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몰락문파 남매의 요괴사냥

4화

사흘째 되는 날, 나는 동이 트기도 전에 눈을 떴다. 창밖은 아직 푸르스름한 어둠에 잠겨 있었고, 방문 틈으로 스며드는 공기는 서늘하게 살갗을 파고들었다. 나는 이불을 걷고 일어나 어제 손질해 둔 부적 뭉치를 다시 한번 점검했다. 종이의 결을 따라 손끝으로 쓸어보니, 밤새 스며든 습기 때문인지 미묘하게 눅눅한 감촉이 느껴졌다. "오라버니, 준비 다 됐어?" 문밖에서 하다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자 그녀는 벌써 채비를 마치고 목재 상자를 품에 안은 채 서 있었다. 눈빛에는 긴장과 흥분이 뒤섞여 있었고, 볼은 아침 냉기에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래. 가자." 우리는 태수부를 나서 백하 강가로 향했다. 강현도는 이미 지팡이 대신 검을 짚고 앞장서 걷고 있었고, 묵진은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각자의 각오가 배어 있는 듯했다. 강가에 다다르자, 강물은 안개에 젖어 회백색으로 흐르고 있었다. 물비린내와 함께 어딘가 썩은 듯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고, 그 냄새는 목구멍 깊숙이까지 스며들어 헛기침을 유발할 정도였다. 강가 근처에는 부서진 배와 흩어진 그물 조각들이 최근의 참사를 증명하듯 나뒹굴고 있었다. 뱃머리는 반쪽으로 갈라져 있었고, 그물은 마치 누군가 이빨로 물어뜯은 듯 갈래갈래 찢겨 있었다. 나는 그 잔해를 보며 목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저게 사람이 당한 자리라면...' 생각을 채 끝맺기도 전에, 강현도가 지팡이 대신 든 검을 강물 쪽으로 겨누며 낮게 말했다. "저기 있는 것 같군." 물결 아래,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이며 수면을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그 그림자는 마치 숨을 쉬듯 일정한 간격으로 부풀었다가 잦아들었다. 강 상류 쪽을 돌아보니, 사우량 일행은 이미 진을 치고 우리 쪽을 흘겨보며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의 도복은 아침 이슬에도 흠 하나 없이 깨끗했고, 그 여유로운 태도가 오히려 신경을 긁었다. "먼저 퇴치하는 쪽이 이기는 거다. 잊지 마라." 사우량의 목소리가 안개를 뚫고 넘어왔다. 그 어조에는 이미 승리를 확신한 자의 여유가 짙게 배어 있었다. "흥, 어디 두고 봅시다." 옆에 있던 그의 제자 하나가 낄낄거리며 덧붙였다. 나는 그 말에 답하지 않고, 대신 부적 뭉치를 꺼내 펼쳤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것이 두려움인지 흥분인지 나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다린, 진의 자리를 잡는다." "응!" 하다린이 목재 상자를 열자, 그 안에서 칠흑빛 대검이 서늘한 빛을 뿜으며 드러났다. 검신에 새겨진 문양이 손목의 붉은 구슬과 공명하듯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 장난기 어린 얼굴이었던 것이, 검을 쥐는 순간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나는 강가 다섯 지점에 부적을 꽂아 넣으며 진언을 읊었다. 흙은 아직 축축했고, 부적을 꽂을 때마다 손끝에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천지현황 만뢰귀일(天地玄黃 萬雷歸一)!" 부적들이 일제히 타오르듯 빛을 내며 강 주변에 희미한 결계선을 그려냈다. 그 빛은 안개 속에서 마치 실처럼 이어지며 다섯 개의 점을 하나의 원으로 묶어냈다. 그 순간, 강물이 거세게 요동치며 검은 형체가 수면을 뚫고 튀어나왔다. - 콰아아앙!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어 얼굴에 차갑게 부딫혔다. 비늘로 뒤덮인 거대한 몸체와, 사람의 얼굴을 흉측하게 뒤틀어놓은 듯한 이목구비가 안개 사이로 드러났다. 눈은 노랗게 빛났고, 입가에는 검은 진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요괴는 낮게 울부짖으며 우리를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 그 안쪽에서 풍겨오는 냄새는 강가의 썩은 냄새보다 더 짙고 역했다. "물러서지 마!" 나는 진의 중심에서 손을 뻗어 흐름을 조율했고, 결계선이 요괴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늦추는 것을 느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실이 그 거대한 몸을 붙잡아 매는 듯한 감각이었다. 하다린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대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 쐐애액! 칠흑빛 검신이 안개를 가르며 요괴의 몸통을 그대로 베어 넘겼다. 검이 지나간 자리에서 검은 피가 튀어 강물 위로 흩어졌다. "으르르릉!" 요괴가 고통스러운 울음을 토하며 뒷걸음질쳤지만, 그 상처는 곧 검은 안개로 뒤덮이며 다시 아물어갔다. 상처가 아무는 속도가 이상하리만치 빨랐다. "재생하는 종류인가." 강현도가 낮게 중얼거리며 검을 들었다. 그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음의 기운으로 근원을 눌러야겠군. 서하, 그 진법 유지할 수 있겠나."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를 악물며 부적의 흐름에 정신을 집중했다. 온몸의 기운이 진법을 통해 빨려나가는 듯한 감각에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관자놀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려 턱 끝에 매달렸다가 떨어졌다. 