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붉은 빛이 방 전체를 집어삼키는 순간, 나는 눈앞이 온통 핏빛으로 번지는 걸 느끼면서도 발을 뒤로 끌어 자세를 잡았다. '조명 담당자가 좀 과했군.' 이런 순간에도 실없는 생각이 스치는 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여유가 남은 모양이었는데, 그 여유가 사실은 두려움을 감추는 얇은 막이라는 걸 나조차 모르지 않았다. 손바닥에 스며드는 땀이 검자루를 미끄럽게 만들었고, 나는 그 감각이 거슬려서 손을 몇 번이나 고쳐 쥐었다. 수호병기의 몸통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관절의 푸른 문양을 타고 흐르며 점점 더 밝아졌고, 그 빛이 눈동자처럼 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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