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훈련장은 붉은 바위산 한가운데 있었다.
사방이 갈라진 돌투성이였다.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공기가 목을 태웠다.
발밑의 흙마저 붉은빛이었다.
마치 누군가의 피가 스며든 것처럼.
바람 한 점 없었다.
그늘도 없었다.
치우천왕은 그 한가운데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일단 이걸 들어라.
치우천왕이 거대한 철퇴를 던졌다.
쿵.
바닥이 움푹 꺼졌다.
흙먼지가 사방으로 튀었다.
이도현은 잔뜩 긴장한 채 다가갔다.
철퇴의 손잡이는 이도현의 허리만큼 굵었다.
머리 부분은 웬만한 바위보다 컸다.
저걸 어떻게 들라는 거지.
이도현은 그것을 들어보려 했다.
하지만 손끝조차 들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미동조차 없었다.
이거 사람 들라고 만든 게 맞습니까.
네가 아직 사람 축에 못 들어서 그런 거다.
치우천왕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이도현은 이를 악물고 철퇴를 잡아당겼다.
으아아아.
등에서 뭔가 뜯어지는 느낌이 났다.
어깨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그래도 철퇴는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삐빅.
[근력 부족으로 인한 부상 발생]
[체력이 3 감소했습니다]
알림음이 뜰 때마다 몸이 더 아파왔다.
이도현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숨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치우천왕이 등을 돌렸다.
그게 첫날의 전부였다.
다음 날도 똑같았다.
아침에 철퇴를 잡아당기고, 팔이 떨릴 때까지 버티고, 결국 바닥에 무릎을 꿇는 식이었다.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철퇴는 여전히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삐빅.
[체력이 2 감소했습니다]
삐빅.
[근력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작은 진전이라도 알림이 떴다.
하지만 그 진전이 너무 작았다.
철퇴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고, 이도현의 손바닥은 매일 새로 갈라졌다.
이거 언제까지 해야 되는 겁니까.
이도현이 물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말하는 것조차 힘겨웠다.
네가 죽거나, 철퇴를 들 때까지.
치우천왕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이도현은 그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둘 중 하나겠네요.
입 밖으로는 그렇게 말했다.
속으로는 다른 생각이 돌았다.
어차피 여기서 도망칠 곳도 없다.
버티는 수밖에.
닷새째가 되자 손바닥의 갈라진 자국이 굳은살로 바뀌었다.
엿새째, 이레째, 여드레째.
날짜가 지날수록 이도현의 팔뚝에는 근육이 조금씩 붙었다.
하지만 철퇴는 여전히 바닥에 붙어 있었다.
삐빅.
[근력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삐빅.
[체력이 4 감소했습니다]
똑같은 알림이 반복됐다.
이도현은 그 소리가 지겨워질 정도였다.
이러다 알림음 소리만 듣고도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아흐레째 되던 날, 치우천왕이 처음으로 다른 말을 던졌다.
네 손이 다 망가지기 전에 뭔가는 나와야 할 텐데.
그거 걱정하는 겁니까.
관찰하는 거다.
치우천왕이 짧게 답했다.
이도현은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관찰이든 걱정이든, 손바닥은 자기 것이었다.
열흘째 되던 날.
철퇴를 잡은 손에 감각이 사라졌다.
피부가 갈라지고 피가 흘렀다.
손아귀 사이로 붉은 것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도 이도현은 철퇴를 놓지 않았다.
삐빅.
[한계를 넘어선 근력 사용이 감지되었습니다]
낯선 알림음이 울렸다.
이도현은 그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눈앞이 흐려지고 귀가 먹먹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 악물고 팔에 힘을 넣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숨이 목구멍에서 걸렸다.
철퇴가 바닥에서 살짝 흔들렸다.
어.
작게 뜬 소리였다.
하지만 그 순간, 치우천왕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지금까지 무심하게 서 있던 자세가 사라졌다.
멈춰라.
치우천왕이 성큼 다가왔다.
발걸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이도현은 손을 놓았다.
손끝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래도 철퇴가 흔들렸다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왜 그러세요.
방금 뭘 느꼈나.
치우천왕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평소와는 다른 눈빛이었다.
이도현은 잠깐 생각했다.
그냥, 죽기 싫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요.
솔직한 대답이었다.
꾸밀 여력조차 없었다.
치우천왕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거다.
예?
네 안에 있는 생의지.
방금 그게 처음으로 힘을 밀어냈다.
치우천왕의 말투에 처음으로 감정이 섞였다.
놀라움 비슷한 무언가였다.
이도현은 그 반응이 낯설었다.
저 무표정한 신이 저런 얼굴을 할 줄은 몰랐다.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네 재능은 형편없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근성만큼은, 신들 중에도 드물게 볼 정도다.
치우천왕이 이도현을 내려다봤다.
붉은 눈동자에 처음으로 흥미가 섞였다.
그 시선이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 같았다.
그거 칭찬입니까.
칭찬이라고 해두지.
짧게 답한 치우천왕이 몸을 돌렸다.
등을 돌린 채로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훈련 방식을 바꾼다.
뭘 어떻게 바꾸시는데요.
이도현이 물었다.
목소리에 힘이 없었지만 그래도 물어야 했다.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 확신에 가까운 불안이었다.
치우천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웃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표정이었다.
이도현은 저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저 표정이 좋은 신호가 아니라는 것쯤은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네 몸이 부서질 만큼 극한까지 밀어붙일 것이다.
네 그 생의지가 진짜인지 확인해야 하니까.
바람 한 점 없는 바위산 위로 치우천왕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이도현은 갈라진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피가 아직도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열흘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