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심장 없는 초월자

5화

산속에서의 시간은 짧았지만 밀도가 높았다. 하루는 그것을 억누르는 데만 썼다. 다음 날은 반대로 풀어놓았다. 그다음엔 조절하는 법을 익혔다. 몸이 변했다. 눈빛이 변했다.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나는 처음의 내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으로 내려왔다. 흑암숲 초입에서 소란이 들렸다. 나뭇가지 사이로 은빛 기운과 붉은 기운이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었다. 한쪽은 우아한 정령이었다. 이수아. 화룡목을 지키려 몸을 던지고 있었다. 다른 한쪽은 홍발의 어린 소녀였다. 여덟아홉 살쯤 되어 보였지만, 뿜어내는 기운은 결코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안소이. 두 기운이 부딪힐 때마다 숲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 아래, 거대한 체구의 청년이 쓰러져 있었다. 대지의 기운이 그를 거부하듯 밀어내고 있었다. 박태산이었다. 상처에서 흙빛 피가 흘렀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손을 뻗었다. 안에서 잠들어 있던 그것이 처음으로 밖을 향해 흘러나갔다. 숲의 모든 소리가 일순 멈췄다. 이수아가 나를 돌아봤다. 눈빛에 경계와 놀라움이 동시에 스쳤다. 그리고 그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강도현?"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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