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선유나가 위독하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공작저 전체를 뒤흔들었다.
하녀들은 복도를 뛰어다녔고, 아버지는 서재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 모든 소란 속에서 오히려 이상한 침묵을 느꼈다. 누구도 내게 자세한 사정을 알려주지 않았다.
시녀장조차 내 눈을 피했다.
'뭐지.'
'왜 다들 나를 보는 눈빛이 이상한 거야.'
복도를 지나칠 때마다 하녀들이 소리를 낮추고 수군거렸다. 그들의 시선이 내 뒤통수에 꽂히는 것을 느꼈지만, 돌아보면 다들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반나절이 지났을 무렵, 나는 왕궁 소환장을 받았다.
소환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선하은, 선유나의 저주 사건과 관련하여 즉시 왕궁 심문실로 출두하라.'
나는 그 문장을 세 번 다시 읽었다.
'저주 사건이라니.'
'그리고 왜 내가.'
손이 떨렸다. 종이 끝이 살짝 얼어붙어 있었다. 나는 황급히 손을 떼고 소환장을 접었다.
왕궁으로 가는 마차 안에서 나는 계속 생각했다. 유나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했던 게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그런데 왜 저주 사건에 내 이름이 나오는 걸까.
'설마 유나 방에서 뭐가 나왔나.'
'아니, 그럴 리 없어. 나는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마차가 왕궁 정문을 지날 때, 근위병들의 눈초리가 유독 날카롭게 느껴졌다. 이미 소문이 퍼진 모양이었다.
왕궁에 도착했을 때,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대신관과 근위대장, 그리고 낯선 얼굴의 심문관이었다. 그들은 내게 앉으라는 말도 없이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심문실은 좁고 서늘했다. 벽에는 오래된 방음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고, 창문 하나 없이 촛불 몇 개만이 방 안을 밝혔다. 그 불빛 아래 세 사람의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
"선유나 성녀께서 침소에서 발견됐을 때, 몸 전체가 얼음처럼 차가웠다고 합니다."
대신관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그리고 그 방에서 이것이 발견되었습니다."
그가 내 방에서 쓰던 손수건을 내밀었다. 분명 내 것이었다. 가장자리에 내가 직접 놓은 자수까지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 위에는 낯선 문양이 검은 잉크로 새겨져 있었다.
문양은 뒤틀린 원 안에 가시 같은 선들이 얽혀 있는 형태였다.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건... 내 손수건이 맞지만, 이 문양은 내가 그린 게 아니에요."
"그럼 누가 그렸다는 말씀입니까."
대신관의 눈빛이 나를 이미 죄인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근위대장이 팔짱을 낀 채 나를 내려다보았다. 심문관은 서류에 뭔가를 빠르게 적어내려가고 있었다.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사람들처럼 보였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손끝이 차갑게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저는 결백을 증명할 방법이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은, 왕국의 모든 마력 사건에는 마력측정 수정의 기억 기록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정은 특정 장소에서 일어난 마력 흐름을 일정 시간 동안 저장해두는 마법 도구였다. 만약 선유나의 방 근처에 있던 수정이 그날의 기록을 담고 있다면, 진짜 배후를 밝힐 수 있을 것이었다.
다행히 선유나의 침소 앞에는 늘 감시용 수정이 놓여 있었다. 아버지가 유나의 안전을 위해 특별히 배치해둔 것이었다.
"수정을 확인해주세요. 그러면 제가 한 일인지 아닌지 명백해질 겁니다."
심문관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내가 진범이라는 확신이 있었을 테니,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좋습니다. 확인해보지요. 대신, 만약 이 수정에서 당신의 마력 흔적이 나온다면 그 즉시 정식으로 구금될 것입니다."
근위대장의 말투에는 이미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려움보다는 답답함이 더 컸다. 내가 하지 않은 일로 이런 취급을 받는다는 게 억울했다.
수정이 심문실 중앙에 놓였다. 대신관이 손을 얹자, 수정 안에서 뿌옇게 빛이 일더니 이내 영상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선유나의 방이었다.
침대와 화장대, 그리고 커튼이 드리운 창문까지 익숙한 풍경이 흐릿하게 재현되었다.
한밤중, 선유나가 홀로 서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검은 문양이 새겨진 부적이 들려 있었다. 그 문양은 조금 전 손수건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았다.
부적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그녀의 몸을 감쌌고, 순간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심장 부위에 그 기운을 밀어넣었다.
그녀가 쓰러지기 직전, 나는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언니한테... 뒤집어씌우면 되겠지."
심문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정확히는, 내가 얼려버린 것이었다.
"……뭐?"
나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몇 초가 걸렸다.
'유나가... 스스로.'
'그리고 그 죄를 나한테.'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선유나가 스스로 저주를 자기 몸에 걸었다. 그리고 그 죄를 나에게 뒤집어씌우려 했다. 그것도 모자라, 내 손수건을 훔쳐 문양을 새겨넣기까지 했다.
동생이었다. 어릴 때부터 내가 업어 키운 동생이었다. 열이 날 때마다 곁에서 밤을 새운 것도 나였고, 악몽을 꿀 때마다 이불을 나눠 덮어준 것도 나였다.
그런 동생이, 나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스스로 몸을 상하게 만들었다.
손끝에서부터 시작된 냉기가 순식간에 팔을 타고 올라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유나야,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분노와 배신감이 동시에 치솟았다. 억눌러왔던 무언가가 한계를 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얇은 유리막이 깨지는 소리 같았다.
쩌적.
심문실 바닥에서부터 새하얀 서리가 퍼져나갔다.
책상 모서리에 살얼음이 맺혔고, 심문관이 쥐고 있던 깃펜 끝이 하얗게 굳었다.
대신관과 근위대장이 놀라 뒤로 물러났다. 촛불이 일제히 꺼지고, 창문 유리에 살얼음이 뒤덮였다. 심문실 안의 공기 자체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길게 뻗어나갔다.
"이, 이게 대체..."
대신관이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에서 새하얀 냉기가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치 손끝이 살아 있는 것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기운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안의 냉기가 완전히 통제를 벗어난 순간이었다.
그동안 나는 이 차가운 기운을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심한 냉증이라고만 여겼다. 겨울마다 손발이 유독 시렸고, 화가 나면 방 안 온도가 이상하게 내려간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마력일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지금까지 억눌러온 그것이 단순한 이상 체질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마력이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배운, 절대영도의 마력이었다.
"이 아이는... 어둠의 마력을 지녔습니다!"
대신관이 소리쳤다.
방 안의 서리가 더욱 짙어졌다.
"이건 저주입니다! 이 마력이야말로 유나 아가씨를 해친 진짜 증거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결백을 증명하려던 시도가 오히려 나를 더 깊은 함정으로 밀어넣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정의 영상은 명백히 선유나의 자작극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그 영상보다, 내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얼음의 존재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공작가의 딸이 어둠의 마력을 숨기고 있었다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반드시 상부에 보고해야 합니다."
"당장 신전에 알려서 정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근위대장이 외쳤다. 그의 손이 검 자루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분명 내가 결백하다는 걸 보여줬는데.'
'왜 다들 저 영상은 안 보고 나만 보는 거야.'
진실을 밝혔지만, 아무도 그 진실을 보려 하지 않았다.
심문실 안의 서리는 점점 더 두껍게 벽을 타고 올라갔다. 촛대에 매달린 촛농까지 하얗게 얼어붙었다. 대신관이 뒷걸음질치며 성호를 그렸다.
"이 마력의 존재는... 왕실에 즉시 보고되어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확신이 뒤섞여 있었다.
그 순간, 심문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