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붉은 경광등이 번쩍이는 게이트 밖으로 나서자, 이미 관리국 직원들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었다.
방검복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움직이며 게이트 주변에 폴리스라인 같은 통제선을 치고 있었다. 다급하게 장비를 옮기고 무전으로 지시를 주고받는 모습이 마치 편의점 폐업 정리라도 하는 것처럼 부산스러웠다.
다만 우리를 향해 무기를 겨누는 사람은 없었다.
통제선 앞에 늘어선 요원들은 긴장한 얼굴로 강태룡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모두 총구를 바닥으로 향한 채 거리를 유지했다.
“선제 대응 금지! 감정관이 확인할 때까지 현 위치를 유지하십시오!”
누군가가 다급하게 외쳤다.
강태룡이 주위를 둘러보며 팔짱을 꼈다.
“마스터. 저 인간들, 아까부터 나만 보고 있는데.”
“그러게요.”
“싸우려는 건가?”
“아마 아닐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가만히 계세요.”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울프 서른 마리를 벽 장식으로 만들어놓고 할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여기서 따지고 들지는 않기로 했다.
방검복을 입은 직원 하나가 조심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한 손에는 휴대용 스캐너를 들고 있었고, 다른 손은 언제든 무전기를 잡을 수 있도록 허리춤 근처에 머물러 있었다.
“신원 확인 부탁드립니다.”
직원이 스캐너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삐빅.
기계음이 짧게 울렸다.
“이서하입니다. 청은의 날개 소속…… 아, 아니. 방금 제명당했나.”
말하면서도 스스로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소속을 말하다가 소속이 없어졌다는 걸 실시간으로 정정하는 인생이라니. 참 파란만장하다.
직원의 눈이 스캐너 화면과 나를 번갈아 보다가 갑자기 커졌다.
“저, 저기요. 잠깐만요.”
그는 화면에 뜬 결과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지 스캐너를 몇 번 흔들어보기까지 했다.
전자기기 오작동이라고 믿고 싶은 그 심정, 뭔지 알 것 같다.
[던전 관리국 스테이터스보드 갱신 중…….]
[신규 각성 감지: 이서하]
[스킬: 거대 벽의 인도자-활성화 확인]
[등급: 신화급 UR]
[사용마 계약 확인: 강태룡]
떠오르는 시스템 창을 나도 같이 들여다봤다.
UR이라니.
이거 무슨 카드 게임 팩을 뜯다가 최고 확률로 나오는 등급 아닌가.
그런데 그게 나한테서 나왔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직원이 무전기를 움켜쥐었다.
“본부, 본부! 관악 6구역에서 신화급 각성자 발생! 사용마 계약까지 확인됐습니다! 즉시 상황실 보고 요망!”
뭐지?
왜 갑자기 이렇게 시끄러워지는 거지.
무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게이트 앞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다른 헌터들과 관리국 직원들, 심지어 인근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으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통제선 너머로 모여들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사방에서 찰칵찰칵 울렸다.
연예인도 아닌데 이렇게 사진 세례를 받아본 적은 없어서, 나는 순간 반사적으로 손으로 얼굴을 가릴까 고민했다.
“신화급 각성이라니, 그게 몇 년 만이야?”
“저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
“사람 맞아? 마나 측정기가 저쪽만 비추면 계속 오류가 뜨는데.”
“용인형 몬스터 아니야?”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겹쳐 들렸다.
정작 소문의 주인공인 강태룡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팔짱을 낀 채 무심하게 서 있었다.
“인간들 참 시끄럽네.”
주변을 훑어보는 눈빛이 마치 동물원에 구경 온 관람객을 도리어 구경하는 사자 같았다.
갑과 을이 완전히 뒤바뀐 그림이었다.
관리국 감정관 한 명이 통제선 안쪽으로 들어왔다. 나이가 지긋한 남자였고, 가슴에 달린 이름표에는 ‘감정관 최인호’라고 적혀 있었다.
최인호는 먼저 나를 확인한 뒤, 강태룡과 충분한 거리를 둔 채 멈췄다.
“이서하 학생 맞죠? 3년 전 등록 당시 신화급 스킬 미발동 판정을 받았던…….”
“네, 맞아요.”
“방금 스킬 발동이 확인됐습니다. 게다가 사용마 계약까지 성립했고요. 관리국 기록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입니다.”
최인호의 손에 들린 태블릿이 계속 알림음을 뿜어냈다.
삐빅. 삐빅. 삐빅.
마치 카드 단말기가 결제 승인을 스무 건 연속으로 받는 것 같은 소리였다.
최인호가 강태룡을 힐끗 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저분에 관해서는…… 우선 미확인 초월 존재로 임시 등록해도 되겠습니까?”
