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던전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나는 아직도 내가 왜 여기까지 뛰어왔는지 스스로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부터 여기까지,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달려온 게 대체 몇 분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해고당한 팀 걱정할 이유가 없잖아.'
그렇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몸은 이미 100층으로 향하는 전용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발이 먼저 움직이고 머리는 그 뒤를 겨우 쫓아가는 느낌이었다. 이럴 때마다 나는 내가 두 사람으로 나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계산하는 나와, 뛰어가는 나. 오늘은 후자가 압승이었다.
서지혁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맞으며 말했다.
"유담 씨, 이거 진짜 큰일 났어요."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고, 손에 쥔 태블릿은 신호를 잃었는지 화면이 새하얗게 깜빡이고 있었다.
"태윤 님이 결계를 강제로 해제하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뒤로 통신이 전부 끊겼어요."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물었다.
"몇 명이나 들어갔어요?"
"팀 전원 다섯 명이요. 촬영팀까지 합치면 일곱 명이요."
나는 그 숫자를 듣고 입술을 깨물었다. 다섯에 둘을 더하면 일곱. 산수는 간단했지만, 그 산수가 의미하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잔영이 얼마나 예민한 상태인지 알 수 없는 지금, 그 안에 들어간 사람이 많다는 건 좋은 소식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인질의 숫자가 늘어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나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애써 무시하며 숫자판을 노려봤다. 98, 99, 100. 숫자가 올라갈수록 귀가 먹먹해지는 것 같았는데, 그게 고도 때문인지 긴장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100층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익숙한 공기의 밀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평소라면 서늘하고 잔잔했던 결계 안쪽 공기가, 지금은 마치 폭풍 직전의 저기압처럼 무겁게 짓눌러왔다. 피부에 닿는 공기 자체가 다른 물질처럼 느껴졌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바닥에 저릿한 진동이 전해져 왔다.
나는 걸음을 옮기며 봉인실 안쪽으로 향했고, 복도를 지나는 내내 벽면에 새겨진 균열들을 봤다. 원래는 매끈했던 결계 벽이 마치 유리에 망치를 내려친 것처럼 거미줄 모양으로 갈라져 있었고, 그 틈새로 붉은빛이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광경에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강태윤과 팀원들이 봉인실 중심에서 반쯤 무너진 결계 파편 사이에 쓰러져 있었고, 그 위로 거대한 검은 날개가 봉인실 천장까지 뒤덮으며 펼쳐져 있었다. 날개 하나의 길이만 해도 못해도 십오 미터는 넘어 보였다. 마치 폐쇄된 체육관에 억지로 밀어 넣은 여객기 날개처럼, 그 존재감은 공간을 압도하고 있었다.
마신 잔영이었다.
그러나 평소 내가 알던 그 조용하고 나른한 존재가 아니었다. 눈동자는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었고, 결계 전체가 그 존재의 분노에 짓눌려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치 용암이 살갗을 뚫고 나오려는 것처럼, 그 붉은 빛은 안에서부터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어디에······ 갔었습니까, 유담님."
그 목소리는 낮았지만, 봉인실 전체를 뒤흔드는 진동을 동반하고 있었다. 마치 저음의 스피커를 최대 출력으로 틀어놓은 것 같았고, 그 진동은 발바닥을 타고 올라와 심장까지 흔들었다.
강태윤이 겨우 몸을 일으키며 신음했다.
"저, 저게 대체······ 뭐야, 이런 게 100층에 있었다고?"
그의 목소리에는 그동안의 허세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서 늘 자신만만하던 그 표정은 사라지고, 지금은 그저 겁에 질린 한 사람의 얼굴만 남아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묘하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삼 년 동안 내가 관리하던 자리에 저 사람이 앉은 지 며칠 만에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는 게, 어딘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마신 잔영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 순간, 나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걸 느끼면서도, 이상하게도 다리가 저절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니야?'
머릿속에서는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몸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럴 때 보면 내 몸이 내 머리보다 훨씬 용감한 건지, 아니면 그냥 생각이 없는 건지 헷갈렸다.
"제가 왔어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봉인실 안쪽으로 한 걸음 더 들어섰다. 발밑에서 결계 파편이 자갈처럼 바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강태윤이 뒤에서 다급하게 외쳤다.
"유담 씨, 뭐 하는 거예요! 그거 위험한 거라고!"
나는 그 말을 무시하며 계속 걸었다. 등 뒤로 서지혁이 뭐라 소리치는 것도 같았지만, 그 소리 역시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뭉개져 들렸다. 마신 잔영의 날개가 서서히 접히기 시작했지만, 그 붉은 눈동자는 여전히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흔들림의 폭이 조금씩 줄어드는 게, 마치 폭풍이 잠시 숨을 고르는 것처럼 보였다.
"저것들이,"
잔영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유담님의 자리를 빼앗았습니다."
나는 순간 등 뒤에서 강태윤이 헛숨을 삼키는 소리를 들었다. 그 짧은 숨소리 하나에 그가 지금 얼마나 겁을 먹고 있는지가 다 담겨 있었다.
잔영의 시선이 다시 강태윤 쪽으로 옮겨가는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 사이를 가로막듯 뻗었다.
콰드드드득—!
결계 파편이 사방으로 튀며 봉인실 전체가 흔들렸다. 파편 하나가 내 발치를 스치고 지나가며 바닥에 깊은 흠집을 냈는데, 나는 그걸 보면서도 이상하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그 진동 속에서도 이상하게 평온한 목소리로 입을 열고 있었다.
"괜찮아요, 제가 얘기 좀 할게요."
강태윤이 뒤에서 뭔가 소리치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는 이제 아득하게 멀어지는 것처럼 들렸다. 마치 이 봉인실 안에는 나와 저 존재, 둘만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마신 잔영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몇 초가, 몇 분처럼 느껴졌다.
그 눈빛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삼 년 만에 처음으로—저 존재가 얼마나 거대한 힘을 억누르고 있었는지를 실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잔영은, 어쩌면 이 존재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했던 게 아닐까.
그 생각이 들자마자,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소름이 쫙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