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인정 많은 집행관

5화

섬광진. 집행관 시험 필수 마술 중 하나였다. 반경 3미터 내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방출형 인장. 이도현의 손끝에서 인장이 완성되는 순간, 공기가 팽창하는 감각이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위이이잉. 빛이 폭발했다. 계단 아래에서 신음이 터졌다. "눈이, 안 보여!" "뭐야, 씨발, 뭐야!" 여러 목소리가 뒤섞였다. 발소리가 엉키고, 벽에 몸을 부딪는 소리가 들렸다. 확보팀원들의 대열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이도현은 그 틈을 타 위쪽으로 몸을 돌렸다. 발바닥에서 계단을 밀어내는 반동이 척추까지 올라왔다. "뒷문, 빨리."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숨이 거칠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노준혁이 이미 서은하를 부축하고 있었다. 서은하의 몸이 반쯤 꺾여 있었다. 이마의 뿔에서 검은 기운이 실처럼 새어 나왔다가 다시 잦아드는 게 보였다. 그녀의 발끝이 계단에 걸릴 때마다 노준혁이 팔을 더 세게 감았다. 백서준이 등을 밀었다. 손바닥이 이도현의 어깨뼈에 닿았다. "빨리요, 교관님!" 계단을 다시 오르는데, 백서린이 눈을 비비며 소리쳤다. 섬광의 잔상이 아직 눈꺼풀 안쪽에 남아 있는지, 눈가가 붉게 부어 있었다. "교관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설명은 나중에." "이거 규정 위반이에요!" "알아." 짧고 건조한 대답에 백서린의 말문이 막혔다. 입술이 반쯤 벌어졌다가 다시 닫혔다. 그녀의 눈동자가 이도현과 서은하 사이를 오갔다. 계산이 끝나지 않은 얼굴이었다. 유은비는 이미 검을 뽑아 든 채였다. 검날이 계단 조명을 받아 희끄무레하게 빛났다. 하지만 겨눌 대상을 찾지 못하고 이도현과 계단 아래를 번갈아 봤다. 검을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저 사람들, 저 마인 죽이려는 거예요?" 유은비의 질문이었다. 목소리에 처음으로 균열이 났다. 이도현은 대답할 시간이 없었다. 계단 아래에서 시야를 회복한 확보팀원이 마력탄을 발사했다. 퍼엉! 벽이 부서지며 파편이 튀었다. 회벽 조각이 눈앞으로 흩날렸다. 이도현이 몸을 던져 백서준을 감쌌다. 등에 파편이 박혔다. 콱. 뜨거운 통증이 척추를 따라 번졌다. 숨이 순간적으로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등에서 흘러나온 뜨뜻한 것이 셔츠를 적셨다. '씨발.' 백서준의 눈이 커졌다. "교관님, 다치셨어요—" "움직여." 이도현이 백서준의 팔을 잡아끌며 다시 계단 위로 밀었다. 등에서 뭔가가 뿌드득 소리를 내며 갈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노준혁이 반격 인장을 그렸다. 오래된 손짓이었지만 정확했다. 손목이 회전하는 각도, 손가락이 그리는 선의 순서까지 흐트러짐이 없었다. "눈 감아." 노준혁의 짧은 경고와 함께 인장이 완성됐다. 방출된 파동이 계단 아래로 쏟아지며 확보팀원들을 밀어냈다. 벽을 타고 퍼지는 진동이 발바닥까지 전해졌다. 콰아앙. 밑에서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 장비가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이어졌다. "올라와!" 서은하가 힘겹게 계단을 올랐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녀의 손끝이 벽을 짚을 때마다 손가락 자국이 남았다. 검은 기운이 스며든 자국이었다. 이도현은 뒤를 살피며 계단 수를 셌다. 셋. 다섯. 여덟.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등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허리춤까지 적셔가고 있었다. 5층 옥상 출입구에 도달했을 때, 백서린이 이도현의 팔을 붙잡았다. 손아귀에 힘이 실려 있었다. "교관님, 저 애 진짜 사람 안 죽였어요?" 질문이 다급했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도현은 등의 통증을 참으며 그녀를 봤다. 시야가 잠깐 흐려졌다가 다시 맞춰졌다. "안 죽였어." "근데 왜 확보팀이 저렇게까지 해요?" "몰라서 물어? 규정이 그래." "규정이 사람 죽이라는 규정이에요?" 백서린의 목소리가 커졌다. 옥상 문 앞에서 그 목소리가 벽에 부딪혀 되돌아왔다. 이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을 더 줬다. 백서린의 얼굴에 갈등이 스쳤다. 마도대학 수석 졸업, 대책과 최상위 평가. 규정을 어기는 순간 그 모든 게 날아간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 손끝이 이도현의 팔에서 떨어지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시발." 작게 뱉은 욕설이었다. 그녀는 손을 놓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문을 밀었다. 