“저도 잘 몰라요. 저희도 방금 만났어요.”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최인호의 얼굴이 더 심각해졌다.
뭔가 대답을 잘못한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방금 만난 존재와 즉시 계약이 성립했다는 말씀입니까?”
“네. 저도 왜 그렇게 됐는지는 아직 모르고요.”
“계약 과정에서 강제성이나 정신 간섭은 없었습니까?”
“강제성이라면…… 제 스킬 쪽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걸긴 했어요.”
이번에는 최인호가 태블릿을 떨어뜨릴 뻔했다.
“스킬이 일방적으로요?”
“그렇게 보입니다.”
황룡이 강태룡의 주머니에서 빼꼼 튀어나오며 대답했다.
최인호의 시선이 공중에 떠오른 황금빛 구체에 고정됐다.
“저건 또 뭡니까?”
“저는 황룡입니다. 사부님을 보좌하는 자율 마법 인공물입니다.”
“인공물까지…….”
최인호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태블릿 위로 새로운 공지가 떠올랐다.
[관악 던전 관리국-공식 스테이터스보드 발표]
[신화급 UR 테이머 이서하, 최초 계약 성공]
[계약 대상: 분류 불가 초월 존재]
[잠정 등록명: 강태룡]
순식간에 내 이름이 던전 관리국 전체 시스템에 박히는 걸 지켜봤다.
게이트 옆 전자게시판에도 같은 문구가 실시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마치 편의점 로또 당첨자 명단이라도 발표하는 것 같았다.
코끝이 찡해졌다.
3년간의 무능력자 낙인이 한순간에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농담이다.
사실 그냥 얼떨떨했다.
3년 동안 무등급 취급을 받다가 갑자기 최고 등급을 받으면 감동보다 어지럼증이 먼저 오는 모양이다.
적어도 내 인체 구조는 그랬다.
*
같은 시각, 관리국 중앙상황실.
관제 요원 정미주는 모니터에 떠오른 실시간 던전 영상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관악 6구역 게이트 앞 감시 카메라에 잡힌 존재.
신장 2미터를 훌쩍 넘는 붉은 머리의 남자가 방금 스캐너 판독에서 마나 반응치 측정 불가 판정을 받았다.
측정 불가.
그건 마나가 없다는 뜻이 아니었다.
장비의 측정 한계를 넘어섰다는 뜻이었다.
“이거…… 확실해?”
정미주가 옆자리 관제 요원에게 물었다.
“세 번 재측정했습니다. 보조 센서하고 게이트 감지 장치까지 전부 같은 결과예요. 계속 오버플로가 뜹니다.”
모니터 한구석에 빨간 글씨가 반복해서 떠올랐다.
ERROR.
ERROR.
MEASUREMENT OVERFLOW.
정미주는 그 문구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십 년 넘게 이 자리에서 근무하며 온갖 몬스터의 위험도 수치를 봐왔다. 재난급 게이트가 열렸을 때조차 장비는 어떻게든 숫자를 내놓았다.
시스템이 이렇게 대놓고 판독을 포기한 건 처음이었다.
그때 상황실 문이 열리고 관리국장이 들어왔다.
“상황이 어떻게 됩니까?”
정미주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장님. 관악 6구역 던전에서 신화급 각성자가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그 각성자와 계약한 사용마로 추정되는 존재입니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저희 측정 범위를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어느 정도로?”
정미주는 화면에 분석 자료를 띄웠다.
“게이트 감지 기록과 던전 내부 전투 로그를 종합하면, 기존 최고 위험 등급인 재앙급 몬스터 기준치의 최소 백 배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국장의 표정이 굳었다.
“백 배?”
“그것도 하한선입니다. 정확한 상한은 산출할 수 없습니다.”
“저게 인간형 존재라는 게 맞습니까?”
“외형은 인간과 유사하지만 생체 구조와 마나 파장은 기존 인류 데이터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진술과 계약 정보에 따르면 용인 형태의 이세계 존재로 추정됩니다.”
정미주가 던전 내부 전투 영상을 재생했다.
강태룡이 손을 한 번 휘젓자 울프 세 마리가 동시에 벽으로 날아갔다.
다른 장면에서는 달려드는 울프가 허공에서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바닥에 처박혔다.
국장이 눈을 가늘게 떴다.
“몬스터 퍼레이드입니까?”
“울프 서른두 마리입니다. 전부 단독으로 처리했습니다.”
“소요 시간은?”
“십 초 미만입니다.”
“십 초.”
“네.”
국장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능력을 전부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까?”
정미주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본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아닙니다.”
“어느 정도를 사용했다고 합니까?”
“본인 표현으로는…… 원래 힘의 천분의 일도 발휘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상황실이 조용해졌다.
