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결말이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강하늘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시선은 흔들림이 없었으나, 마음속으로는 이미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강범은 여유롭게 웃으며 한 걸음 다가섰다. 걸음걸이마저도 여유가 넘쳤으니, 그것은 이미 승부의 추가 자신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확신하는 자의 걸음이었다. 그의 뒤에 선 문도들은 이미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몇몇은 서로 팔꿈치를 부딪치며 나직이 속닥거렸고, 그 속닥임 속에는 은근한 조롱과 냉소가 섞여 있었다.
"형님이 파범경에 이르지 못한 지 벌써 몇 해입니까." 문도 하나가 소곤거렸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또 다른 이가 맞받았다. 그 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바람을 타고 강하늘의 귓가에까지 스며들었다. 그는 애써 무시했다. 그러나 무시한다고 해서 그 말들이 그의 가슴 한켠에 새겨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사흘 뒤, 형님이 제사실에서 나오면—" 강범이 손가락을 튕기며 말을 이었다. 딱, 하는 소리가 유난히 청명하게 울렸다. "저와 일대일로 대결을 하는 겁니다. 간단하지요?"
"대결이라 해서, 무엇이 걸리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강하늘이 되물었다. 목소리에는 최대한의 담담함을 실었으나, 손끝은 이미 옷자락 아래에서 미세하게 말려들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강범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 미소는 마치 오랫동안 준비해온 무대의 막을 올리는 배우의 것과 같았다. "진 쪽이, 이긴 쪽 앞에서 스스로 폐물임을 자백하는 것입니다.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 말하는 거지요. '나는 폐물이다'라고."
좌중에서 문도들의 낮은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것은 마치 잘 익은 과실이 떨어지는 소리처럼, 은근하면서도 잔인하게 강하늘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강하늘은 그 순간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화가 나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 내기가 얼마나 잔인하게 설계된 것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강범은 이미 파범경에 이른 몸이었다. 강하늘이 만약 제사실에서 파범경에 이르지 못한다면, 그 무릎 꿇는 순간은 필연이 될 것이었다.
'이것은 대결이 아니다.' 강하늘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처음부터 승부가 정해진 놀음일 뿐이다.'
"싫다면, 어쩔 것이냐." 강하늘이 애써 담담히 물었다.
"싫다고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강범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의 표정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마치 상대가 어떤 대답을 해도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확신이 배어 있었다. "이미 원로회에도 알려두었으니까요. 형님이 도망친다면, 그것 역시 폐물의 증명이 되겠지요."
"원로회에까지 알렸단 말이냐." 강하늘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당연하지요." 강범이 나직이 웃었다. "이 정도는 미리 준비해두어야 재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형님도 알다시피, 저는 매사에 철저한 사람입니다."
강하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미 판은 짜여 있었다. 도망칠 곳도, 물러설 곳도 없었다. 주위를 둘러싼 문도들의 눈빛 속에는 이미 결말을 예단하는 조소가 어려 있었고, 그 조소는 마치 서릿발처럼 그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그는 강범을 스쳐 지나가며 나직이 대답했다. "...좋다. 받아들이겠다."
강범의 눈이 반짝였다. 마치 원하던 대답을 들었다는 듯한,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기대하겠습니다, 형님." 그의 목소리에는 승리를 예감하는 자의 여유가 짙게 배어 있었다. "사흘 뒤, 형님이 제사실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우리 모두가 지켜볼 겁니다. 그 순간이 얼마나 볼만할지, 벌써부터 가슴이 뛰는군요."
문도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한 번 낮게 울려퍼졌다. 강하늘은 그 소리를 뒤로 하고 걸음을 옮겼다. 등 뒤로 쏟아지는 시선들이 마치 무수한 화살처럼 그의 어깨를 찔러왔으나,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본다는 것 자체가 이미 패배를 자인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강하늘은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강범과의 내기에 대해 털어놓았다. 강태웅의 얼굴은 이야기를 듣는 내내 점점 어두워졌다. 등잔불이 흔들리는 그림자 속에서, 그의 주름진 얼굴은 평소보다 더욱 깊게 패인 듯 보였다.
"...그 아이가 그런 짓을 벌였단 말이냐." 강태웅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손이 탁자 위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오랜 세월 무공을 닦아온 손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저 늙은 아비의 손일 뿐이었다.
"아버지." 강하늘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오늘 대장로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강태웅은 잠시 침묵했다. 창밖에서 밤벌레 우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고, 그 소리는 방 안의 정적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아들에게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사흘 뒤, 네가 제사실에서 파범경에 이르지 못하면 나는 족장의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강태웅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마치 오랫동안 짓눌러왔던 돌덩이를 겨우 내려놓는 듯한 어조였다.
그 말에 강하늘의 숨이 순간 멈췄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오는 듯한 감각이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자신의 무능함이 낳은 개인적인 굴욕이라 여겼던 것이, 이제는 아버지의 자리와 가문 전체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무게로 바뀌어 있었다. 그의 시야가 순간 흐려졌다가 다시 초점을 찾았다.
