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그로부터 5년 후, 나는 스무 살이 되었다.
조사단 내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받는 위치에 올라 있었다.
후방 방어선을 맡은 지 3년째였고, 조원들 사이에서는 '한 번도 뚫린 적 없는 벽'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월급도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세 배 가까이 올라 있었다.
그해 봄, 대규모 던전 공략 소식이 조사단 전체를 들썩이게 했다.
왕국 직속 마탑에서 후원하는 국가급 이벤트였다.
공략 대상은 왕국 북부에 위치한 '심연의 균열'이라는 던전으로, 규모만 해도 기존에 조사단이 다뤘던 던전의 열 배가 넘는다고 했다.
성공하면 참여 인원 전원에게 작위와 토지가 주어진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번에 잘하면 나 남작 위 복권할 수도 있대." 서연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거야?" 내가 물었다.
"국왕이 직접 참관한대."
"실적에 따라서 등급이 매겨지고,"
"상위권한테는 진짜 작위가 내려온다더라." 서연이 숨도 안 쉬고 말했다.
서연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그 얼굴을 보며 예전 그녀가 자기 가문 이야기를 하던 밤을 떠올렸다.
조성재는 이 이벤트를 위해 조사단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새로운 인원들이 속속 합류했다.
검사, 마법사, 힐러까지 합쳐 서른 명이 넘는 인원이 새로 들어왔고, 그중 절반은 왕도에서 온 정식 기사단 출신이라고 했다.
숙소도 낡은 목조건물에서 석조건물로 옮겨졌다.
방마다 벽난로가 있었고, 침대 시트는 처음 보는 흰색 리넨이었다.
'이 정도 투자면, 정말 진심이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날 개회식에서, 조성재는 처음으로 단상 위에 섰다.
검은색 로브에 금테를 두른 옷을 입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조사단은 이번 공략에서 최고 실적을 낼 것이다!" 그가 외쳤다.
조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서른 명 넘는 새 인원들까지 합쳐지자, 함성 소리는 석조건물 벽을 타고 크게 울렸다.
나는 그 함성 속에서 서연의 표정을 봤다.
그녀는 조성재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 눈빛은 예전에 자기 가문 이야기를 할 때 봤던 것과 같았다.
'저건 야망이다.' 나는 다시 그렇게 생각했다.
공략이 시작되고 첫 3일간은 순조로웠다.
민호와 태식이 선두에서 몬스터를 처리했고, 나는 후방에서 방어선을 지켰다.
서연은 광역 마법으로 지원했고, 지은은 후방에서 치유를 담당했다.
첫날에는 하급 몬스터 스무 마리를 별다른 부상자 없이 정리했다.
둘째 날에는 중급 몬스터가 등장했지만, 태식의 방패와 민호의 검이 앞장서서 큰 문제 없이 넘어갔다.
셋째 날 밤, 조원들은 모닥불 앞에 모여 처음으로 웃으며 식사를 했다.
'이대로만 가면 괜찮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국물을 떠먹었다.
하지만 4일째부터 조성재는 무리한 진격을 지시했다.
"더 깊이 들어가!"
"다른 조사단이 먼저 도달하면 우리 실적은 무의미해진다!" 그가 소리쳤다.
"이 속도면 회복 시간이 부족합니다." 나는 그에게 직접 말했다.
"회복은 힐러가 알아서 하는 거지, 넌 네 할 일이나 해!" 조성재가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지은이 힘없는 얼굴로 나에게 다가와 귓속말했다.
"마력이 거의 바닥이야."
"무리하면 위험해."
지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하루에 서른 번도 넘게 치유 마법을 쓸 수 있는 그녀였지만, 그날은 벌써 열 번째 시전 이후로 손을 떨고 있었다.
나는 조성재에게 다시 이야기했지만 그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나는 서연에게 이 상황을 상의하려 다가갔다.
텐트 앞에서 그녀는 지도를 펼쳐놓고 뭔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조성재가 너무 무리하게 몰아붙이는 것 같아."
"네가 좀 말해줄 수 없어?" 내가 물었다.
서연은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조성재 님 말이 틀린 건 아니야."
"이 기회 놓치면 다시는 없어."
나는 그 말에 순간 당황했다.
서연이 조성재를 '님'이라고 부르는 걸 그때 처음 들었다.
"'님'이라고?" 내가 되물었다.
서연은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직급이 있는 사람이니까, 예의상 그렇게 부르는 거야."
그 대답이 어딘가 어색하게 들렸지만, 나는 더 캐묻지 않았다.
서연의 손에 들린 지도 위에는 붉은 잉크로 표시된 지점들이 여러 개 그려져 있었다.
나는 그게 조성재가 직접 그려준 표시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다음 날, 조성재는 또다시 무리한 진격 명령을 내렸다.
이번에는 태식이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중급 몬스터의 발톱이 정강이를 깊게 그었고, 태식은 그 자리에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지은이 급히 치유를 시도했지만, 마력 부족으로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다.
상처는 반쪽만 아물었고, 태식은 창백한 얼굴로 계속 신음했다.
"이대로 계속 가면 누군가 죽습니다!" 나는 조성재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조성재는 나를 차갑게 쳐다봤다.
"넌 지금 명령에 불복하는 거냐?" 그가 물었다.
조원들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서른 명 넘는 새 인원들도, 원래 있던 조원들도 아무 말 하지 못한 채 서로 눈치만 봤다.
서연은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내 편을 들어줄 거라고 기대했지만, 서연은 시선을 내린 채 서 있을 뿐이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서연을 바라봤다.
서연은 끝내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조성재는 결국 다음 날 아침, 진격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에 성과 못 내면, 조사단 전체가 해체될 수도 있어."
"그러니 각오하고 따라와." 그가 말했다.
조원들은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새로 들어온 기사단 출신들조차 고개를 숙인 채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텐트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며 불안한 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붕대와 회복약을 다시 확인했다.
남은 회복약은 다섯 개뿐이었고, 그중 세 개는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것들이었다.
'이걸로 부족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배낭을 다시 쌌다.
서연과 지은도 각자의 텐트로 흩어졌지만, 그날 밤 서연은 나에게 오지 않았다.
평소라면 잠들기 전 셋이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었다.
지은도 조용히 자기 텐트로 들어갔고, 밖은 금세 캄캄해졌다.
멀리서 조성재의 텐트에서 흘러나오는 촛불 그림자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처음으로, 우리 셋이 함께 밤을 보내지 않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