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도훈 씨가 화로 옆에 앉아 도끼날을 숫돌에 갈고 있던 그날, 나는 배낭 속에 숨겨둔 헬멧을 몇 번이나 만지작거렸다. 이걸 계속 숨겨봤자 뭐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터질 폭탄이라면 지금 내가 직접 터뜨리는 게 낫지 않겠나. 숫돌이 도끼날을 긁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동굴 벽에 부딪혀 울렸고, 그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삼아 나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대본을 고쳐 썼다. '이거 아직 신호가 살아 있는 것 같아요.' 너무 뻔한가. '실은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이건 또 너무 무겁고. 결국 나는 아무런 서두도 없이 배낭에서 헬멧을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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