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대문 앞에 그가 서 있었다.
십 년 전보다 훨씬 커진 몸, 갑주 위로 걸친 짙은 남색 외투, 허리에 매인 검 한 자루.
검은 머리카락은 예전보다 짧았고, 눈매는 더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러나 그 눈동자만은 그대로였다. 마치 십 년 전 숲에서 나를 감싸 안았을 때의 그 눈빛 그대로였다.
'……진짜 왔네.'
소문으로만 들었던 얼굴이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떠돌던 이야기 속의 그 강태윤이, 지금 내 눈앞에 서 있었다.
키는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고, 어깨는 예전에 비해 두 배는 넓어진 것 같았다. 갑주에 새겨진 문양은 이름 있는 부대의 표식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저 문양을 보고 술렁이는 게 느껴졌다.
"서은채."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낮고 굵은 목소리였다.
십 년 전,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던 그 소년의 음성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게 낯설었다.
"오랜만이네요."
나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손끝은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침착해. 티 내면 안 돼.'
그는 잠시 나를 훑어보았다. 여섯 살 아이가 아닌 열여섯의 여자를 보는 시선이었다. 그 시선이 낯설어 나는 잠깐 눈을 피했다.
시선이 얼굴에서 머리카락으로, 어깨로, 다시 얼굴로 옮겨졌다. 마치 십 년의 시간을 한 번에 확인하려는 듯한 눈빛이었다.
"많이 컸구나."
그가 짧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입꼬리가 올라갔다가 금방 다시 굳어졌다. 마치 웃음이라는 감정을 억지로 밀어낸 것처럼.
"강태윤! 여기 있었구나."
뒤늦게 아버지가 마당으로 나왔다. 아버지의 얼굴에는 반가움과 불편함이 뒤섞여 있었다.
아버지는 걸음을 빨리해 다가오면서도, 그의 검과 갑주를 흘끔거렸다. 어릴 적 마을을 떠난 소년이 이런 모습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촌장님."
그가 짧게 예를 갖췄다.
허리를 숙이는 동작 하나에도 절제된 힘이 느껴졌다. 십 년 동안 무엇을 겪었는지, 저 몸이 말해주고 있었다.
마당 안의 공기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마을 사람 몇이 대문 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수군거렸고, 누군가는 그저 멍하니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 십 년 전 숲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미묘한지 알 것이었다.
그러던 그날, 나는 여섯 살이었고 숲에서 마물과 마주쳤다. 강태윤은 나보다 여덟 살이 많았고, 나를 구해내며 크게 다쳤다. 다음 날 아침,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탈진해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마을을 떠났다.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그 후로 소식이 끊겼다.
"소식은 들었소."
강태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청하마을과의 혼사, 사실입니까."
아버지가 대답을 미루는 사이,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야 해. 피할 수 없는 일이야.'
"……사실이에요."
그 순간, 그의 표정이 바뀌었다.
눈썹이 일그러지고, 턱에 힘이 들어갔다. 방금 전까지의 담담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뭐?"
짧은 한 마디였다. 그러나 그 한 마디에 실린 감정의 무게가 마당을 짓눌렀다.
그의 손이 검 자루를 꽉 움켜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열넷짜리 애랑, 결혼을 시킨다고?"
그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촌장님, 이게 무슨 소립니까. 은채는 아직—"
"태윤아."
아버지가 그를 막으려 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저는 은채가 다 자랄 때까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분노인지 다른 무엇인지 나조차 구별할 수 없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 가슴이 조여왔다.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거지.'
십 년 전 나를 구하고 떠난 후, 단 한 번도 연락이 없던 그였다. 그런 그가 지금, 내 혼사에 이렇게까지 격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 무심함과 지금의 격렬함 사이의 간극이,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십 년 동안 편지 한 장도 안 보냈으면서.'
'지금 와서 이렇게 화를 낼 자격이 있나.'
그런 생각이 스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단순한 걱정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일까.
그 순간, 마당 가장자리에 놓여 있던 물동이가 갑자기 쩍, 소리를 내며 금이 갔다.
물이 쏟아져 흙바닥을 적셨다.
나는 급히 숨을 골랐다.
'……안 돼, 진정해.'
감정이 격해질수록 힘이 새어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것을 들켜서는 안 되었다.
손끝이 저려왔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었다. 마당 안의 다른 물건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물동이가……"
마을 사람 하나가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행히 그들의 시선은 물동이가 있던 곳으로 쏠렸고, 나에게는 오지 않았다.
'다행이다. 이번에도 넘어갔어.'
그러나 안도할 틈도 없이, 마당의 긴장은 여전히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강태윤은 여전히 아버지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결혼, 촌장님이 정한 겁니까."
아버지는 그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군요."
강태윤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는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에는 방금 전의 분노와는 다른, 훨씬 조용하지만 더 무거운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은채야."
그가 나를 부르는 방식이 십 년 전과 똑같았다.
숲에서 나를 안고 있을 때, 그가 불렀던 그 이름 그대로였다.
"이 결혼, 받아들이는 거야?"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입술이 열렸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
'받아들인다고 하면, 그가 또 저렇게 화를 낼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면, 나는 대체 뭘 할 수 있는데.'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린 것 같았다. 마당에 깨진 물동이 조각이 오후 햇살에 반짝였다.
그리고 그 반짝임 사이로, 강태윤의 눈동자가 나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그 눈은 마치 내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확인하려는 듯한 눈빛이었다.
마당의 정적이 길어질수록, 내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