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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출입구 안으로 들어서자 공기부터가 달라졌다. 습하고, 어딘가 흙냄새가 섞인 냄새. 코끝을 스치는 냄새에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창밖으로 보던 상가 위 균열이, 실제로는 이렇게 다른 공간으로 연결돼 있었다. '게이트를 넘는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발밑으로 시멘트 바닥이 아니라 부드러운 흙이 밟혔다. 신발 밑창을 통해 느껴지는 그 물컹한 감촉이 자꾸만 신경을 긁었다. 주변은 넓은 공터였고, 사방이 회색빛 안개로 둘러싸여 있어서 경계가 어디인지 가늠이 안 됐다. 하늘도 없고, 지붕도 없고, 그저 저 안개 벽이 세상의 끝처럼 서 있었다. '여기서 나가려면 저 안개를 뚫어야 하는 걸까.'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벌써 무리를 지어 서 있었다. "오늘 인원이 좀 되네." 장현우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윤성민은 별 말 없이 팔을 풀며 몸을 예열하고 있었고, 한소율은 팔짱을 낀 채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는 눈치였다. 나는 조용히 그 뒤에 서서, 다른 참가자들을 훑어봤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근육질 몸매의 아주머니였다. 체격이 남자 못지않게 우람했고, 팔뚝에는 힘줄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저 사람이 황말순이라는 사람인가.' 어디선가 이름을 들은 것 같았다. 등록소 대기줄에서 누군가 그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하던 걸 얼핏 본 기억이 났다. 그 옆에는 단정한 옷차림의 중년 여성이 함께 있었다. 이정숙이라고 불리는 걸 얼핏 들었는데, 둘이 뭔가 오래 알고 지낸 사이 같았다. 서로 어깨를 두드리고, 낮게 웃으며 뭔가를 속닥이는 모습이 마치 동네 계모임에 온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백발의 노인 한 명이 홀로 서 있었다. 허름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지만, 서 있는 자세만으로도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힘을 잔뜩 준 것도 아닌, 편안하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 두 발은 어깨너비로 벌어져 있었고, 무릎은 살짝 굽혀져 있었다. '저 할아버지, 무술 하셨나.' 김창수라는 이름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젊은 시절 도장을 운영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완벽하게 존재감이 없었다. 체격은 왜소했고, 손은 떨렸고, 시선은 자꾸 바닥으로 향했다. 주변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귓가에 웅웅거렸지만,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다들 뭔가 있어 보이는데, 나만 여기 잘못 들어온 것 같아.'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공터 앞쪽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터졌다. "자, 다들 모였지!" 덩치 큰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체격이 럭비 선수 같았고, 목소리는 마이크 없이도 공터 끝까지 닿을 것 같았다. 걸음 하나마다 땅이 진동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번 튜토리얼 담당, 박태산이다!" 그가 두 팔을 벌리며 웃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모험자로서 첫걸음을 뗄 거야! 잘 따라오면 다 살아서 나가니까 걱정 마!" '···마지막 말이 왜 저렇게 무섭게 들리지.' 웃음기 섞인 말투였는데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살아서 나간다는 말은, 반대로 못 나가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었다. 박태산 옆으로 여성 한 명이 다가와 섰다. 차분한 인상이었고, 목에 걸린 목걸이형 태블릿을 만지며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저는 정유나입니다. 강의 마지막에 길드증 발급 도와드릴 거예요." 박태산에 비해 훨씬 조용한 목소리였는데, 그게 오히려 더 신뢰가 갔다. 말투에서 절제된 느낌이 배어 있어서, 이 사람은 적어도 허튼 소리는 안 할 것 같았다. 박태산이 손을 들어 주목시켰다. "오늘 할 일은 간단해! 다들 등록할 때 스킬 하나씩 받았을 거야. 그거 확인하고, 실제로 써보는 시간을 가질 거다!" '실제로 써본다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등록소에서 받은 [공격]이라는 스킬을, 이 사람들 앞에서 써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름도, 설명도 죄다 밋밋했던 그 스킬창이 다시 눈앞에 떠올랐다. 혹시 저 사람들 앞에서 아무 반응도 안 나오는 건 아닐까. 한소율처럼 스킬 미취득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상상이 자꾸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자, 순서대로 한 명씩 시연대에 올라올 거야! 이름 불리는 사람 나와!" 박태산이 명단을 훑으며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황말순 씨!" 근육질 아주머니가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시연대는 공터 한쪽에 마련된 작은 원형 무대였고, 그 앞에는 표적처럼 생긴 허수아비 인형이 세워져 있었다. 황말순이 팔을 뻗자, 손끝에서 붉은 기운이 뭉치더니 그대로 허수아비를 향해 뻗어나갔다. 퍽-! 허수아비가 통째로 뒤로 밀려나며 넘어졌다. 바닥에 나동그라진 허수아비의 지푸라기 조각이 흩날렸다. 박태산이 크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좋아! 근력 강화 계열이네, 강력한데!" 주변에서 작은 감탄이 흘렀다. 황말순은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무대를 내려왔고, 이정숙이 다가가 손을 잡아주며 뭐라고 소곤거렸다. 다음은 김창수였다. 노인은 조용히 걸어나가 자세를 잡더니, 손날로 허수아비의 목 부분을 가볍게 스쳤다. 그런데 그 가벼운 동작 하나에 허수아비 목이 그대로 부러졌다. 목이 떨어져 나가며 바닥에 툭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저게 가벼운 동작이었다고?' 등에 소름이 돋았다. 박태산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베기 계열 스킬에, 오랜 무술 경력이 더해진 거군요. 위력이 남다릅니다!" 그다음은 장현우였다. 그는 손바닥에서 작은 불꽃을 만들어내며 허수아비를 태웠다. 불꽃이 옷자락에 옮겨붙자 허수아비가 순식간에 새까맣게 변해갔다. 크게 화려하진 않았지만, 성공적인 스킬 시연이었는지 웃으면서 무대에서 내려왔다. 윤성민은 손에서 짧은 전류를 만들어냈지만, 위력이 약해 허수아비가 살짝 흔들리는 정도로 끝났다. 파직,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허수아비 표면에 희미한 자국만 남았다.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그래도 스킬 자체는 있는 것 같았다. 한소율은 이름이 불렸지만, 시연대 위에서 아무리 손을 뻗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허공에 몇 번이고 손을 휘저었지만, 허수아비는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스킬 미취득으로 확인됩니다." 정유나가 차분하게 안내했다. 한소율은 어깨를 으쓱하며 내려왔는데, 딱히 실망한 기색 없이 오히려 여유로워 보였다. '대단하다, 저 사람은.' 나였다면 저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을 것 같았다. 무대 위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 침묵을, 저렇게 태연하게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박태산이 다시 명단을 확인했다. "음, 다음···"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손바닥이 축축해지는 게 느껴졌고, 발끝이 저절로 뒤로 밀리는 것 같았다. '제발, 다른 사람 이름이 나와라. 제발···' 박태산의 시선이 명단 위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시간이 늘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주변의 웅성거림도, 안개의 서늘한 기운도, 전부 멀어지고 오직 그 명단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멈췄다. "김도훈 씨!" 온몸의 피가 한꺼번에 얼어붙는 것 같았다. 무대 위 허수아비가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텅 빈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로 쏠리는 게 느껴졌다.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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