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검은 세단은 20분째 그대로였다.
노준혁이 커튼 사이로 밖을 살피다가 미간을 좁혔다. 손가락 사이로 새어드는 빛이 그의 눈가에 그늘을 만들었다.
"저거 우리 쪽 차량 아니야."
"우리 쪽이 아니면요."
"확보 전담팀."
이도현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가슴 안쪽에서 뭔가 쿵, 떨어지는 감각이었다.
특이현상대책과에는 일반 집행관 외에 별도의 조직이 있었다. 마인 확보 전담팀. 소속 자체가 대외비였고, 접촉한 요원들 사이에서도 존재만 소문으로 돌던 부서였다.
동작이 빠르고, 절차를 거의 무시한다는 소문. 잡히면 재판도 없이 어딘가로 이송된다는 말도 있었다. 진위는 확인된 적 없었다. 확인하려 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신고 접수 즉시 마인 변이 키워드가 뜨면 자동으로 전담팀에 통보돼. 몰랐냐."
몰랐다. 배운 적 없었다. 아니, 배웠는데 흘려들었다.
교육받던 시절, 강의실 맨 뒷자리에서 졸던 기억이 스쳤다. 그때 흘려들은 문장 하나가 지금 목을 조르고 있었다.
노준혁이 낮게 욕설을 뱉었다.
"우리한테 남은 시간 없어."
서은하가 소파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입술 끝이 파르르 떨렸다.
"제가 나갈게요."
"닥쳐."
백서준이 즉각 반응했다. 그의 손이 서은하의 팔을 붙잡았다.
"네가 나가면 그 자리에서 끝이야."
"그럼 다 죽어."
"안 죽어."
"확신해서 하는 말이야, 아니면 그냥 하는 말이야."
백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시간이 없었다.
노준혁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입 다물고, 뒷문으로 움직여."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더 이상의 논쟁은 받지 않겠다는 어조였다.
오피스텔 뒷문은 비상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냄새나는 쓰레기통들이 줄지어 있는 골목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였다. 곰팡내와 음식물 썩은 냄새가 계단실 안까지 스며들어 있었다.
이도현이 앞장서 나섰다. 손바닥이 이미 뜨거웠다. 인장이 언제든 펼쳐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계단을 두 층 내려가는데, 아래층에서 발소리가 울렸다.
또각- 또각-
규칙적이었다. 두 명이었다.
이도현은 걸음을 멈췄다. 뒤따르던 세 사람도 동시에 굳었다. 서은하의 숨소리가 얕아졌다.
손바닥에 인장이 다시 형성됐다.
계단 아래에서 사람 형체가 올라왔다.
검은 코트, 완장에 붙은 문양.
〈확보 3팀〉.
이도현의 목구멍이 타들어갔다. 여기서 걸리면 끝이다. 재판도, 설명도 없이.
선두에 선 사람이 이도현을 알아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이도현 집행관?"
이도현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신입 교관 배치받은 애들이잖아."
백서린이었다. 큰 키, 허리까지 내려온 백발. 마도대학 수석 졸업자, 이번 기수 신입 15명 중 최상위 평가를 받았다는 그 이름. 이도현이 직접 실기 채점표에 만점을 매긴 유일한 학생이기도 했다.
뒤에는 유은비가 서 있었다. 짧게 정리된 머리, 무표정한 눈, 허리에 검 두 자루와 마도구 벨트. 실습 중에도 웃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처럼 굳어 있는 얼굴이었다.
둘 다 이도현의 담당 교육생이었다.
"교관님, 여기서 뭐 하세요."
백서린이 계단을 오르며 물었다. 목소리에 순수한 궁금함이 섞여 있었다. 위협을 느끼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 뒤로 서은하와 백서준이 계단 위쪽 벽에 몸을 붙였다. 그림자 안으로 몸을 최대한 접어넣었다.
이도현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확보 전담팀 소속이 아니라, 신입 교육생 실습이었다.〉
그 사실 하나로 숨통이 조금 트였다. 하지만 딱 한 걸음, 거기까지였다.
저 완장. 저 문양. 진짜 전담팀이 근처에 있다는 증거였다.
"완장 뭐야."
"오늘 실습 배정이 확보 3팀 동행 관찰이에요. 저희는 참관만 해요."
유은비가 짧게 대답했다. 눈동자가 이도현의 얼굴에서 그 뒤편 벽으로, 다시 이도현에게로 짧게 움직였다. 뭔가 눈치챈 것 같기도 했다.
이도현은 그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참관만 한다는 게, 여기서 뭘 참관하는 건데."
"타깃 이동 경로 추적 실습입니다. 마인 변이 신고가 들어온 건물 주변을 도는 거예요."
백서린이 대답하며 이도현의 표정을 살폈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눈치였다. 교관이라는 사람이, 실습 중인 자신들 앞에서 이렇게 긴장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계단 아래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더 많았다.
셋, 넷, 다섯.
발소리마다 무게가 달랐다. 군화 밑창이 계단을 딱딱하게 두드리는 소리, 거기에 섞인 낮은 무전기 잡음.
진짜 확보 전담팀이었다.
"뒤로."
이도현이 짧게 명령했다.
백서린과 유은비는 명령에 익숙했다. 즉시 벽 쪽으로 붙었다. 손이 반사적으로 허리의 검 손잡이로 향했지만, 뽑지는 않았다. 교관의 명령이 먼저였다.
계단 아래에서 올라온 남자가 이도현을 발견하고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타깃 확인. 3층 계단, 집행관 한 명, 마인 반응 두 개 추가 확인."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사냥감을 발견했다는 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도현의 시야에 알림이 떠올랐다.
【특이현상대책과 알림. 확보 대상이 특정 좌표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신속한 협조를 통해 특이현상대책과의 신뢰 지수를 상승시켜 보세요.】
씨발.
이도현은 속으로만 뱉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 시스템은 사무적이었다. 사람 목숨이 오가는 계단 한복판에서, 신뢰 지수 운운하는 문구가 눈앞에 떠 있다는 사실이 헛웃음을 자아냈다.
손바닥이 뜨거워졌다. 인장이 완전히 펼쳐지려는 조짐이었다. 관절 마디마디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
계단 아래 남자들의 발소리가 한 층 더 가까워졌다.
또각. 또각.
이도현의 관자놀이에 땀이 흘렀다.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여기서 백서린과 유은비까지 얽히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신입 교육생 두 명이 확보 전담팀과 자신들 사이에 끼어 있는 그림, 최악의 조합이었다.
"백서린, 유은비."
두 사람이 동시에 이도현을 봤다. 백서린의 눈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었고, 유은비의 눈에는 이미 어떤 결론이 서 있는 듯했다.
"눈 감아."
명령이었다. 설명은 없었다.
백서린이 뭔가 물으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보다 빛이 먼저였다.
다음 순간, 계단 전체가 새하얀 빛에 잠겼다.
시야가 통째로 지워졌다. 누군가의 비명 같은 숨소리, 발소리가 어지럽게 뒤섞였다.
빛 너머로, 남자의 목소리가 갈라져 들렸다.
"뭐야, 이거—"
이도현의 다리가 먼저 움직였다. 뒤에서 서은하의 손이 그의 옷깃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계단 아래, 빛 속에서 누군가의 형체가 무너지듯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