유은비가 옥상 문을 열었다. 밖에서 밀려든 바람이 계단통 안쪽까지 훑고 지나갔다. "여기로 나가면 인접 건물 옥상으로 넘어갈 수 있어요." "넌 왜 도와줘." 이도현이 물었다. 숨을 고르며 등의 상처를 한 손으로 짚었다. 손바닥에 묻은 피가 미끄러웠다. 유은비는 잠깐 멈췄다가 대답했다. 검을 쥔 손이 살짝 떨렸다. "…모르겠어요."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흔들림이 명확했다. 일행은 옥상으로 빠져나갔다. 밤바람이 차가웠다. 옷 안으로 스며든 땀이 순식간에 차게 식었다. 서은하의 이마 뿔에서 다시 검은 기운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실처럼 얇던 것이 이제는 손가락 한마디만큼 두꺼워져 있었다. "서은하." 노준혁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참아. 조금만 더." 서은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입술을 깨문 채 고개만 끄덕였다. 이마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처럼 보였지만 눈물이 아니었다. 백서준이 그 모습을 보고 뒷걸음질쳤다. "저거, 저거 괜찮은 거예요?" "괜찮아." 이도현이 짧게 답했다. 거짓인지 아닌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 말이었다. 인접 건물로 뛰어넘는 순간, 발밑에서 아득한 높이가 훑고 지나갔다. 옥상과 옥상 사이 간격은 좁았지만, 등에 박힌 파편이 움직임마다 신경을 긁었다. 착. 발이 반대편 옥상 바닥에 닿았다. 무릎이 꺾일 뻔했지만 버텼다. 뒤따라 노준혁이 서은하를 안은 채 뛰었다. 착지하는 순간 서은하의 몸이 휘청였다. 백서준과 백서린, 유은비가 차례로 넘어왔다. 마지막으로 넘어온 유은비의 신발 밑창이 옥상 난간에 긁혔다. 서걱. 작은 소리였지만 그 순간의 정적 속에서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 이도현의 무전기가 마지막으로 울렸다. 치지직. "이도현 집행관. 확보 3팀장입니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사무적인 어조였다. 이도현은 무전기를 귀에 대지 않고 손에 든 채로 들었다.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했다. "당신, 오늘부로 특이현상대책과 규정 위반 혐의로 조사 대상에 오릅니다. 남은 시간, 47시간에서 46시간대로 넘어가고 있어요. 잘 생각하시길." 무전이 끊겼다. 이도현은 무전기를 쥔 손에 힘을 뺐다. 손가락이 저릿했다. '46시간.' 숫자가 머릿속에 박혔다. 결제일까지 남은 시간이자, 조사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두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었다. 어느 쪽이 먼저 그를 잡아먹을지 알 수 없었다. 이도현은 인접 건물 옥상에 발을 디디며 뒤를 돌아봤다. 검은 세단 세 대가 골목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었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젖은 아스팔트 위에 길게 늘어졌다. 그 사이로, 낯선 인영 하나가 조용히 세단에서 내리는 게 보였다. 발걸음이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느긋했다. 지휘관 완장을 단 여자였다. 얼굴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완장에 새겨진 계급 표식만이 가로등 불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났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도현이 서 있는 옥상을 정확히 응시했다. 시선이 마주쳤다는 확신이 들었다. 거리가 멀어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응시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사냥감을 확인하는 눈이었다. 이도현의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흘렀다. 파편에 찢긴 상처보다 그 시선이 더 서늘했다. "교관님." 백서준이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저기, 저 사람 누구예요?" 이도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여자가 완장을 매만지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세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쾅. 골목 전체가 순간 정지한 듯 조용해졌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새로 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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