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위험한 사람이라고?
교사가?
나는 그 말을 곱씹으며 밤새 잠을 설쳤다.
천장을 보고 누워서 몇 번이나 그 문장을 되풀이했는지 모른다. 위험하다는 게 어느 정도로 위험하다는 걸까. 성격이 까칠한 정도? 아니면 정말로 목숨이 걸린 수준? 학원이라는 곳 자체가 이미 정상은 아니니까, 여기서 '위험'이라는 단어의 기준선이 얼마나 높게 잡혀 있을지 감이 안 잡혔다.
그럴까? 그래도 될까? 어느 쪽이든 일단 만나봐야 알겠지.
결론도 못 내리고 뒤척이다가 새벽에야 겨우 눈을 감았다.
설아한테는 말하지 않았다.
괜히 걱정시킬 필요는 없으니까. 그 애는 나보다 훨씬 여린 구석이 있어서, 이런 말을 들으면 하루 종일 안절부절못할 게 뻔했다. 대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인사를 하고 나왔다. 이런 게 거짓말인가 싶기도 했지만, 어차피 확인도 안 된 소문 하나로 사람 마음을 무겁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다음 날, 5반 교실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책상 서른 개, 창문, 칠판.
특별한 게 하나도 없었다. 벽에 걸린 시계도 멈춰 있지 않았고, 바닥에 이상한 마법진 같은 것도 그려져 있지 않았다.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교실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이상했다.
이렇게 평범한 교실을 쓰는 반의 담당이 학원 최고 위험인물이라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이었다. 위험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교실 벽에 해골이라도 걸어놔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스스로 피식 웃었다. 무슨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어, 니도 일찍 왔네."
오채영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오늘도 빨간 머리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아침 햇살을 받으니 더 선명했다. 어제 강당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편안한 표정이었다.
"안녕하세요."
"말 편하게 해라, 우리 동기 아이가."
"아, 네... 아니, 응."
말투가 왔다갔다 하는 게 어색했지만 오채영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그게 재미있다는 듯 씩 웃으며 옆자리에 앉았다.
"긴장 좀 풀어라. 여기 있는 애들 다 비슷한 처지다."
"그게... 좀 쉽지가 않네요."
"쉽지 않아도 해야지.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살아남는다는 말이 가볍게 나오는 게 오히려 더 신경 쓰였다.
키 큰 남자애가 다가왔다.
"박태산이야. 어제 명단 봤지? 우리 반 구성 기준이 뭔지 궁금하지 않아?"
"기준이요?"
"포인트 최상위 하나, 최하위 하나, 그리고 나머지는 애매한 중간. 이거 일부러 이렇게 짠 거 아닐까."
분석적인 성격이라는 게 딱 느껴졌다. 말투부터가 이미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반을 짰을까.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딱 맞아떨어졌다.
"그러니까, 균형을 맞추려고 한 거 아닐까요? 강한 애랑 약한 애를 섞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 그럼 왜 중간 애들은 저렇게 애매하게 넣었을까.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
박태산은 팔짱을 끼고 교실을 한 바퀴 둘러봤다. 마치 탐정이 현장을 조사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 옆에 있던 두 사람이 동시에 인사를 했다.
"사월 하늬."
"사월 하람."
똑같이 생긴 얼굴, 똑같은 목소리 톤.
쌍둥이라고 했다. 성별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성적인 미형이었다. 긴 머리를 하나는 묶고 하나는 풀어 놓은 것 말고는 정말 구분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나는 그 둘을 번갈아 보며 살짝 당황했다.
"저... 두 분은..."
"신경 안 써도 돼."
하늬인지 하람인지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딱히 정해두고 안 살아."
"굳이 구분하려고 하면 우리가 오히려 헷갈려."
둘이 동시에 말을 주고받는 게 마치 하나의 존재가 두 몸을 쓰는 것처럼 느껴졌다. 뭔가 자유로운 사람들 같았다. 이름표라도 붙여야 하나 생각하다가, 그냥 편하게 부르는 게 낫겠다 싶었다.
다들 서로 소개를 하며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
오채영은 신력, 나는 마력, 박태산은 기력, 사월 남매는 각각 요력과 주력이라고 했다.
한 반에 여섯 계통이 다 모인 셈이었다.
"이거 봐."
박태산이 그 부분을 또 짚었다. 이번엔 손가락으로 하나씩 세면서.
"이거 봐. 계통별로 딱 한 명씩. 이거 우연이 아니야."
"그럼 뭔데요?"
"몰라, 근데 뭔가 실험 같은 느낌이야."
실험이라는 말에 등골이 조금 서늘해졌다.
"실험이라니, 우리가 무슨 실험용 쥐예요?"
