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지하 3층은 유난히 조용했다.
발밑에서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이 밟혔다.
바스락, 하는 소리가 복도를 타고 길게 울렸다.
'조용한 게 더 무서운데.'
나는 벽에 등을 붙이고 숨을 죽였다.
강지유가 내 옆에서 손전등을 낮게 들었다.
짧은 은색 머리카락.
날카로운 눈매.
말수는 적지만 눈빛만으로도 상황을 정리하는 사람.
그와 나는 삼 년째 같은 팀이었다.
"저 안쪽에서 반응이 왔어요."
지유가 속삭였다.
"몇 개체?"
"하나. 근데 크기가 심상치 않아요."
나는 손끝에 힘을 주었다.
손가락 끝에서 미세하게 열기가 피어올랐다.
내 능력은 감정과 연결되어 있었다.
불안하면 불이 흔들리고, 화가 나면 폭발적으로 커지고.
그래서 나는 늘 스스로를 다스려야 했다.
'침착해. 침착해야 해.'
복도 끝에서 무언가가 긁는 소리가 들렸다.
그르륵.
그르르륵.
벽을 긁는 소리라기보다는, 벽을 뜯어내는 소리에 가까웠다.
지유가 내 팔을 살짝 붙잡았다.
"먼저 움직이지 마세요."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지하 시설이 처음 무너졌을 때를 떠올렸다.
정부는 이곳을 실험구역이라 불렀다.
이능력자들을 실험체로 삼았고, 그 실험이 폭주하면서 시설 전체가 붕괴됐다.
그날 살아남은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나와 지유도 그중 하나였다.
다만 그날 이후로 우리는 서로를 놓지 않았다.
즉, 이 지하로 다시 내려온 건 그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정확히는, 그날 사라진 동료들의 잔해라도 찾기 위해서.
그르르륵,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나는 숨을 삼켰다.
모퉁이 너머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피부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검은 점액이 뚝뚝 떨어졌다.
냄새가 먼저 훅 끼쳤다.
썩은 살과 화학약품이 섞인 냄새.
몸통에는 사람의 팔처럼 보이는 것들이 여러 개 돋아 있었다.
'저건… 사람이었던 건가.'
숫자를 세어보니 팔이 다섯 개였다.
다섯 명의 흔적이 하나로 뭉쳐진 걸까.
속이 뒤틀렸다.
"침착해요."
지유가 다시 속삭였다.
"저건 우리가 찾던 그거예요."
"…뭐?"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실험체 7호. 실종자 명단에 있던 사람들 중 하나가 저렇게 됐을 가능성이 높아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손끝의 열기가 갑자기 커졌다.
불꽃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
"진정해요. 지금 터지면 우리 둘 다 여기 묻혀요."
지유의 말에 나는 억지로 숨을 골랐다.
'괜찮아. 괜찮아. 침착해.'
그러나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바닥이 미세하게 떨렸다.
쿠구구.
먼지가 천장에서 떨어졌다.
괴물이 그 진동을 느꼈는지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다.
눈이 없는 얼굴에, 대신 입처럼 보이는 구멍이 세로로 길게 갈라져 있었다.
그 구멍에서 웨에에엥, 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마치 사이렌 같은 소리였다.
"움직여요, 지금!"
지유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괴물의 팔 다섯 개가 동시에 뻗어왔다.
지지직, 지지직.
팔 끝에서 전류 같은 것이 튀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앞으로 뻗었다.
불꽃이 확 터졌다.
복도 전체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열기가 얼굴을 덮쳤다.
괴물이 비명 같은 소리를 냈다.
끄에에에엑.
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크게 몸을 부풀렸다.
"안 죽어요. 저건 불로는 못 죽여요."
지유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럼 어떻게…!"
"약점이 있어요. 목 뒤에, 이식된 코어가 있을 거예요."
나는 이를 악물었다.
'코어를 부수라는 거지.'
간단하게 말하면서 왜 저렇게 위험한 걸 시키는 건데.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발을 내디뎠다.
괴물이 다시 팔을 휘둘렀다.
나는 몸을 숙여 피했다.
지유가 그 틈을 타 괴물의 등 쪽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손에서 얇은 칼날이 튀어나왔다.
지유의 능력은 신체 일부를 무기로 변형시키는 것이었다.
손목에서 팔꿈치까지, 은빛 칼날로 뒤덮인 팔이 드러났다.
"엄호해줘요!"
나는 다시 손을 뻗었다.
이번엔 좁고 강한 불줄기를 만들어 괴물의 시선을 끌었다.
괴물이 팔 하나를 나에게 뻗는 순간, 지유가 등 뒤로 파고들었다.
그르륵, 그르르르륵.
괴물이 격렬하게 몸을 뒤틀었다.
지유의 칼날이 정확히 목 뒤를 파고드는 게 보였다.
'됐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괴물의 몸에서 갑자기,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여섯 번째 팔이 튀어나왔다.
그 팔은 곧바로 지유의 옆구리를 향해 뻗어갔다.
"지유 씨!"
나는 목이 터지도록 소리쳤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칼날 같은 손톱이 지유의 몸에 닿기 직전.
나는 그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완전히 끊어지는 걸 느꼈다.
……뭐지, 이 감각은.
몸 전체가 뜨거워졌다.
너무 뜨거워서 오히려 차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복도의 공기가 일제히 흔들렸다.
쿠구구구궁.
그리고 시야가 새하얗게 변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눈앞에 지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