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타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

4화

유이슬은 숨을 죽였다. 감방 안은 어둡고 축축했다. 돌벽 틈으로 스며든 물기가 바닥을 적셨고, 그 위로 얇은 지푸라기 몇 가닥이 흩어져 있었다. 벽에 등을 붙이고 앉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셀 수 없었다. 시간의 흐름은 이곳에서 아무 의미도 없었다. 창살 밖으로 스며드는 달빛만이 밤이 깊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곰팡이 냄새. 젖은 돌 냄새. 피 냄새가 아직도 코끝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냄새들 사이로, 낯선 냄새 하나가 섞여 들었다. 흙과 풀, 그리고 사람의 살냄새. 익숙한 냄새였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냄새였다. 소리는 감방 안쪽 벽, 좁은 배수구가 있는 방향에서 들려왔다. 손톱으로 돌을 긁는 소리에 이어, 낮게 억누른 숨소리가 섞여 들었다. 유이슬의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쿵, 하고 한 번 크게 뛰더니, 그대로 멈춘 것처럼 조용해졌다.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병사들의 발소리이거나, 쥐가 지나가는 소리이거나. 하지만 몸은 이미 그쪽으로 돌아앉아 있었다. "이슬아."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 한가운데가 뜨거워졌다. 손바닥 안쪽에서 옅은 빛이 맺혔다. 웅— 빛은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피어났다. 언제나 그랬다. 이 힘은, 그녀가 통제하기 전에 먼저 반응했다. 마치 몸이 그녀보다 먼저 알고 있는 것처럼. "도현아." 작은 그림자가 배수구를 비집고 들어왔다. 흙투성이 얼굴에, 옷은 여기저기 찢겨 있었다. 팔뚝에는 긁힌 상처가 선명했고, 무릎 쪽 바지는 아예 뜯겨 나가 맨살이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그 눈은 그대로였다. 아이스블루빛 눈동자. 어릴 적부터 변함없던 그 눈이었다. 유이슬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손끝이 그의 뺨에 닿기 직전, 멈췄다. "괜찮아? 다친 데 없어?" 도현이 다급히 다가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매를 맞았는데…… 다 나았어." "뭐?" 도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는 유이슬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팔뚝에는 이미 자국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붉은 흉터도, 부어오른 살도 없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깨끗했다. "어떻게……" "됐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너,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잡혀갔다고 들었는데." 유이슬은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손끝에서 그의 체온이 느껴졌다.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그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도현은 잠시 고개를 떨궜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게 보였다. "경비병한테 잡혀서 다른 옥사에 갇혔었어. 거기서 이틀 갇혀 있다가, 오늘 낮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도망쳤어. 그러다 소문을 들었어. 네가 여기 있다고." "이틀이나……" 유이슬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틀 동안 그가 어디서 무엇을 견뎌냈는지, 짐작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위험했잖아. 다시 잡히면—" "상관없어." 도현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네가 여기 있는데 나 혼자 도망칠 순 없잖아." 유이슬은 그 말에 목이 메었다.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함께였다. 부모 없는 아이들끼리 모여 살던 뒷골목에서, 유이슬이 처음으로 자신의 힘을 알게 되었던 그 순간에도 도현이 곁에 있었다. 그날은 유난히 추운 겨울밤이었다. 골목 어귀에서 다리를 저는 들개 한 마리를 발견했고, 유이슬은 그저 그 곁에 손을 대었을 뿐이었다. 다음 순간, 손바닥에서 빛이 새어 나왔고 들개의 다리는 언제 다쳤냐는 듯 멀쩡히 걸어갔다. 상처 입은 들개를 낫게 해주었을 때,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것도 도현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겁에 질려 도망쳤을 때, 도현만이 그 자리에 남아 그녀의 손을 살펴보았다. 무섭지 않냐고 물었을 때, 도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었다. "무섭지 않아. 신기해." 그 말이 유이슬의 어린 시절을 지탱해 준 유일한 문장이었다. 그 후로도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 도현이 다치면 유이슬이 먼저 알았다. 명치끝이 갑자기 아려오거나, 손끝이 저려오는 식으로. 그럴 때마다 그녀는 도현을 찾아 뛰었고, 신기하게도 매번 그는 어딘가에서 다친 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이슬이 위험하면 도현이 먼저 느꼈다. 그가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오는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이유를 물으면 그는 항상 같은 대답을 했다. "그냥, 알았어. 네가 위험하다는 걸." 마치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실이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 누구도 그 실을 볼 수 없었지만, 두 사람만은 그것이 존재한다는 걸 확신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실은 여전히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이슬아. 여기서 나가야 해." "어떻게. 