오채영이 웃으며 받아쳤지만, 그 웃음 속에 살짝 불안함이 섞여 있는 걸 느꼈다.
"그런 뜻은 아니고. 그냥 계통별 상호작용을 보려는 거 아닐까 해서. 신력, 마력, 기력, 요력, 주력이 한 팀으로 묶였을 때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건 좀 무서운 이야기인데."
하늬가 중얼거렸다.
"무섭긴 한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
하람이 맞받았다.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다들 웃고 떠들고, 서로의 이름을 외우고, 어제의 게이트 사건에 대해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
오채영은 자기가 신력으로 방어막을 쳐서 딥원 무리를 막았다는 이야기를 신나게 했다.
"완전 홍해 갈라지는 것처럼 딥원들이 확 갈라지더라니까!"
"그건 좀 과장 아니에요?"
"아이다, 진짜다!"
"모세도 아니고, 그게 말이 됩니까."
박태산이 끼어들었다.
"진짜라니까! 딱 그 순간에 방어막 쳤는데 딱 갈라지더라. 이순신 장군도 그렇게 물살 갈랐잖아, 딱 그런 느낌이었다니까."
"이순신 장군은 물살을 이용한 거고 언니는 방어막을 쳐서 갈라진 거잖아요. 완전 다른 얘기예요."
"똑같은 거다! 결과가 중요하지, 과정이 뭐가 중요해!"
다들 웃음이 터졌다.
나도 오랜만에 편하게 웃었다.
이런 동료들이 있으면 이 학원도 그렇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람 사이의 온기라는 게 이렇게 쉽게 생길 수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도 벌써 편해지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한 게 실수였다.
교실 문이 벌컥 열렸다.
콰앙!
강선화였다.
무당 복장, 방울 소리, 그리고 그 서늘한 눈빛.
교실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방금까지 웃고 떠들던 소리가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끈 것처럼 사라졌다.
"다들 앉아라."
다들 자리에 앉았다.
나도 얼른 앉았다.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어제 강당에서 봤던 그 눈빛이 다시 나를 훑고 지나갔다.
강선화는 교탁에 서서 우리를 천천히 훑어봤다.
마치 물건을 감정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시장에서 소를 고르는 사람처럼, 하나하나 값을 매기는 것 같았다.
"5반. 다들 어제 실습은 잘 넘겼다고 들었다."
"..."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무겁게 교실을 눌렀다.
"오늘부터 정식 수업을 시작한다. 이론? 그런 거 없다."
그녀가 손을 들자 방울이 짤랑거렸다.
"우리 반은 실전으로 배운다."
실전이라는 말에 다들 서로 눈치를 봤다.
옆자리에 앉은 오채영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조금 전까지 홍해 갈라지듯 딥원을 막았다며 자랑하던 그 얼굴이 아니었다.
박태산도 팔짱을 풀고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분석하던 눈빛이 지금은 그저 불안한 눈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채영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 선생님. 실전이면... 구체적으로 뭘 하는 건가요?"
강선화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이상하게 서늘했다. 마치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안 알려주는, 놀리는 듯한 미소였다.
"직접 보는 게 빠르지 않겠나."
그 순간 교실 바닥에서 검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제 강당에서 봤던 그 균열과 똑같았다. 시커먼 틈이 바닥을 가르며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어, 어어?"
박태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생님, 이거..."
"안전장치는 없다. 오늘은 각자 알아서 살아 돌아와."
너무 태연했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마치 소풍 가는 얘기를 하듯이. 안전장치가 없다는 그 말을, 오늘 날씨가 좋다는 말과 똑같은 톤으로 내뱉었다.
나는 그제야 오채영이 어제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학원에서 제일 위험한 사람.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제대로 이해했다. 위험하다는 게 성격 문제가 아니었다. 이 사람은 정말로 우리를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 태연하게 밀어넣는 사람이었다.
균열이 점점 커지며 교실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다들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 비명, 그리고 강선화의 웃음소리.
"선생님, 이거 진짜예요?!"
하늬와 하람이 동시에 소리쳤다.
"장난치시는 거죠?!"
오채영이 신력을 끌어올리려는 듯 손을 뻗었지만, 균열은 그보다 더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박태산은 이미 뭔가 계산을 하는 눈치였다.
"이 균열, 어제 것보다 확산 속도가 빨라. 대처할 시간이 없어!"
나는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자, 다들 준비됐지?"
준비는 무슨.
우리는 아무 준비도 못 했다.
균열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기운이 교실 바닥을 타고 퍼지며, 책상과 의자를 하나씩 삼키기 시작했다.
강선화의 웃음소리가 교실 안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는 그 균열이 우리 발밑까지 다가오는 걸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