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안채로 달려갔을 때, 나는 문턱을 넘기도 전에 코끝을 찌르는 이상한 냄새를 먼저 느꼈다.
한약 냄새와는 다른, 축축하고 비릿한 무언가가 방 안 가득 서려 있었다. 등불이 흔들리는 방 안, 창호지 사이로 스며드는 밤바람마저 그 냄새를 실어 나르는 듯했다. 문을 열자 후텁지근한 열기와 함께 그 이상한 향이 훅 끼쳐왔고, 나는 절로 숨을 참았다.
조현택의 모친은 이미 침상 위에 늘어져 온몸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낯빛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고, 입술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숨소리마저 거칠었다. 이불 위로 드러난 손등에는 핏줄이 검게 도드라져 있었는데, 그 색이 마치 먹물을 풀어놓은 듯 기이했다.
"어머니! 어머니!"
조현택이 그 손을 붙잡고 부르짖었지만, 노부인은 눈을 반쯤 뜬 채 초점 없이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 눈동자에는 아무런 빛도 담겨 있지 않았다. 마치 이미 이 세상과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처럼.
방 안에는 이미 의원이 불려와 진맥을 짚고 있었으나, 그의 표정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배어 있었는데, 단순히 더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이것은... 단순한 중풍이나 급병이 아닙니다."
의원이 낮게 중얼거리며 손목을 놓았다. 손목을 놓은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맥이 뒤틀려 있습니다. 마치 몸속의 기운 흐름 자체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어그러진 듯..."
"그 말은."
강현도가 방문 앞에 서서 낮게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평소의 여유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저주, 혹은 사술(邪術)의 흔적이라는 말인가."
의원은 그 말에 차마 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손에 들린 의서(醫書)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평생 병자를 다루어온 자도 감히 입 밖에 내기를 꺼리는 무언가가 이 방 안에 있는 것이었다.
조현택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다가, 겨우 목소리를 짜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정정하셨소. 그런데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끝을 맺지 못하고 흔들렸다. 태수라는 자리에 오른 사내가 이렇게까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머니라는 존재가 그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말해주는 듯했다.
나는 문가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문득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단순한 우연일까.'
요괴를 퇴치한 그날 밤, 하필이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시간을 되짚어보면 너무나도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우리가 요괴를 물리치고 승리감에 젖어 있던 그 순간, 이 안채에서는 전혀 다른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오라버니, 뭔가 이상해.]
하다린이 내 소매를 붙잡으며 전음으로 물었다. 그 눈빛에도 불안이 서려 있었다. 평소라면 장난기 가득한 그 얼굴이, 지금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나도 그래. 좀 더 지켜보자.]
나는 그렇게 답했지만, 속으로는 이미 여러 생각이 뒤엉키고 있었다. 요괴의 사기(邪氣)와 이 방 안에 감도는 냄새가 어딘가 닮아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을 쉽게 지울 수 없었다.
묵진이 조용히 앞으로 나서 노부인의 손목을 살펴보더니, 낮게 입을 열었다. 그의 손끝이 노부인의 맥문(脈門)을 짚는 순간, 나는 그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지는 것을 보았다.
"이 기운, 사특한 냄새가 스며 있습니다. 다만 그 근원이 어디인지는 아직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사특한 냄새라니, 그것이 무슨 뜻입니까."
조현택이 묵진을 향해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실낱같은 희망이 섞여 있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태수님. 사람의 기운이 아닌, 다른 무언가의 흔적이 몸속 깊이 파고들어 있습니다. 마치 뱀이 굴속으로 파고든 것처럼요."
그 말에 조현택의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
그 순간, 방문 밖에서 소란스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투벅투벅.
발소리는 급하면서도 어딘가 자신감이 넘쳤다.
"태수님, 제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우량이 제자들을 대동한 채 방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낮의 패배로 구겨졌던 얼굴에, 이제는 어딘가 계산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의 손에는 붉은 부적과 종이 조각들이 들려 있었는데, 그 모양새가 마치 미리 준비해온 듯 지나치게 완벽했다.
'저것들을 언제 다 준비한 거지.'
나는 그 부적들을 눈으로 훑으며 의문을 품었다. 낮에 그토록 큰 낭패를 당했던 자가, 어찌 이토록 빠르게 이 자리에 나타날 수 있었을까.
"장생문은 예로부터 사특한 기운을 씻어내는 제례에 정통합니다. 태수님, 소인이 직접 제례를 주관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조현택이 얼른 답을 하지 못하고 사우량을 바라보았다.