병사들이 밖을 지키고 있어." "배수구로 나갈 수 있어. 좁지만, 너 정도면 지나갈 수 있을 거야." 도현이 배수구 쪽을 가리켰다. 어른 남자 하나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틈이었다. 그가 그 좁은 곳을 어떻게 뚫고 왔는지, 그의 팔뚝에 남은 긁힌 상처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유이슬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왜." "내가 도망치면 너까지 위험해져. 태자 전하께서 이미 나를 주시하고 있어. 도망친 죄인을 도운 자로 너까지 몰릴 거야."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태자의 시선이 어떤 것인지, 그녀는 이미 직접 겪어 보았다. 그 눈빛이 도현에게 향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손끝이 차가워졌다. "그런 건 상관없다니까." "나는 상관있어." 유이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너까지 잃고 싶지 않아." 도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그 아이스블루빛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오직 그녀를 향한 걱정만이 담겨 있었다. "그럼 나도 여기 있을게." "안 돼. 그건 더 안 돼." 유이슬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네가 여기 있으면 무슨 소용이야. 같이 잡혀서 같이 죽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야." 도현의 목소리가 커졌다가, 다시 낮아졌다. 그는 숨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 "너를 두고 가라는 거야? 다시?" '다시'라는 말에 유이슬의 가슴이 저릿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녀가 처음 이 힘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던 날, 도현은 그녀를 숨겨주고 자신이 대신 매를 맞았었다. 그때의 상처가 아직도 그의 등에 남아 있을 것이다. 유이슬은 대답을 찾지 못했다. 두 사람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감방 안을 채웠다. 도현의 숨은 거칠었다. 오래 뛰어온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유이슬의 숨은 조심스러웠다.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때, 배수구 저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병사들의 순찰이었다. 발소리는 규칙적이었다. 하나, 둘, 하나, 둘.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가 뒤섞여 들렸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숨어." 유이슬이 급히 속삭였다. 도현은 다시 배수구 쪽으로 몸을 낮췄다. 하지만 완전히 빠져나가지는 않았다. 그저 좁은 틀 안에 몸을 숨긴 채, 그녀를 향해 마지막으로 말했다. 발소리가 점점 커졌다. 유이슬은 벽에 등을 바짝 붙이고, 배수구 앞을 자신의 몸으로 가렸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처럼 뛰었다. "내가 다시 올게. 반드시. 그때까진 절대 죽지 마." "도현아—" "약속해. 살아 있겠다고."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마치 이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 그 좁은 배수구를 기어왔다는 듯이. 유이슬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할게." 도현의 손끝이 그녀의 손을 짧게 스쳤다. 그 순간 다시 그 뜨거움이 번졌다. 웅— 손바닥 안쪽의 빛이 다시 옅게 맺혔다가, 곧 사그라들었다. 도현은 그 빛을 잠시 바라보았다. 눈빛에 애틋함과 불안이 함께 스쳤다. "조심해."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그리고 그는 배수구 안으로 사라졌다. 몸을 접듯이 좁은 틈으로 밀어 넣는 소리가 들렸다. 흙이 부스러지는 소리, 옷이 돌에 긁히는 소리. 그리고 곧,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발소리가 감방 앞을 지나갔다. 병사 하나가 창살 안을 무심히 들여다보고는 그대로 지나쳤다. 그 짧은 순간, 유이슬은 숨을 완전히 멈췄다. 병사의 시선이 배수구 쪽으로 향하지 않기를, 오직 그것만을 빌었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다시 정적이 감방을 채웠다. 유이슬은 벽에 몸을 기댔다. 손끝에 남은 온기가 서서히 식어갔다. 그 온기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그녀는 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조금 전까지 맺혔던 빛의 흔적은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손이었다. 흙이 묻고, 상처 하나 남지 않은 이상한 손. 이 힘이 무엇인지, 그녀는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힘 때문에 지금 이 감방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 힘 때문에 도현이 저 좁은 배수구를 목숨을 걸고 기어왔다는 사실이었다. 멀리서 물소리가 들렸다. 도현이 배수구를 따라 멀어지고 있는 소리인지, 아니면 단순한 지하수의 흐름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다짐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고. 살아남아서, 도현이 다시 올 때까지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하지만 그 다짐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감방 밖, 저 멀리서 무거운 발소리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순찰병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발소리였다. 갑옷이 스치는 소리, 그리고 낮게 울리는 명령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유이슬의 손끝이 다시 차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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