강현도가 강물을 향해 검을 내리치며 낮은 구결을 읊자, 검신에서 짙은 어둠의 기운이 흘러나와 요괴의 몸을 휘감았다. 그 기운은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요괴의 사지를 타고 오르며 조여들었다. "묵진!" 그의 부름과 동시에, 조용히 서 있던 묵진이 앞으로 나서며 두 손을 모았다. 그의 걸음은 느렸지만, 그 느림 속에 흔들림 없는 무게가 있었다. "금강선(金剛禪)." 낮은 읊조림과 함께, 그의 손끝에서 금빛 기운이 뭉쳐지더니 요괴의 재생하는 상처 부위를 정확히 짓눌렀다. - 퍽! 요괴의 몸이 순간 굳어지는 듯했다. 상처 부위에서 검은 안개가 더 이상 흘러나오지 못하고 멈춰버렸다. "기회다, 다린!" 나는 진법의 흐름을 순간적으로 요괴의 심장부에 집중시키며 외쳤다. 손끝에서부터 팔뚝까지 저릿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지금 놓치면 다시는 이런 틈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하다린이 대검을 양손으로 고쳐 잡고, 몸을 낮춘 채 요괴를 향해 전신을 던졌다. 그녀의 발이 젖은 흙을 박차며 튀어 오르는 순간, 나는 숨을 삼켰다. "칠흑귀참(漆黑鬼斬)!" 검신이 어둠보다 더 짙은 빛을 뿜으며 요괴의 목덜미를 그대로 관통했다. - 콰지지직! 요괴의 몸이 검은 안개로 산산이 흩어지며, 마침내 강가에는 정적만이 남았다. 안개 사이로 흩어지는 검은 기운이 바람에 실려 사라지는 모습을, 나는 멍하니 지켜보았다. "...끝났다." 나는 그제야 무릎을 꿇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후련했다. 손끝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옷은 진땀에 젖어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상류 쪽에서 지켜보던 사우량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이, 이럴 리가..." 그가 뭐라 항변하려 했지만, 이미 강가에 몰려든 백성들의 환호성이 그 목소리를 덮어버렸다. "청풍문 도사님들 만세!" "저 어린 처자가 요괴를 벤 거야!" "세상에, 저 대검 좀 봐! 검은빛이 아직도 도는구먼!" 사람들은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고, 몇몇은 무릎을 꿇고 강가를 향해 절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 소란 속에서 사우량의 제자들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하다린이 대검을 어깨에 걸치고 나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대충 닦아내면서도, 그 웃음만큼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라버니, 우리 이긴 거지?" "그래. 이겼어." 나는 그 웃음에 마주 웃어주었지만,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사우량의 원한 어린 시선만큼은 쉽게 무시할 수 없었다. 그 눈빛은 마치 언젠가 이 빚을 갚겠다는 다짐처럼 서늘하게 나를 훑고 지나갔다. '저 눈빛, 오늘로 끝나지는 않겠군.' 그날 저녁, 태수부에서는 우리를 위한 작은 연회가 열렸다. 대청에는 등불이 줄지어 걸렸고, 상 위에는 갓 지은 음식들이 김을 내며 놓여 있었다. 고기 굽는 냄새와 향긋한 술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조현택은 몸소 술을 따라주며 감사를 표했다. "도사님들 덕에 백성들이 발 뻗고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은혜, 어찌 다 갚아야 할지..." 강현도와 묵진도 나란히 자리해 웃음을 나누었다. 강현도는 술잔을 든 채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다가, 이내 껄껄 웃으며 농을 던졌다. "은혜는 술로 갚으면 되는 게지. 태수, 술이 부족하구먼." 그 말에 조현택이 허둥지둥 술병을 더 가져오라 하인을 부르자, 하다린이 옆에서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 웃음소리를 들으며 오랜만에 마음 한구석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연회가 한창일 무렵, 안쪽 방에서 다급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수님! 어머님께서... 어머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연회장의 웃음소리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조현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손에서 술잔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 챙그랑! "어머니께서...!" 그는 뒷말을 채 잇지 못한 채 방문을 향해 뛰쳐나갔다. 발소리가 복도를 따라 급하게 멀어져 갔다. 나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방금까지의 승리감이 순식간에 불길한 예감으로 뒤바뀌는 것을 느꼈다. 강현도와 묵진도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고, 하다린 역시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오라버니, 이거..." 그녀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나 역시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안쪽 방에서 흘러나오는 다급한 발소리와 흐느낌을 그저 듣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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