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심장 없는 초월자

2화

이곳에는 규칙이 하나뿐이었다. 강한 것이 약한 것을 먹는다. 형체 없는 영혼들이 부딪히면 한쪽이 흩어졌다. 흩어진 쪽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세 번 목격한 뒤에야 이해했다. 이곳에서 죽으면 두 번째 죽음이었다. 처음엔 얻어맞았다. 형체도 제대로 못 잡은 것들에게 밀려나고, 빼앗기고, 짓눌렸다. 일어났다. 또 밀려났다. 또 일어났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한 가지를 배웠다. 버티는 것. 생각하지 않았다. 두려워하지 않았다. 다만 몸을 웅크리고, 숨을 참고, 다음 순간을 기다렸다.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시간이 지났다. 그러는 사이 나는 형체를 만드는 법을 익혔다. 손을, 팔을, 어깨를. 어설프게나마. 그러나 어느 날, 거대한 무언가가 이 공간을 훑고 지나갔다. 나보다 몇 배는 큰 존재였다. 도망쳤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발밑이 무너졌다. 떨어졌다. 또 떨어졌다. 끝없이 떨어지다가, 어느 순간 부딪혔다. 딱딱한 바닥이었다. 처음으로 무언가에 닿았다. 주위를 둘러봤다. 빛이 있었다.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히 빛이었다. 나는 그쪽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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