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천고사에서 눈을 뜬 그날을 나는 정확히 기억한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본 건 병원 천장이었다. 서른여섯 살, 아니, 열여섯 살이었나. 헷갈릴 만큼 오래전 일이었다. 뭔가 대단한 연구를 하다가 과로로 쓰러졌던 것 같은데, 그마저도 흐릿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이끼 낀 돌바닥 위에 누워 있었다.
먼지 냄새, 향 냄새, 오래된 나무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천장에는 금이 간 벽화가 있었고, 그 벽화 속 인물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어나 앉으려는데 몸이 이상하게 작았다. 손도, 발도, 전부 작았다.
열세 살, 어쩌면 그보다 조금 어린 몸.
그때 은색 도포를 입은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다.
얼굴은 흐릿했지만 목소리만은 또렷했다.
"오래 기다렸다."
"...누구십니까."
"묻지 마라. 답할 처지가 아니다."
그는 손을 내밀어 내 목덜미 아래, 쇄골 부근에 무언가를 얹었다.
차가운 감촉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푸른 빛을 띤 작은 팬던트였다.
"이것은 축복이자 형벌이다. 네 안의 것이 밖으로 나올 날, 세상이 너를 두려워할 것이다."
"밖으로 나올 것이라 하시면..."
"때가 되면 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사라졌다. 안개처럼.
나는 그 후로 사흘을 그 사찰에서 혼자 헤맸다. 먹을 것도 없이 물만 마시며 버텼다.
그러다 발견된 게 원세창이었다.
청연문의 집행장로, 무표정한 얼굴에 회색 도포를 입은 중년 사내.
"어디서 왔느냐."
"모릅니다."
"이름은."
"이도현입니다."
그는 나를 오래 쳐다보다가 짧게 말했다.
"따라오라."
그게 청연문 입문의 전부였다.
입문식 날, 정식으로 몸 상태를 검사받았다. 혈액을 뽑아 영단에 떨어뜨리는 절차였는데, 보통은 색이 옅게 물들었다가 사라지는 게 정상이었다.
내 혈액이 떨어진 순간, 영단이 새까맣게 물들더니 곧이어 요란하게 진동했다.
검사관들이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때 검은 베일을 쓴 여인이 조용히 들어왔다.
말도 없이, 인기척도 없이.
"멈추어라."
낮고 서늘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내 손목을 잡고 손바닥에 손가락을 그었다.
피가 배어나오자 그녀는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한참 후, 그녀가 낮게 웃었다.
"역룡지체."
그 두 글자에 검사관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건 어디에도 기록해서는 안 된다."
그녀가 명령했다.
"그리고 이 아이는 하청으로 기재하라."
"하지만 이 정도 반응이라면 상청은 물론 그 이상도..."
"하청으로."
반박이 허용되지 않는 어조였다.
검사관들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떠나기 전, 나를 돌아보았다.
"때가 오기 전까진 아무것도 아닌 척하라. 그것이 네가 오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나는 그 말의 무게를 반년이 지나서야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반년, 나는 시키는 대로 아무것도 아닌 척했다.
그런데 오늘, 대장로가 던진 한 달이라는 시한이, 그 척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줄지 의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