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우두머리라 불릴 자의 기세는 확연히 달랐다.
검은 장포 아래로 흐르는 내력이, 주변의 공기마저 무겁게 짓눌렀다.
숨쉬기조차 버거울 정도의 압박감이었다.
골목에 널브러진 자객들이 감히 일어나지 못하고 그 뒤로 몸을 숨겼다.
"백초곡의 곡주가 여기 있을 줄은 몰랐군."
사내가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느긋한 어조였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살기가 숨어 있었다.
"쿡, 재밌군. 왜 이런 어린애를 지키고 있는 건지 물어도 되겠나."
백현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도현을 등 뒤로 밀어넣었다.
작은 몸이 그의 장포 자락에 완전히 가려졌다.
"이 아이는 내가 데려간다."
짧고 단정한 말이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우두머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리고 검이 움직였다.
번쩍.
섬광 같은 일격이 백현도를 향해 쏟아졌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조차 늦게 들릴 정도로 빠른 검격이었다.
백현도는 피하지 않았다.
두 손을 모아 단전 아래 깊은 곳의 내력을 끌어올렸다.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그것은 평생 감춰두었던 진력이었다. 필사의 순간에만 쓰는 최후의 수였다.
한번 꺼내면 다시는 넣을 수 없는 칼이었다.
"이걸 쓰게 만드는군."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목소리에는 회한과 결의가 동시에 섞여 있었다.
혼원귀납공(混元歸納功).
몸속의 모든 내공을 한순간에 압축해 터뜨리는 초식이었다. 대가는 컸다. 쓰고 나면 다시는 예전의 경지로 돌아올 수 없었다.
백초곡의 곡주로 살아온 삼십 년,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패였다.
콰아앙.
거대한 파동이 골목을 휩쓸었다.
담벼락이 무너지고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았다.
자객단이 종잇조각처럼 튕겨 날아갔다.
우두머리조차 뒤로 몇 걸음 밀려났다.
그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여유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 대가로, 백현도의 몸이 휘청거렸다.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입가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핏방울이 바닥의 흙을 붉게 적셨다.
"...스승님?"
도현이 그를 붙잡으며 외쳤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처음으로 부른 호칭이었다.
그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렵고 무거울 줄은, 도현 자신도 몰랐다.
백현도는 희미하게 웃었다.
핏기 없는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웃음이었다.
"이제부터... 그렇게 불러도 되겠군."
그 말을 끝으로, 도현의 시야가 다시 검게 물들었다.
몸 안에서 각성했던 낯선 기운도, 저항할 새 없이 함께 잠들어버렸다.
의식이 끊기던 마지막 순간까지도, 도현은 스승의 손을 놓지 않으려 했다.
그것이 이도현이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도현은 두 해가 넘도록 눈을 뜨지 못했다.
세상은 그동안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