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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마을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했다. 좁은 골목 사이로 사람들이 바쁘게 오갔고, 낯선 냄새와 소리가 사방에서 밀려왔다. 나무를 태우는 냄새, 기름에 무언가를 튀기는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땀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바퀴 소리, 외침 소리, 흥정하는 소리가 겹겹이 쌓여 하나의 웅웅거림이 되어 귓속을 채웠다. 나는 두 손으로 꼬리를 감싸 안은 채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지…) 귀가 자꾸 소음에 눌려 접혔다. 발밑의 흙바닥은 산속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단단하게 다져진 길, 여기저기 박힌 돌들, 그 위를 지나는 수많은 발자국들. 나는 그 모든 것이 낯설어서 자꾸만 발끝이 움츠러들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몇몇은 나를 흘깃 보고는 눈을 피했고, 몇몇은 대놓고 위아래를 훑어봤다. 어떤 이는 옆사람에게 귀를 기울여 뭔가를 속삭였고, 그 시선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나는 그 시선들이 왜 그런지 알지 못했다. 그저 낯설고 불편했다. 가슴 한가운데가 답답하게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엄마는 이런 곳에 매번 혼자 다녀온 거야…) 문득 그 사실이 실감 나면서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때 누군가 내 팔을 살짝 붙잡았다. "저기, 괜찮아?" 돌아보니 나와 같은 고양이족 여성이 서 있었다. 귀와 꼬리가 나와 비슷했고, 표정에는 걱정이 어려 있었다.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으며, 눈빛에는 경계보다는 염려가 더 짙게 담겨 있었다. "길을 잃은 것 같은데." 그녀는 이름을 지은이라고 밝혔다. 짧게 자른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뾰족한 귀가 살짝 움직였고, 손끝은 내 팔을 잡은 채로 조심스레 힘을 풀었다. "엄마를 찾고 있어요. 며칠째 안 돌아와서…" 나는 더듬거리며 사정을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는 걸 스스로도 느꼈다. 지은은 잠시 내 행색을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낡은 옷차림, 흙투성이가 된 손발, 그리고 어딘가 어색한 몸짓까지 그녀의 눈이 훑고 지나갔다. "일단 관청에 가서 물어보는 게 나을 거야. 실종 신고 같은 거."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몰랐지만, 그녀를 따라가기로 했다. 그녀의 걸음은 이 도시에 완전히 익숙한 사람의 것이었고, 나는 그저 그 뒤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관청으로 향하는 길, 지은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도시는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여도, 밖으로 나가면 사정이 달라." 마을 밖 숲에서 종종 노예 사냥꾼들이 활동한다는 것. 동물인간 중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이들은 붙잡히면 노예로 팔려간다는 것. "등록패가 없으면 관헌들도 곱게 안 봐. 특히 요즘같이 사냥꾼들 소문이 도는 시기엔." 그녀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엄마가 그래서 나를 산속에만 두었던 걸까.) 발걸음이 조금씩 무거워졌다. 골목의 그림자가 진 곳을 지날 때마다 괜히 몸이 움츠러들었고, 지은은 그런 나를 곁눈질로 살피며 걸음의 속도를 조금 늦춰주었다. 관청 앞에 다다랐을 때, 문 앞에 서 있던 관헌 두 명이 우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붉은 완장을 찬 제복, 허리에 매달린 짧은 검, 그 위로 무심하게 얹힌 눈빛까지 모든 것이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신분증을 보여주십시오." 한 명이 지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지은은 익숙하게 목에 걸린 패를 내보였다. 쇠로 된 작은 패가 햇빛을 받아 잠깐 반짝였다. 그리고 관헌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공기가 순간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이었다. "넌 뭐지? 등록패가 없는데." 나는 그 말에 얼어붙었다. (등록패… 그런 게 있어야 했던 거야?) 심장이 갑자기 빨라졌다. 지은의 표정도 순간 굳었다. "이 아이는 산에서 내려온 지 얼마 안 돼서요…" 그녀가 급히 나섰지만, 관헌의 눈빛은 이미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시선이 내 귀와 꼬리를 훑고, 다시 내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 시선 속엔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라, 물건을 훑어보는 듯한 서늘함이 있었다. "무등록 동물인간이라면 불법 체류자다. 