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낙제생, 용의 피를 깨우다

4화

그가 먼저 달려들었다. 검끝이 정직하게 내 목을 향해 뻗어왔다. 나는 몸을 낮추며 목검으로 위에서 아래로 그대로 내리쳤다. 콰앙! 검과 목검이 부딪히는 순간, 상대의 검이 반으로 부러졌다. 놀란 눈으로 상대가 뒤로 물러섰다. "뭐, 뭐야 이거..." 나는 개의치 않고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가 벽에 처박혔다. 동굴 안쪽에서 나머지 셋이 뛰쳐나왔다. "쳐라!" 검광이 세 방향에서 동시에 날아들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팬던트의 열기가 온몸으로 번지는 게 느껴졌다. 마치 아궁이에 던져진 장작 세 개가 동시에 타오르는 것처럼, 팔다리에 힘이 차올랐다. 나는 목검을 크게 휘둘렀다. 결대로 쪼개듯이, 가장 정직하게. 콰아앙! 세 개의 검광이 그대로 튕겨 나갔다. 한 명은 무기를 놓친 채 바닥을 굴렀고, 나머지 둘은 팔이 저린 듯 검을 붙잡지 못했다. 숨을 몰아쉬며 나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게 하청 재질이라고?"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대답 대신 동굴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안쪽에는 나무 상자가 하나 있었다. 뚜껑을 열자 검은 기운을 뿜는 옥패가 들어 있었다. 금지된 사파의 유물, 감옥패였다. 그것이 왜 임지훈의 수하들 손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이게 대장로가 원하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히려 임지훈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될 물건이었다. 나는 그것을 품에 넣고 뒤돌았다. 쓰러진 수하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어떻게 처리할까요." 내가 태연하게 물었다. "변상은 안 해주시나요." "..." 그들이 말문을 잃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동굴을 나와 청연문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감옥패를 손에 쥔 채 생각했다. 이걸 조용히 대장로에게만 넘기면, 임지훈은 아무 일 없이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반년 동안 당한 것을 생각하면, 조용히 넘어가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았다. 처소로 돌아온 그날 밤, 나는 원세창을 찾아갔다. "이걸 봐주십시오." 감옥패를 내밀자 그의 눈빛이 순간 굳었다. "이게 어디서..." "동굴에 임지훈의 수하들이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이걸 조용히 없애야 한다. 이게 밖으로 새어 나가면 임지훈뿐 아니라 대장로 쪽도..." "없애기 전에, 소문을 좀 내고 싶은데요." 원세창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소문 말이냐." "이도현이라는 하청 짐덩어리가 감옥패를 손에 넣었다더라, 정도면 어떨까요." 그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낮게 웃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그러다 죽을 수도 있다." "어차피 방출 위기였으니, 죽는 것보단 나은 선택이겠지요." "...알겠다. 하지만 대공녀께 먼저 보고해야 한다." 대공녀. 그 검은 베일의 여인을 다시 떠올리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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