누군가의 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딱.
작은 소리였지만 이상할 정도로 크게 울렸다.
국장이 천천히 물었다.
“천분의 일이라는 진술에 신빙성이 있습니까?”
“이 세계의 마나 밀도가 본래 있던 세계의 십만 분의 일 수준이라는 분석이 함께 확인됐습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정보이긴 하지만, 게이트 센서가 포착한 마나 흡수 패턴을 보면 완전히 허황된 주장은 아닙니다.”
정미주가 다음 분석 화면을 띄웠다.
“만약 저 존재가 완전한 힘을 되찾는다면, 최소한 지역 단위의 소멸까지 가정해야 합니다.”
국장이 화면을 보며 낮게 말했다.
“그리고 저 존재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신화급 테이머라는 거군.”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각성자 나이는?”
“이서하. 열다섯 살입니다.”
국장이 고개를 돌렸다.
“열다섯이면 아직 고등학생 아닙니까?”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국장님.”
“…….”
침묵이 길어졌다.
정미주는 그 침묵 속에서 국장이 무슨 계산을 하고 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이건 단순한 위험 관리의 영역이 아니었다.
외교도, 재난도, 국가 안보도 기존 기준으로는 적용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더구나 핵심 당사자는 아직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한 미성년자였다.
“이서하 학생의 신원과 주변 관계를 즉시 조사하십시오.”
국장이 말했다.
“전담 대응팀도 구성하세요. 단, 어디까지나 보호와 상황 파악이 목적입니다. 저 존재를 적대 대상으로 규정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자극하지 마세요. 현장 인원 전부에게 선제공격 금지 지침을 다시 전달하십시오.”
“이미 전달했습니다.”
“한 번 더 전달해요.”
“네, 국장님.”
정미주가 지시를 입력하려던 순간, 옆자리 요원이 새로운 보고서를 전송했다.
“국장님, 추가로 확인된 사항이 있습니다.”
“뭡니까?”
“함께 입장했던 파티, ‘청은의 날개’의 리더가 계약 발생 직후 이서하 학생을 버리고 도주한 사실이 목격자 진술과 던전 기록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리더 이름은?”
“박준혁입니다.”
“그 새끼는 나중에 따로 처리하고.”
“국장님?”
“아, 실언입니다.”
국장이 헛기침했다.
“길드 관련 규정과 던전 안전법에 따라 절차대로 조사하세요.”
정미주는 국장의 얼굴에 잠깐 스쳐간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규정과 인간적인 분노 사이에서 잠시 흔들린 얼굴이었다.
“일단 그건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지금 가장 급한 건 저 존재의 정체와 계약 구조를 파악하는 겁니다.”
국장이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리고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돌아갈 방법이 없다면 어떻게 합니까?”
정미주의 질문에 국장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실시간 화면 속 강태룡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무심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마치 인간 세상의 소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그 경우에는…….”
국장이 낮게 말했다.
“저 존재가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법부터 만들어야겠지.”
*
나는 그런 상황실 대화가 오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게이트 앞에서 최인호 감정관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서하 학생. 오늘은 일단 귀가하셔도 됩니다.”
“그냥 가도 돼요?”
“귀가 조치라고는 하지만, 내일 오전에 관리국으로 출석해 정식 조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계약 과정과 던전 내부 상황도 자세히 확인해야 하고요.”
최인호가 말을 멈추고 강태룡을 바라봤다.
“강태룡 씨도 동행해주셔야 합니다.”
“씨?”
강태룡이 반응했다.
“나를 부르는 건가?”
“네. 현재로서는 그렇게 호칭하는 편이 가장 적절할 것 같습니다.”
강태룡은 ‘씨’라는 호칭이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 잠시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나쁘진 않군.”
다행히 통과한 모양이었다.
최인호가 명함 같은 카드를 내게 건넸다.
“밤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이 번호로 즉시 연락해주십시오. 24시간 대응 가능합니다.”
“24시간이요?”
“네. 연락이 들어오면 전담 인력이 바로 대응할 겁니다.”
배달 앱 고객센터도 이렇게까지 신속하지는 않을 텐데.
국가기관이 이 정도로 긴장하는 걸 보니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게 다시 한번 실감 났다.
강태룡이 내 옆으로 다가와 낮게 물었다.
“어이, 마스터. 나는 이제 뭘 하면 되는 거지?”
그의 그림자가 나를 완전히 덮었다.
순간 해가 진 줄 알았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일단…… 저희 집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요.”
강태룡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집이라니. 인간 세계의 주거지를 말하는 거지?”
“네.”
“그거 괜찮겠냐? 나 몸집이 이런데.”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이 모든 일이 얼마나 현실적인 문제로 이어지는지 깨달았다.