신분 확인이 필요하니 동행해." 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귓속에서 이명이 울리는 것 같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관헌의 손이 내 팔을 향해 뻗어왔다. 손끝이 스치는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도망쳐야 해.) 나는 몸을 틀어 골목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잡아!" 뒤에서 외침이 들렸다. 발끝이 흙바닥을 박차고 나갔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 바람조차 낯설고 차갑게 느껴졌다. 발바닥에 닿는 돌부리의 감촉, 좁은 골목 벽에 부딪히는 어깨, 그 모든 감각이 뒤섞여 하나의 공포로 뭉쳐졌다. 골목을 몇 개나 지났는지 셀 수도 없었다.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도 없이 몸이 먼저 움직였다. 등 뒤로 쫓아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가죽 신발이 땅을 밟는 소리, 거친 숨소리, 그리고 낮게 외치는 목소리까지. 탁. 갑자기 앞에서 나타난 또 다른 관헌과 부딪힐 뻔했다. 나는 몸을 틀어 피하려 했지만, 손이 어깨를 붙잡았다. 그 손의 힘은 내가 이제까지 느껴본 어떤 것보다도 억셌다. "어딜 도망가!" 나는 팔을 뿌리치려 발버둥쳤다. 손톱이 절로 날카롭게 세워졌다. (놓아줘, 제발.) 목 안쪽에서 낮은 소리가 절로 새어 나왔다. 하지만 그 힘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번째 손이 반대쪽 어깨를 잡았고, 몸이 순식간에 균형을 잃었다. 퍽. 둔한 통증이 등에 퍼졌다. 누군가 나를 바닥으로 짓눌렀다. 나는 흙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 저항을 이어갔다. 흙과 돌부리가 뺨을 긁었고, 그 아릿한 통증조차 지금의 두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손목이 뒤로 꺾이고, 차가운 쇠사슬이 감겼다. 쇠사슬이 살에 닿는 감촉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가웠다. "이런 산짐승 같은 것들이 도성 근처까지 기어들어와서는." 관헌 중 하나가 낮게 내뱉었다. 나는 그 말에 온몸이 떨렸다. (산짐승… 내가?) 분노와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목구멍 안쪽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치솟았지만, 그것을 소리로 낼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몸은 이미 결박된 채 바닥에 눌려 있었다. 사슬이 손목을 파고들 때마다, 이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멀리서 지은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골목 어귀에 서서 두 손을 꼭 쥐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미안함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입술이 몇 번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나서지 않았다. 관헌들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양팔을 붙든 채 어딘가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발이 땅에 제대로 닿지 않아 자꾸만 몸이 끌려가듯 움직였다. (엄마… 나 어떻게 되는 거야.) 나는 끌려가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봤다. 지은의 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손을 조금 들었다가 다시 내렸다. 그것이 그녀를 본 마지막이었다. 골목을 벗어나자, 나는 낯선 마차에 실렸다. 창살이 있는, 짐승을 가두는 것 같은 좁은 마차였다. 나무 바닥에는 이전에 누군가 있었던 듯한 흔적, 긁힌 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마차 문이 쿵 닫혔다. 나는 어둠 속에 홀로 남겨졌다. 좁은 창살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유일한 위안이었지만, 그마저도 곧 흔들리는 그림자에 가려졌다. (어디로 가는 거지.) 덜컹거리는 바퀴 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처음으로, 정말로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쇠사슬이 손목에 닿을 때마다 차가운 감촉이 되풀이해서 느껴졌고, 마차는 점점 더 낯선 방향으로 나를 데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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