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당장 짐을 싸서 나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혼자 나가는 것과, 아무 준비 없이 나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세하령 장부 사본이 서랍 안에 있었다. 원본은 서고에, 사본은 내 손에.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장부는 그 자체로는 재산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보는 재산이었다. 세하령의 상인 명단, 소작농의 경작 규모, 매년 거래되는 곡물량과 가격 변동표. 10년 동안 내가 직접 관리하며 쌓은 것들이었다.
서랍을 열고 장부를 꺼내 책상 위에 펼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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