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정혼 전날의 재회

5화

강덕호와 강태윤이 서로를 향해 언성을 높이는 사이,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문 밖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저게 다 무슨 일이야?" "촌장 딸이랑 강씨네 아들이 무슨 사이인가?" "작년에도 그런 소리가 있었잖아. 강씨네 아들이 이 집 앞을 서성이는 걸 봤다고." 나는 그 목소리들이 마당까지 스며드는 것을 느끼며 조용히 뒷걸음질쳤다. 발밑의 흙이 유난히 딱딱하게 느껴졌다. '이대로 가면, 소문이 이상하게 퍼지겠는데.' 전생자의 습관대로 나는 이미 사태를 계산하고 있었다. 소문이 퍼지는 속도, 그것이 청하마을에 닿는 시간, 그리고 그 소문이 아버지의 입지에 미칠 영향까지. 그러나 몸은 그 계산보다 먼저, 불안으로 뻣뻣해져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 떨림을 감추려 소매 안으로 손을 말아 넣었다. "아버지, 이러시면 안 돼요." 강태윤이 강덕호의 팔을 붙잡으며 낮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 "안 돼? 뭐가 안 되느냐. 나는 십 년 전부터 참아왔다. 네 어깨의 상처, 그날 이후로 네가 겪은 모든 고생, 그게 다 누구 때문인지 잊었느냐?" 강덕호의 목소리가 마당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나이 든 얼굴에 핏줄이 곧게 섰고, 눈에는 오래 눌러둔 화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강태윤의 표정이 흔들렸다. "그건 제가 선택한 일이었습니다." "선택? 열넷짜리가 뭘 선택할 수 있단 말이냐!" 강덕호가 아들의 팔을 뿌리치듯 흔들었다. 그 손짓 하나에 마당의 공기가 팽팽해졌다. 두 사람의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 아버지는 목갑을 다급히 품 안에 숨기며 앞으로 나섰다. 그 목갑을 감추는 손길이 지나치게 조심스러워서, 나는 그것이 이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직감했다. "강덕호, 이 자리에서 이럴 필요 없소.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지." "됐소. 나는 오늘 확실히 말해두러 왔소." 강덕호가 아버지를 밀치듯 지나쳐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의 발소리가 유난히 무겁게 마당의 흙을 짓눌렀다. "이 결혼, 반드시 성사되게 해주시오. 태윤이가 더 얽히기 전에." 나는 그 말의 의미를 곧바로 이해했다. '……내가 청하마을로 시집가야, 강태윤이 나한테서 벗어난다고 생각하는 거구나.' 강덕호는 자신의 아들이 나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고 여기는 듯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험한 감정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나는 강태윤의 눈빛에서 이미 읽고 있었다. 그의 눈은 늘 그랬다. 평소에는 무심한 듯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나에게 붙박이면 도무지 떼어지지 않았다. 지금도 그랬다. 강덕호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그의 시선은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당에 모인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한층 더 커졌다. 누군가는 손으로 입을 가렸고, 누군가는 옆 사람과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그 시선들이 하나같이 나와 강태윤 사이를 오갔다. "강덕호 님." 나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배 속에 힘을 주었다. "저는 마을을 위해 이 결혼을 받아들이려고 해요. 강태윤 님과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 말을 하는 순간, 목이 조금 메었다.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 그 말이 맞는지, 나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십 년 전, 나를 구했던 그 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그날의 온도, 그날의 냄새, 그날의 두려움까지도 생생한데. 그런데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나는 지금 스스로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강태윤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실망인지, 안도인지 구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 짧은 순간, 나는 그의 눈동자 속에서 흔들리는 무언가를 보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틈도 없이, 그는 표정을 지웠다. "……그래." 그가 짧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나도 더 할 말이 없군." 그는 몸을 돌려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 등이 어느 때보다 곧고 단단해 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 곧은 등 뒤로 무언가가 무너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강덕호가 그 뒤를 따라나서며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향해 소리쳤다. "서만석, 명심하시오. 이 결혼이 성사되지 않으면, 나는 태윤이를 데리고 이 마을을 완전히 떠날 거요." 그 말이 마당에 무겁게 떨어졌다. 아버지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 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마당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모여 있던 마을 사람들도 서서히 흩어졌지만, 그들의 시선에는 이미 새로운 소문의 씨앗이 심겨 있었다. 누군가는 흩어지면서도 고개를 돌려 나를 한 번 더 쳐다보았다. 아버지가 나를 돌아보았다. "은채야, 미안하다." 그 목소리에는 죄책감과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품 안에 숨긴 목갑을 향해 슬쩍 시선이 내려가는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어깨의 흉터가 있는 자리를 옷 위로 문질렀다. 십 년 전 그날, 나를 구했던 손. 오늘 대문 밖으로 사라진 그 등. 그 사이의 거리가 이상하게 멀게 느껴졌다. 그날 밤, 나는 마을 어귀에서 홀로 서 있는 강태윤을 보았다. 달빛 아래,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깨의 상처가 있는 쪽 팔을 무의식적으로 감싸 쥔 채였다. 그 모습이 어쩐지 열넷 그날의 소년과 겹쳐 보였다. 나는 그에게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아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몇 걸음 걷다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그 뒷모습이, 오래도록 눈에 박혔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마을 광장에는 이미 소문이 퍼져 있었다. 촌장의 딸과 강씨네 아들 사이에 무언가 있다는 이야기. 우물가에서 물을 긷는 여인들도, 밭일을 나가던 노인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청하마을 쪽으로도 이미 흘러가고 있다는 소식이 함께 들려왔다. '……이렇게 빨리?' 나는 그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기운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소문이 퍼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누군가 일부러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 빠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소문의 끝에는, 청하마을에서 이 결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불안이 매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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