낮에는 낭패를 당했지만, 지금은 그 어떤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었다. 그의 눈동자가 사우량과 어머니의 얼굴을 번갈아 훑는 것이, 마치 저울질을 하는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제례라 하면..."
"모친의 몸에 스며든 사기를 몰아내는 것이지요. 며칠이면 충분합니다."
사우량의 눈빛이 순간 나와 강현도 쪽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호의가 아니었다. 그 시선은 마치 우리에게 무언가를 경고하는 듯한, 혹은 시험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저자가 왜 저렇게까지...'
나는 낮의 굴욕을 만회하려는 오기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어딘가 그 이상의 것이 도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람이 자존심 때문에 이렇게까지 서두르지는 않는다. 그의 태도에는 조급함이 배어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시간이 그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현도가 낮게 나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서하, 저자의 제안, 순순히 받아들이기엔 뭔가 걸리는 게 있어.]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에겐 태수님을 막을 명분이...]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강현도의 얼굴에도 초조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우리 둘 다, 이 상황을 뒤엎을 만한 확실한 증거를 손에 쥐고 있지 못했다.
"태수님."
결국 사우량이 조현택의 대답을 기다리다 못해 먼저 무릎을 꿇으며 청을 올렸다. 그 동작이 지나치게 매끄러워, 마치 미리 연습한 것처럼 보였다.
"모친의 목숨이 위중합니다. 시간을 끌수록 위험해질 뿐이니, 소인에게 맡겨주십시오."
그 말이 방 안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조현택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조현택은 한참을 갈등하는 얼굴로 어머니의 창백한 손을 내려다보다가, 결국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제례는 사우량 도사에게 맡기겠소."
"성은이 망극합니다!"
사우량이 고개를 조아리며 답했지만, 그 얼굴을 스치는 미소는 슬픔보다는 승리감에 더 가까워 보였다. 고개를 숙인 그 짧은 순간에도, 그의 눈은 나를 향해 있었다.
나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방을 나서며, 강현도가 낮게 중얼거렸다.
"저자가 제례를 저리 서둘러 맡으려는 걸 보면, 뭔가 감추고 싶은 것이 있는 게 분명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슨 증거도 없이 태수님을 설득할 수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낮게 깔려 별빛조차 보이지 않는 밤이었다.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스쳤는데, 그 바람에도 어딘가 축축한 기운이 섞여 있는 듯했다.
묵진이 조용히 내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그의 발걸음은 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는데, 그 자체로 그가 얼마나 오랜 세월 수행을 쌓아왔는지를 짐작케 했다.
"이서하 공, 오늘 진법을 다루는 솜씨를 보고 놀랐습니다. 그 나이에 그런 진력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은..."
그가 말끝을 흐리며 나를 응시했다. 그 시선에 담긴 것은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것이었다. 마치 내 안에 숨겨진 무언가를 꿰뚫어 보려는 듯한, 깊고 서늘한 눈빛이었다.
"과찬이십니다."
나는 애써 겸손하게 답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이 스치고 있었다.
'겉으로는 사우량이 패배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일이 그렇게 간단히 끝날 것 같지 않다.'
묵진은 더 묻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자신의 처소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그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하다린이 내 옆에서 하품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오라버니, 오늘은 진짜 힘들었어. 이제 좀 쉬면 안 돼?"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루 동안 요괴와 싸우고, 진법을 펼치고, 이런 일까지 마주했으니 지칠 만도 했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응! 오라버니, 내일 아침에 깨워줘. 늦게 일어나면 사숙한테 혼나."
하다린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방으로 총총 걸어갔다. 그 뒷모습이 조금 전까지의 무거운 공기를 잠시 잊게 해주었다.
하지만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운 뒤에도, 나는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몇 번이고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낮의 전투에서 느꼈던 피로가 온몸에 남아 있었지만, 머릿속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맑아지고 있었다. 조현택의 모친이 쓰러진 시점, 사우량이 서둘러 나타난 태도,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실로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창밖 어둠 속, 태수부의 안채 쪽에서 낮게 흘러나오는 향 냄새가 어딘가 낯익은 사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그 밤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살짝 열었다. 밤바람이 방 안으로 스며들며, 그 냄새가 더욱 짙게 코끝을 파고들었다. 낮에 요괴와 싸울 때 맡았던 그 비릿하고 축축한 냄새와 분명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 향의 근원이, 다름 아닌 사우량이 머무는 방향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 역시.
나는 창틀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손끝이 저릿할 정도로 차가운 밤바람 속에서, 나는 오래도록 그 어두운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