반지하 방 하나.
여동생 병원비를 내고 나면 남는 돈도 거의 없는데, 2미터가 넘는 화룡을 대체 어디에 재우지?
머릿속으로 방 구조를 그려봤다.
옷장을 치우면 자리가 나려나.
아니, 옷장을 치워도 저 어깨가 현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까?
우리 집 문 폭이 몇 센티였더라.
이런 걸 걱정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황룡이 강태룡의 주머니에서 다시 튀어나왔다.
“참고로 사부님은 식사도 인간 기준으로 상당량이 필요합니다.”
나는 불길한 기분으로 물었다.
“어느 정도요?”
“대략 하루에 성인 열 명분에 해당하는 열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열 명분?
나는 숫자를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다.
“열…… 명분이요?”
“정확히는 열두 명분에 가깝습니다. 다만 사부님이 겸손하게 자체 절식 중이시므로 열 명분으로 조정했습니다.”
겸손이라는 단어를 저렇게 쓰는 경우는 처음 봤다.
삼각김밥 두 개로 사흘을 버티던 내가 이제 열 명분의 식사를 감당해야 한다니.
편의점 폐기 도시락을 노려야 하나.
아니면 대형 마트 마감 세일 시간을 전부 외워야 하나.
머릿속이 벌써 장보기 계획으로 가득 찼다.
[욥기 41:1, 네가 낚시로 리워야단을 낚을 수 있겠느냐]
낚긴 낚았는데.
이게 나를 굶겨 죽이려고 낚인 거였나.
강태룡이 내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걱정 마라, 마스터. 식비는 내가 알아서 구해오지.”
“구해온다니, 어디서요?”
“인간 세계에도 사냥감은 있겠지.”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나는 반사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통제선 근처에 있던 관리국 요원 몇 명이 움찔하며 우리 쪽을 돌아봤다.
나는 황급히 목소리를 낮췄다.
“그거 하면 저 진짜 감옥 갈 수도 있어요.”
강태룡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먹을 것을 사냥했는데 왜 네가 감옥에 가지?”
“그걸 지금부터 설명하려면 법률부터 시작해야 해서요. 일단 사냥은 안 된다는 것만 기억하세요.”
“인간 세상은 복잡하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게이트 너머로 붉게 물든 하늘이 보였다.
바람이 한 번 훅 불어와 강태룡의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그 모습이 어이없게도 잘생겨서 오히려 현실감이 더 없어졌다.
나는 관리국에서 받은 카드를 주머니에 넣고 출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요. 집부터 어떻게든 해봐야죠.”
강태룡이 내 뒤를 따랐다.
황룡도 그의 어깨 옆을 둥실거리며 날아왔다.
통제선이 열리고, 관리국 요원들이 길을 비켜줬다.
누구도 우리를 막지는 않았다.
대신 우리가 지나가는 동안 수십 개의 시선이 한순간도 강태룡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
같은 시각, 관리국 중앙상황실.
정미주의 모니터에 새로운 승인 창이 떠올랐다.
[특별 관찰 대상 등록]
[대상 1: 이서하-신화급 UR 테이머]
[대상 2: 강태룡-분류 불가 초월 존재]
[위험도: 산정 보류]
[관찰 등급: 국가안보 특별관리 1급]
정미주가 국장을 돌아봤다.
“특별 관찰 대상으로 등록됐습니다.”
국장은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현장 감시팀은?”
“1팀과 3팀이 대기 중입니다.”
“1팀만 붙이세요. 인원이 많으면 눈에 띕니다.”
“접촉 지침은 어떻게 할까요?”
“접촉 금지. 개입 금지. 대상이 먼저 도움을 요청하거나 민간인 피해가 예상될 때만 움직입니다.”
정미주가 명령을 입력했다.
[감시 1팀 배치 승인]
[추적 대상 위치 정보 연동]
[실시간 동선 보고 개시]
“그리고 명심하세요.”
국장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건 체포 작전이 아닙니다. 저 학생을 보호하고, 저 존재를 이해하기 위한 관찰입니다.”
“알겠습니다.”
정미주가 송신 버튼을 눌렀다.
“감시 1팀, 임무 개시하십시오. 대상과의 거리는 최소 백 미터 이상 유지. 직접 접촉하지 말고 이동 경로만 보고하세요.”
―감시 1팀, 수신했습니다.
게이트 인근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검은색 승합차의 시동이 조용히 걸렸다.
전면 모니터에는 이서하와 강태룡의 위치를 나타내는 두 개의 점이 나란히 움직이고 있었다.
승합차는 두 사람이 통제 구역을 벗어난 뒤에도 충분한 거리를 유지한 채 천천히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