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이 년이 흘렀다.
이씨 장원의 별채, 서연화는 매일 아들의 방을 지켰다.
숨소리가 고른지, 손끝이 차갑지 않은지, 그것만 확인하는 것이 그녀의 하루였다.
이만호는 백현도에게 막대한 재물을 건네며 침묵을 지켰다.
외부에는 도현이 요양을 위해 먼 곳에 머문다고만 알려졌다.
큰형 이강과 둘째 형 이해준은 번갈아 동생의 몸을 씻기고 뒤척여주었다.
그리고 그날, 도현의 손끝이 처음으로 움직였다.
"...도련님?"
곁을 지키던 이해준이 숨을 멈췄다.
도현의 눈꺼풀이 서서히 열렸다.
"...여기가, 어디입니까."
갈라진 목소리였다.
방 안이 순식간에 소란해졌다.
서연화가 달려와 아들의 손을 붙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도현은 어머니의 얼굴을 보면서도, 어딘가 낯선 표정을 지었다.
기억이, 온전하지 않았다.
그날 골목에서의 일도, 흑의자객단도, 자신을 구한 백의 사내의 이름도.
대부분이 흐릿한 안개 속에 있었다.
며칠 후, 백현도가 다시 장원을 찾았다.
그의 머리에는 흰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늘어 있었다.
"이만호 공, 약속대로 아이를 데려가겠소."
그가 담담히 말했다.
"세 가지 조건을 지켜야 하네."
그가 도현을 향해 손가락을 하나씩 세웠다.
"하나, 이 일에 대해 어떤 이에게도 발설하지 말 것. 둘, 누구를 향해서도 복수를 도모하지 말 것. 셋, 나를 따라 백초곡에 들어와 제자가 될 것."
도현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다.
허락을 구하는 눈빛이었다.
이만호는 오랜 침묵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서연화의 눈에서 눈물이 다시 떨어졌다.
"...가겠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짧고 단정한 목소리였다.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른 채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백현도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마치 이 소년의 몸 안에 아직 깨어나지 않은 무언가가, 언젠가 반드시 다시 눈을 뜰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