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다음 날부터 나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십 가지 경우의 수가 오갔다.
증거를 모으는 방법, 시기를 재는 방법, 무대를 만드는 방법.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다.
혼자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 혼자서는 못 해.'
그러려면 사교계 뒤편에서 정보가 흘러 다니는 곳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장소는 이 도시에 단 한 곳뿐이었다.
청화호텔.
귀족과 상인, 밀정과 정보상들이 뒤섞여 드나드는 곳이었다.
표면적으로는 고급 사교 클럽이었지만, 실제로는 온갖 거래가 오가는 장소였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정보도, 그곳에서는 값이 매겨졌다.
강태오도 그곳을 자주 드나든다고 했다.
나는 백도현을 서재로 불렀다.
"백도현."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너를 청화호텔에 들여보낼 거야."
백도현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저를요?"
"응. 다만, 집사 신분으로는 안 돼."
나는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긴 은발, 흰 피부, 여린 인상.
집사복을 벗기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히면, 누구도 그를 남자로 보지 않을 것이었다.
"여성으로 위장해서 들어가."
나는 담담히 말했다.
"수용인 자격으로."
청화호텔에는 '수용인'이라는 특수한 신분이 있었다.
귀족들의 비밀스러운 만남을 돕고, 정보를 관리하는 사람들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시녀나 접객원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사교계의 은밀한 소식통 역할을 했다.
그들은 벽처럼 조용히 서 있다가, 필요한 순간에만 입을 열었다.
백도현은 잠시 침묵했다.
"위험할 수도 있어."
나는 덧붙였다.
"발각되면 너도, 나도 무사하지 못해."
"……알겠습니다."
그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나는 그 순간, 그가 얼마나 나에게 충실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동시에, 가슴 한구석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 사람을 위험 속으로 밀어넣는 것 같아서.
계획을 세우는 동안, 나는 자주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던 어느 날, 다섯 살이었던 나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강씨 후작가로 갔다.
마차 안에서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그저 창밖만 보고 계셨다.
그날 강씨 가문의 사람들과 아버지 사이에서 오간 대화는 짧고 건조했다.
혼약이 성립되었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나는 그날 태오를 처음 봤다.
다섯 살이었던 나보다 두 살 많았던 태오는, 무뚝뚝한 얼굴로 인사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때 그 애의 눈빛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났다.
어른들 사이에서 오가는 거래를, 다 이해한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명절마다, 행사마다 얼굴을 마주해야 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적, 어머니는 종종 내게 말했다.
"서윤아, 감정을 드러내지 마라. 너는 특별하니까."
어머니 역시 각성자였다.
다만 그 힘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해, 젊은 나이에 몸을 상하셨다.
어머니가 발작을 일으키던 밤, 방 안의 유리창이 전부 산산이 부서졌던 것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뼈에 새기듯 배웠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는 나를 더욱 엄격하게 훈련시켰다.
감정을 억누르는 법. 표정을 관리하는 법. 목소리를 고르게 유지하는 법.
매일 밤 거울 앞에 앉아 표정을 연습했다.
웃어야 할 때 웃고, 슬퍼해야 할 때 슬퍼하되, 진짜 감정은 절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열다섯 해가 흐르는 동안, 나는 완벽한 귀부인의 가면을 만들어냈다.
웃음도, 눈물도, 분노도 모두 숨기는 법을 배웠다.
다만 그 가면 아래, 진짜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더 깊이 눌러놓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게 처음으로 밖으로 나가려 하고 있어.'
나는 그 사실이 두려우면서도, 이상하게 후련했다.
나는 백도현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드레스, 가발, 화장품.
저택의 재봉사를 불러 은밀히 옷을 맞췄다.
재봉사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 저택에서는 그런 침묵이 익숙한 일이었다.
"아가씨, 이름은 어떻게 할까요."
백도현이 물었다.
"백하윤."
나는 즉흥적으로 답했다.
"청화호텔에 들어갈 때 쓸 이름이야."
백도현이 그 이름을 낮게 되뇌었다.
"백하윤……"
"마음에 안 들어?"
"아닙니다. 좋습니다."
일주일 뒤, 백도현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은발을 틀어 올리고, 옅은 화장을 하고,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그는 영락없는 귀족 영애처럼 보였다.
목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진주 목걸이도, 손끝에 자리 잡은 붉은 매니큐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어떻습니까?"
그가 거울 앞에서 물었다.
나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목소리는 여전히 낮았지만, 걸음걸이와 손짓 하나까지 완벽하게 여성의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완벽해."
나는 만족스럽게 답했다.
"거울 속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백도현이 옅게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제가 낯섭니다."
하지만 계획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백도현이 안에서 정보를 모으는 동안, 나도 움직여야 해."
나는 말했다.
"아가씨께서 직접요?"
백도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알아."
나는 답했다.
"하지만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할 게 있어."
"무엇을 확인하시려는 겁니까."
백도현이 물었다.
나는 잠시 답하지 않았다.
'내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씨 백작가에서는 매년 봄, 정기 연회가 열렸다.
올해도 곧 그 연회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그 연회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다만 그 전에,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증거 없이 움직이면, 오히려 내가 궁지에 몰릴 것이 뻔했다.
청화호텔에서 강태오와 조하은이 다시 만날 것이라는 정보가 들어온 건, 바로 그날 밤이었다.
"아가씨, 이번 주말입니다."
백도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청화호텔 3층, 개인실에서요."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심장이 조용히, 그러나 무겁게 뛰기 시작했다.
'주말이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동시에,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도 갈 거야."
나는 결심한 듯 말했다.
백도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직접 잠입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응."
나는 짧게 답했다.
"위험합니다. 만약 발각되기라도 하면……"
"발각되지 않으면 돼."
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내 눈에서 무언가를 읽었는지,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그럼 저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창밖으로 밤바람이 스산하게 불었다.
방 안의 촛불이 흔들리며 벽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나는 처음으로, 완벽한 귀부인의 가면을 벗고 다른 사람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밤,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예감했다.
이번 주말, 청화호텔 3층에서 무엇을 보게 되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