라는 게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걸, 나는 이미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사흘째 되던 날, 학원 정문 앞에 낯선 마차 한 대가 도착했다. 검은 칠을 한 마차였는데, 옆면에 길드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말 두 마리가 끄는 걸 보아 그리 급하게 온 것 같지는 않았다. 급했다면 마법 이동수단을 썼겠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 이거 조사가 그렇게 다급한 사안은 아닌가 보다 싶어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안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색해졌는데, 길드에서 보낸 조사관이라는 사람이 학원장을 만나러 왔다는 소식이 곧 잡무실까지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강도윤을 만나고 싶다는데" 곽태식 선생이 잡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하던 청소를 멈추고 그를 쳐다봤다. 손에 쥐고 있던 걸레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만 잡무실 안을 채웠다. "저를요?" "본인이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모양이야. 등급 재산정 오류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인지"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이게 나에게 좋은 기회일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시험대에 오르는 일일지, 그 갈피를 잡기 어려웠던 것이다. 만약 조사관이 내 등급을 다시 산정하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 만약 생활마법이라는 게 알려지면 학원 밖에서도 나를 이용하려 드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만약... 이런 식으로 가지치기하듯 생각이 뻗어나가다 보니, 정작 걸레를 계속 쥐고 서 있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러나 곧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는데, 김태호 교장이 이전에 나에게 했던 말이었다. "도윤아, 네 재능이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알려질 날이 올 거다. 그때 겁먹지 말고, 네가 증명한 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그 말을 곱씹으며 나는 잡무실을 나섰다. 걸레는 대충 통에 던져 넣고, 옷매를 손으로 몇 번 툭툭 털었는데, 사실 딱히 정갈해 보일 옷도 아니었으니 그 행동 자체가 별 의미는 없었다. 그냥 뭔가 준비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마음이 좀 놓일 것 같았던 거고. 정문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학생들 몇 명이 창밖으로 나를 내다보며 수군거리는 게 느껴졌는데, 그중에는 낯선 시선도 섞여 있었다. 아마 조사관이 학원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벌써 학생들 사이에까지 퍼진 모양이었다. 누군가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고, 누군가는 서둘러 창문을 닫았고, 또 누군가는 그냥 멀뚱히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 시선들이 하나같이 "저게 진짜 그 강도윤이야?" 하고 묻는 것 같아서, 나는 걸음을 옮기는 내내 등 뒤가 조금 뜨거운 기분이 들었다. 마치 등에다 스포트라이트를 매달아 놓은 것 같은 감각이었다. 정문 앞에 도착하자, 교장실 앞에 서 있던 낯선 남자가 나를 발견하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사십 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길드 마크가 새겨진 짙은 남색 코트를 걸치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서류 뭉치를 담은 가죽 케이스가 매달려 있었다. 그의 표정에서 나는 호기심과 의심이 뒤섞인 감정을 읽어냈는데, 그건 마치 눈앞의 존재가 정말로 보고받은 그대로인지 확인하려는 눈빛이었다.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나를 훑는 시선이 꽤 노골적이어서, 나는 순간 이 사람이 나를 사람으로 보는 건지, 보고서 속 숫자로 보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자네가 강도윤인가" 그가 그렇게 물었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냥 "네"라고 하면 될 일인데도, 그 짧은 한 글자가 목구멍에서 잠깐 걸리는 느낌이었다. 이 짧은 질문 하나가, 앞으로 내가 학원 밖의 세계와 어떻게 부딪혀갈지를 결정짓는 첫 갈림길이라는 걸, 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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