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심장 없는 초월자

3화

빛을 따라간 곳에는 좁은 틈이 있었다. 그 틈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안쪽은 넓었다. 오래된 석실 같았다. 벽에 새겨진 문양들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그녀가 있었다. 장신의 여인이었다. 분홍색 긴 치마가 바닥까지 흘러내렸고, 표정은 아이처럼 유아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웃었다. "드디어 왔구나."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가 다가와 내 얼굴을 들여다봤다. "심장이 뛰지 않는데, 너는 여전히 너로구나." 그 말이 무언가를 건드렸다.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서연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잃어버린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울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끝내 울었다. 형체도 제대로 없는 몸으로, 나는 소리 내어 울었다. 그녀는 말없이 기다렸다. 눈물이 멈추자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유채린이다. 청연봉의 봉주다." 그녀의 손끝에서 무언가가 흘러들어왔다. 뜨거웠다. 심장이 없는 곳이 타올랐다. "이건 유산이다. 받아들일지는 네가 정해라." 나는 대답 대신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몸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처음으로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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