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돌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좁은 통로를 가득 채운 순간, 나는 등에 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끌어내리며 은서를 향해 소리쳤다. "피그말리우스 꺼내." 목소리가 갈라졌던가 싶었지만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다급한 명령에 은서는 잠시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아무 말 없이 케이스를 열어 자신의 바이올린을 꺼내 어깨에 올렸는데, 그 손끝이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저 손끝이 떨리는 걸 본 게 몇 번째던가. 예전 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나는 늘 저 떨림 앞에서 무력했던 기억이 있다. 다만 지금은 그 무력함을 즐길 여유조차 없다는 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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