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일 년이 지난 어느 봄날, 이신은 남경 외곽의 작은 객잔에서 짐꾼으로 일하고 있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술독을 나르고 마당을 쓸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의 손은 어느새 거칠어져 있었는데, 한때 붓을 쥐고 경서를 읽던 소가주의 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흑암산에서 살아 나온 뒤로 그는 이름을 버리고 석중이라 불렸으니, 그 이름 아래 숨어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이 그가 택한 유일한 생존의 방식이었다. 밤이면 이따금 가문이 불타던 화광이 눈앞에 어른거려 잠을 이루지 못했고, 아침이면 다시 술 항아리를 짊어지고 마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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