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얼음 인형, 되갚아주마

3화

심문실에서의 일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왕궁 전체에 퍼졌다. 소문은 걸음보다 빨랐다. 내가 마차에 실려 공작저로 돌아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미 거리의 상인들까지 나를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 "저 여자래, 어둠의 마력을 숨기고 성녀를 해치려 한 게." "세상에, 저렇게 곱게 생긴 얼굴로." 나는 마차 안에서 그 시선들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이었을 뿐이었다. 나는 곧바로 공작저로 돌려보내졌다. 다만 그것은 석방이 아니었다. 자택 감금이었다. 방문 앞에는 감시병이 세워졌고, 창문에는 봉쇄용 마법진이 그려졌다. 마치 내가 언제라도 무슨 짓을 벌일 위험인물처럼. 방 안의 벽지는 여전히 내가 어릴 적 골랐던 옅은 청록색이었다. 그 익숙한 색이, 지금은 낯선 감옥의 벽처럼 느껴졌다. 나는 방 안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첫째 날, 나는 창밖의 마법진을 바라보며 그 빛의 문양을 하나하나 눈에 새겼다. 봉쇄진의 결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 무의식적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둘째 날, 감시병은 교대를 했지만 그 눈빛은 똑같았다. 경계와 혐오가 섞인 눈빛이었다. 선재현 공작이라면, 적어도 딸의 결백을 증명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정의 기록은 명백했다. 선유나가 스스로 저주를 걸었고, 그 죄를 나에게 씌우려 했다는 것을. 그러나 아버지는 사흘이 지나서야 나를 찾아왔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만 가득했다. "아버지." 나는 그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사흘 동안 참아왔던 말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려 했다. "수정의 기록을 보셨을 거예요. 유나가 스스로..." "그 얘긴 하지 마라." 아버지가 낮게 말을 잘랐다. "……뭐라고요?" 나는 순간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이미 왕실에서는 이 사건을 덮기로 결정했다. 유나의 짓이었다는 게 밝혀지면 성녀의 위신이 무너진다. 그건 왕국 전체의 신앙에 대한 타격이야." 나는 아버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제가 대신 죄를 뒤집어써야 한다는 뜻인가요?" 아버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침묵이 방 안을 채웠다. 창밖의 마법진이 옅게 웅웅거리는 소리만이 그 침묵을 대신했다. "아버지는 알고 계셨어요? 유나가..." "안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나는 그 담담한 목소리가 오히려 더 무섭게 느껴졌다. "게다가 너는 이제 어둠의 마력을 가진 존재로 알려졌다. 왕국법상, 그런 자는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위협으로 간주된다." 나는 그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숨이 가빠졌다. 방 안의 공기가 다시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창문의 유리에 서리가 서서히 끼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보고서야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아버지는... 나를 지켜줄 생각이 없구나.' '처음부터 없었구나.' 나는 애써 냉기를 억눌렀다. 지금 또 폭주하면 상황은 더 나빠질 뿐이었다. 숨을 몰아쉬며 손끝에 힘을 뺐다. 서리가 서서히 유리에서 물러났다.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아버지는 잠시 침묵하다가 짧게 말했다. "추방이 결정됐다. 국경 너머로." 나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더 이상 나를 보지 않고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다. 추방식이 열린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였다. 왕궁 광장에는 귀족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동정도, 분노도 없었다. 그저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바라보는 눈빛뿐이었다. 누군가는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낮게 속닥거렸고, 누군가는 아예 자리를 잡고 서서 이 광경을 즐기려는 듯 보였다. 나는 두 명의 근위병에게 팔을 붙잡힌 채 단상 앞으로 끌려나갔다. 발밑의 돌바닥이 차가웠다. 아니, 어쩌면 차가운 건 내 안의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이도현을 보았다. 은빛 머리칼. 짙은 남색의 눈동자. 늘 나를 바라볼 때는 부드러웠던 그 눈빛이, 지금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는 선유나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선유나는 이미 멀쩡한 얼굴로,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그 연약해 보이는 표정 아래로, 나는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잠깐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선하은." 이도현이 나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미안함도 없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나는 그대와의 혼약을 파기하겠다." 광장이 술렁였다. "그대는 어둠의 마력을 숨기고, 성녀를 해하려 한 대죄인이다. 나는 더 이상 그대와 함께할 수 없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이상하게도 아무런 충격도 느끼지 않았다. 이미 예상했던 결말이었으니까. 오히려 마음속 어딘가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말이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도 하나씩 얼어붙는 것 같았다. "할 말 있나?" 대신관이 물었다. 나는 광장을 둘러보았다. 아버지는 단상 아래에서 눈을 피하고 있었다. 선유나는 눈물을 훔치는 척했다. 이도현은 냉랭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백 개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었다. 그중 단 하나도, 나를 믿어주는 눈빛은 없었다. 나는 입을 열었다. "없어요." 그것이 내가 그날 한 유일한 말이었다. 그날 밤, 나는 마차에 실려 국경으로 향했다. 마차 안은 좁고 어두웠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점점 낯설어졌다. 익숙했던 왕도의 불빛이 멀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인적 없는 황량한 길만이 이어졌다. 나는 손끝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그곳에서는 옅은 냉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제 이 힘을 숨길 필요가 없어.' '아니, 오히려 이 힘만이 나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국경을 넘으면 그곳은 용화제국의 영토였다. 저주받은 얼음과 어둠의 나라라고 배웠던 곳. 어릴 적 유모는 그 나라의 이야기를 하며 나를 겁주곤 했다. 그곳에 가면 얼어붙어 죽는다고, 어둠의 짐승들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어쩌면 그곳이 더 안전할지도 몰랐다. '살아남아야 해.' '그리고 반드시... 되갚아줄 거야.' 마차가 멈췄다. 국경 초소의 병사들이 나를 강제로 끌어내렸다. 밤바람이 살을 벨 듯 차가웠다. 그러나 나는 그 추위가 별로 낯설지 않았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가라." 한 병사가 무심하게 말했다. "저기 보이는 설원을 넘으면 용화제국이다. 살아서 넘으면 그곳도 네 운명이겠지." 나는 그들이 등을 돌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차의 불빛이 점점 멀어지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새하얀 설원을 바라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얼음의 황무지였다. 바람이 울부짖듯 불어왔다. 나는 그 바람 속으로, 홀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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