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서하진의 아침은 언제나 소란했다.
장터 어귀에서 생선을 파는 노파의 목소리, 마차 바퀴가 돌길을 긁는 소리, 그 사이를 비집고 걷는 소년이 하나 있었다.
이도현.
몰락한 이씨 가문의 막내라는 이름표를 달고 다니는 아이였다.
체구는 작고 걸음은 느렸다. 누가 봐도 병약한 셋째 도련님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가끔, 아주 가끔, 시장 한복판을 지나가는 무사의 걸음걸이를 놓치지 않고 좇았다.
칼자루를 쥐는 손의 각도, 발끝이 땅을 딛는 순서.
그런 것들을 눈으로 읽어내는 재주가, 이 유약한 소년에게는 있었다.
아무도 몰랐다.
형들도, 부모도, 심지어 도현 자신조차 그 재능의 크기를 알지 못했다.
"도련님, 오늘은 어디까지 가시려고요?"
관리인 조태술이 뒤에서 헐떡이며 물었다.
"저 안쪽 골목까지만요."
도현이 웃으며 답했다. 장난기 어린 눈웃음이었다.
골목 모퉁이를 돌자, 인적이 뜸한 길이 나왔다.
그곳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검은 장포를 걸치고, 삿갓을 눌러쓴 사내였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그의 옷자락이 흔들렸다.
도현의 발이 멈췄다.
설명할 수 없는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올랐다.
"오랜만이구나."
사내가 말했다. 목소리에 얼굴이 없는데도, 그 말은 분명 도현을 향해 있었다.
"...누구십니까?"
도현이 물었다.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손을 들어, 검지를 도현의 이마 쪽으로 겨눴다.
그 순간, 세상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 도현을 덮쳤다.
조태술이 뭐라 소리쳤지만 들리지 않았다.
귀가 먹먹해지고, 눈앞이 검게 잠식되어갔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삿갓 아래로 언뜻 비친 사내의 입꼬리였다.
웃고 있었다.
소리 없는 웃음이었다.
그리고 도현의 세상은, 그날 그 골목에서 멈춰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