"...몰랐습니다." 그가 겨우 목소리를 짜냈다. "어째서 말씀해주지 않으셨습니까."
"말해주면 네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강태웅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오랜 회한과 자책이 섞여 있었다. "오히려 그 부담이 너를 더 짓눌렀겠지. 나는 그저... 네가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게, 조금이라도 더 가벼운 마음으로 그 벽을 마주하길 바랐다."
"하지만 아버지." 강하늘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만약 제가 실패한다면, 아버지의 자리마저..."
"그것은 이미 내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강태웅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너는 그저 네 앞의 벽만 생각하면 된다. 자리는, 잃으면 되찾을 방법이 있다. 그러나 사람의 존엄은,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법이다."
강하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고, 창밖으로 스치는 밤바람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채우고 있었다. 등잔불이 파르르 흔들릴 때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벽 위에서 함께 흔들렸다.
한참의 침묵이 흐른 뒤, 강태웅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이미 손을 써두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배어 있었다. "2품 제약사에게 파범단을 구하도록 지시했다. 그것이 네게 도움이 될 것이다."
"파범단이라면..." 강하늘의 눈이 커졌다. 그 이름은 그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극도로 희귀하며, 복용 즉시 체내의 기운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려주는 대신, 몸에 큰 부담을 주는 위험한 영약이었다. 심하면 주화입마에 빠져 폐인이 되거나,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다.
"그것은... 위험한 영약이 아닙니까." 강하늘이 조심스레 물었다. "복용한 이들 중 절반은 부작용으로 고생한다고 들었습니다."
"위험하다는 것은 안다." 강태웅이 아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 눈빛에는 애비로서의 고뇌와, 동시에 물러설 수 없는 자의 결의가 함께 담겨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다른 선택이 있느냐. 사흘이라는 시간 안에, 십칠 년간 넘지 못한 벽을 정도로 넘으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헛된 바람일 뿐이다."
"제약사는 언제 오는 것입니까." 강하늘이 물었다.
"내일 아침 도착할 것이다." 강태웅이 답했다. "그가 가져올 파범단이 얼마나 순수한 것인지, 그리고 네 몸이 그것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것은 오직 하늘만이 알 일이다."
강하늘은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그 순간, 어젯밤 단전 깊은 곳에서 느꼈던 그 낯선 파동이 다시 떠올랐다. 마치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기지개를 켜듯, 미약하게 꿈틀거리던 그 기운. 그것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으나, 왠지 모르게 그것이 지금 이 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아버지." 강하늘이 문득 물었다. "혹시... 제가 어릴 적, 무언가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까. 제 몸에 관해서 말입니다."
강태웅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으나, 강하늘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무슨 뜻으로 묻는 것이냐."
"아닙니다." 강하늘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이것을 캐물을 때가 아니었다. "그저... 여쭤본 것뿐입니다."
강태웅은 한참 동안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 속에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으나 차마 꺼내지 못하는 자의 갈등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결국 그는 입을 다물었다.
"오늘은 늦었다." 강태웅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일부터 사흘, 그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제사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예, 아버지." 강하늘이 고개를 숙였다.
강태웅은 방을 나서기 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들을 돌아보았다. "하늘아." 그의 목소리에는 처음으로 옅은 흔들림이 섞여 있었다. "너는... 결코 폐물이 아니다. 내가 그것을 알고 있다."
그 말을 남기고 강태웅은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날 밤, 강하늘은 방 안에 홀로 앉아 오랫동안 눈을 감았다. 사흘 후, 그는 제사실에 들어서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파범경에 이르지 못한다면, 아버지의 자리와 그의 존엄, 두 가지를 모두 잃게 될 것이었다.
사흘. 그 짧은 시간 동안, 십칠 년간 넘지 못한 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물러선다는 것은 곧 모든 것을 내어놓는 것과 같았다.
그는 가만히 단전에 의식을 집중했다. 그 깊은 곳에서, 어제 느꼈던 그 미약한 파동이 다시 한 번 느껴지는 듯했다. 마치 심연 속에 잠긴 무언가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감각. 그것을 붙잡으려 하면 손끝에서 스르르 빠져나가는 물처럼, 좀처럼 형체를 잡을 수 없었다.
'대체 이것은 무엇인가.' 강하늘은 속으로 자문했다. '분명 어제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것인데.'
그는 눈을 감은 채로, 자신의 몸 안을 흐르는 기운의 흐름을 하나하나 되짚어보았다. 늘 그러했던 흐름 속에, 낯선 소용돌이 하나가 섞여 있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강물 속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가 만들어내는 파문과 같아서, 미미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창밖의 달이 유난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앞으로 다가올 사흘간의 격랑을 미리 예고하는 듯한 빛깔이었다. 강하늘은 그 붉은 달빛을 바라보며, 자신이 넘어야 할 벽과, 그 벽 너머에 기다리고 있을 무언가를 어렴풋이 그려보았다. 그러나 그 어떤 그림도 명확한 형체를 갖추지 못한 채, 그저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안개 속을 헤매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