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혼인이 성사된 지 열흘이 지났다.
강씨 저택 별원, 강도진의 처소에는 평소보다 이른 아침 볕이 스며들었다. 처마 끝에 매달린 이슬이 볕을 받아 투명하게 빛났고, 마당의 흙바닥은 밤새 내린 서리로 희끗했다. 그는 마당에 나와 가만히 숨을 골랐다. 백이십 년의 순양진기가 몸 안에서 여전히 낯설게 흐르고 있었다.
호흡을 따라 기운을 돌리자, 손끝에서 은은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이전 육중 경지에서는 느낄 수 없던 감각이었다. 단전에서부터 시작된 열기는 팔을 타고 올라 어깨를 지나, 손끝에서 아지랑이처럼 퍼졌다. 그것은 마치 몸속에 작은 화로 하나가 자리 잡은 듯한 감각이었다.
"공자님, 무리하지 마세요. 아직 몸이 완전히 나은 게 아니잖아요."
어린 시종 하나가 다가와 걱정스레 말했다. 볼이 발갛게 언 것으로 보아 새벽부터 마당을 서성인 모양이었다. 강도진은 옅게 웃었다.
"괜찮다. 이 기운이 몸에 익숙해지려면 스스로 움직여봐야 해."
그가 검을 들어 천천히 휘둘렀다.
서걱―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예전보다 가볍고, 예전보다 깊었다. 검신을 타고 흐르는 진기의 결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무게로 느껴졌다. 손목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낯설면서도, 동시에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이 이질감과 익숙함의 경계 위에서, 그는 몇 번이고 검을 내리고 다시 들었다.
그때 윤소혜가 마당으로 나왔다. 옷깃을 여미며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얼굴에는 밤새 잠을 설친 기색이 남아 있었다.
"몸도 안 좋은데 벌써 검을 드는구나."
"어머니."
강도진이 검을 내리며 다가섰다. 윤소혜는 그의 이마에 손을 짚어보며 열이 없는지 확인했다. 손끝이 차가웠다. 강도진은 그 서늘한 감촉에 잠시 눈을 감았다.
"공주께서는 며칠 뒤 정식으로 이곳에 오실 거다. 네 몸이 그 전에 나아야 할 텐데."
"…어머니."
강도진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정말 잔월옥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윤소혜의 표정이 굳었다. 잠깐 사이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고, 그것을 감추려는 듯 시선을 마당 한편으로 돌렸다. 그녀는 아들의 등을 다독이며 대답했다.
"네가 무엇을 짊어졌는지 나는 잘 모른다. 다만, 네 아버지가 그 물건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는지는 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오래 묵은 걱정이 배어 있었다. 강태산이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그 이름의 무게가 그녀의 어깨 위로 얹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러니 서두르지 마라. 몸부터 챙기고. 알겠느냐."
강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의 눈빛 깊은 곳에는 이미 다른 결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왕릉의 수호자, 잔월옥, 흑기. 아버지가 남긴 말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이미 지도처럼 얽혀가고 있었다.
윤소혜가 다시 처소로 돌아간 뒤에도, 강도진은 한참을 마당에 서 있었다. 검을 다시 들지 않았다. 그저 손끝에 남은 진기의 흐름을 느끼며,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의 무게를 가늠하고 있었다.
***
그날 밤, 저택은 조용했다. 등불이 하나둘 꺼지고, 처마 아래로 스며드는 바람만이 낮게 울었다. 달은 구름 사이를 오가며 마당을 어둡게, 다시 밝게 물들이기를 반복했다.
강도진은 잠들지 못했다. 강태산이 남긴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왕릉의 수호자, 잔월옥, 흑기. 세 개의 단어가 서로 얽히며 그의 잠을 방해했다. 이불 속에서 몇 번이나 몸을 뒤척였지만, 눈을 감아도 그 말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창밖에서 미세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스슥―
바람 소리와는 다른, 발걸음의 흔적이었다. 강도진의 감각이 곤두섰다. 백이십 년의 진기가 온몸으로 퍼지며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이전 같았다면 놓쳤을 미세한 기척이었다. 지금은 그것이 마치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것처럼 뚜렷하게 다가왔다.
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검을 손에 쥐었다. 문틈으로 흘러드는 달빛 아래, 검신이 은은하게 빛났다. 손바닥에 스며든 검의 서늘한 무게가 정신을 더욱 또렷하게 만들었다.
숨을 죽이고 창가로 다가섰다. 밖에는 그림자 하나가 처마 아래 붙어 서 있었다. 검은 복면, 날카로운 눈빛. 옷자락이 밤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그 외에는 조각처럼 굳어 있었다.
"…누구냐."
강도진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림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에 쥔 단검을 고쳐 잡았다. 달빛에 단검의 날이 짧게 번뜩였다.
그 순간, 저택 담장 너머에서 또 다른 인기척이 느껴졌다. 하나가 아니었다. 최소 두 명 이상. 발소리는 조심스러웠지만, 여러 개의 숨소리가 겹쳐지는 것을 강도진의 예민해진 감각은 놓치지 않았다.
강도진은 문을 박차고 마당으로 나섰다.
서늘한 밤공기가 그의 얼굴을 스쳤다. 마당 한가운데, 세 개의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저마다 무기를 손에 쥔 채, 조금씩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강도진. 오늘 밤 네 목숨을 거두러 왔다."
낮게 깔린 목소리. 강도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목소리에는 낯익은 억양이 있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는 결코 반가울 수 없는 목소리였다.
"…서명후?"
복면 너머의 눈빛이 흠칫 흔들렸다. 그러나 곧 다시 냉정해졌다. 그는 잠시 침묵한 채 강도진을 응시하다가, 낮게 숨을 내쉬었다.
"내 동생을 그런 자리에 세운 것도, 우리 가문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도 다 강씨 가문 때문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채림이가 나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었다."
"그건 나도 안다. 하지만 그 아이가 그렇게 만든 것도, 결국 강씨 가문의 힘 때문이었다."
서명후의 목소리에는 억눌린 분노가 배어 있었다. 진기 오중의 경지, 어전 시위대 수장이라는 자리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손목을 살짝 돌리자, 쥐고 있던 검이 낮게 울리는 소리를 냈다.
강도진은 검을 고쳐 쥐었다. 몸속에서 낯선 기운이 서서히 검신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손끝의 열기가 검 전체로 퍼지며, 서늘한 쇠붙이의 감촉이 점차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밤에 여기 나타난 이유가 그것뿐이냐."
"그것만이 아니다."
서명후가 손을 들자, 나머지 두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이며 강도진을 완전히 포위했다. 세 방향에서 압박해오는 살기가 마당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오늘 밤, 강씨 가문의 후계자가 사라진다면, 서가는 그 짐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달빛이 검신 위로 흘렀다. 강도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몸속 깊은 곳, 백이십 년의 순양진기가 처음으로 살기를 향해 반응하고 있었다. 심장이 낮게, 그러나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해보자는 것이냐."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기운은 이전의 강도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마당의 흙바닥을 딛고 선 두 발끝에서부터,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진기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했다.
세 개의 그림자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