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촌장이 지팡이 끝으로 내 이마를 겨눈 순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 이 마을에서 쫓겨나리라는 걸.
지팡이 끝은 낡은 참나무로 깎은 것이었다. 손잡이 부분이 반들반들하게 닳아 있었다. 그 지팡이로 하르만은 벌써 세 사람을 마을에서 내쳤다고 들었다. 다들 돌아오지 못했다는 소문만 남긴 채였다.
"서은채. 네 손목의 낙인이 그 증거다." 촌장 하르만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나는 소매를 끌어당겼다. 붉은 무늬가 살갗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언제부터 생긴 건지도 모르는,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무늬였다.
처음 이 무늬를 발견한 건 세 해 전 겨울이었다. 우물가에서 손을 씻다가 소매가 걷혔고, 붉은 실선이 손목뼈를 따라 얼기설기 뻗어 있는 걸 보고 나는 기겁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말한다고 해서 나아질 게 없다는 걸, 이 마을에서 나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내가 말했다. "이게 왜 여기 있는지, 저도 몰라요."
"모른다는 말이 죄를 씻어주진 않는다." 하르만이 지팡이를 거두며 등을 돌렸다. "올해 밭이 세 번이나 얼어붙었다. 강물이 거꾸로 흘렀다는 목격자도 있었지. 그 재앙이 시작된 시기와 네가 나타난 시기가 겹친다."
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재앙의 원흉이라니. 나는 그냥 고아였다. 부모도 없이 이 마을 변두리에서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하며 자란, 아무 힘도 없는 열여덟 살짜리였다.
'논리로 보면 말이 안 된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나타난 시기와 밭이 언 시기가 겹친다고 해도, 그게 인과관계라는 증거는 아니잖아. 우연이 겹쳤을 뿐이다.'
하지만 이 마을에서 논리는 통하지 않았다. 이곳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이유가 아니라 화풀이할 대상이었다.
항변할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대장간 주인의 딸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여자애가 온 뒤로 젖소도 세 마리나 죽었잖아요!"
"맞아, 맞아." 옆에서 누군가 맞장구를 쳤다.
"그러고 보니 지난달에 방앗간 지붕도 무너졌잖아."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것도 저 애 때문이었을지 몰라."
말이 말을 낳고 있었다. 아무 근거도 없는 말들이 삽시간에 눈덩이처럼 부풀었다. 나는 그 광경을 멀거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방앗간 지붕까지 무너뜨렸다고? 나는 지붕에 올라간 적도 없는데.'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어 나를 에워쌌다. 눈빛들이 하나같이 낯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에게 빵을 나눠주던 사람들이었는데.
빵집 아주머니도 그 무리 속에 있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남은 빵 조각을 몰래 챙겨주며 "얼른 먹고 가, 누가 보면 안 되니까" 하고 속삭이던 사람이었다. 지금 그 아주머니는 다른 이들과 똑같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떨어뜨렸다.
'이럴 땐 침착하게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증거가 없다고 말하면 될 것이다. 그럼 저들도 물러날 것이다.'
틀린 생각이었다.
증거는 처음부터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그저 몰아붙일 명분 하나였고, 손목의 낙인은 충분한 명분이 되어주었다.
"내쫓아라!" 누군가 외쳤다.
그 한마디에 사람들은 나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등을 떠밀리고, 팔을 잡혔고, 어느새 나는 마을 어귀의 좁은 다리 앞까지 끌려와 있었다. 다리 아래로는 겨울 강물이 검게 흐르고 있었다.
나는 발을 버텨보려 했지만 이미 여러 사람의 손에 붙잡힌 몸이었다. 신발 밑창이 얼어붙은 흙바닥을 긁으며 미끄러졌다. 누군가 내 등을 세게 밀었고, 나는 앞으로 몇 걸음이나 끌려나갔다.
"돌아오지 마." 하르만이 말했다. "돌아오면, 이번엔 죽인다."
죽인다는 말이 이렇게 담담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저 사람은 평생 나에게 별다른 감정을 가져본 적도 없을 텐데, 지금은 마치 오래 묵혀둔 원한을 갈아내듯 말하고 있었다.
나는 뒷걸음질 쳤다. 발밑이 미끄러웠다. 다리 난간을 잡으려 했지만 손끝이 이끼 낀 나무를 헛짚었다.
'잡아야 한다.' 손끝에 힘을 주었다. '이 난간만 잡으면 넘어지지 않을 거야.'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왔다.
"어차피 강에 빠져 죽어도 상관없지."
웃음소리가 뒤따랐다.
여러 사람의 웃음이었다. 낮고 즐거운, 마치 재밋거리를 구경하듯 하는 웃음이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등 뒤로 들으며 몸이 기울어지는 걸 느꼈다.
나는 균형을 잃었다. 세상이 옆으로 기울었다.
"어……"
짧은 외마디와 함께 몸이 붕 떠올랐다가, 차가움이 사방에서 나를 삼켰다. 물이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코와 입으로 밀려들었다. 팔다리를 허우적거려도 몸은 계속 아래로, 아래로 끌려갔다.
귀가 먹먹했다. 물속에서 소리는 이상하게 뒤틀려 들렸다. 마을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하르만의 목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오직 물이 내 몸을 휘감는 소리, 심장이 뛰는 소리만 크게 울렸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이대로 죽는 건가.'
이상하게도 무섭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갔다. 손끝이 저릿저릿했고,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물살이 나를 강 아래쪽으로 밀어냈다. 나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눈앞이 어두워지고, 마지막으로 떠오른 건 낯익지 않은 풍경 하나였다. 네모난 상자들이 빽빽하게 늘어선 거리, 밝은 불빛, 처음 보는 사람들의 얼굴.
그건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이었다. 이 마을에는 저런 상자 같은 건물도, 저런 밝은 불빛도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까.
그게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의식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