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사냥막은 생각보다 작았다.
나무판자로 대충 이어붙인, 창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오두막.
문은 삐걱거렸고, 벽 틈으로 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이걸 사냥막이라고 부른다고?'
차라리 폐가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았다.
짐을 내려놓자마자 나는 그 자리에 쓰러지듯 앉았다.
온몸이 떨렸다.
추위 때문인지, 무서움 때문인지 구분이 안 됐다.
밖에서는 여전히 그 낮은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으어어어... 하는, 짐승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소리.
나는 무릎을 끌어안고 벽에 등을 붙였다.
등을 대자마자 벽 틈으로 스며드는 냉기가 그대로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이대로 죽으면 진짜 손해가 너무 큰데.'
두 번이나 인생을 산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건 너무 억울했다.
한 번은 버스에 치여서, 한 번은 마물한테 뜯어 먹혀서.
'죽음의 방식 다양성 부문에서 상 받을 것 같은데, 이거 자랑할 데도 없고.'
어둠 속에서 눈을 감자, 이상하게도 그 기억이 떠올랐다.
오래전, 아니, 다른 삶에서.
비 오는 밤, 열이 펄펄 끓던 아이의 이마에 손을 얹고 있던 기억.
수건을 몇 번이나 갈아줬는지 셀 수도 없었고, 해열제를 먹여도 열은 잘 떨어지지 않았다.
"엄마, 무서워."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엄마 여기 있잖아." 내 목소리가 대답했다.
김미란으로 살던 그 밤들.
돈이 없어서 병원비를 걱정하고, 그래도 아이 앞에서는 웃으려고 애썼던 밤들.
혼자 세 사람의 삶을 짊어졌던 시간들.
새벽에 편의점 알바를 뛰고 낮에는 식당 일을 하고, 그러고도 밤이면 아이들 숙제를 봐줘야 했던 시간들.
몸이 부서질 것 같아도, 애들 앞에서는 절대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버스가 인도로 넘어오던 그 순간,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아이를 밀치고 대신 그 자리에 섰다.
마지막으로 생각한 건 딱 하나였다.
'우리 애들, 살았으면 됐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서은유였다.
작고, 마르고, 마력이라는 것도 처음 다뤄보는 몸.
억울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두 번째 인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두 번째 인생마저도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 중이었다.
그 기억이 지금, 이 어두운 오두막 안에서 다시 나를 감싸고 있었다.
'엄마는 그렇게 무서운 상황에서도 나를 위해 버텼는데.'
나는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그럼 나도 여기서 못 버틸 이유가 없잖아.'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단단해졌다.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무릎이 후들거리는 건 멈췄다.
'그래, 김미란도 버텼는데. 서은유가 못 버틸 리가 없지.'
나는 손을 뻗어 허공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써보았다.
"불."
작은 불꽃이 손끝에서 피어올랐다.
낮보다 조금 더 오래 유지되는 것 같았다.
[글자 마력 — 발현 지속 시간 증가]
'오, 레벨업이라도 한 건가.'
'아니면 위기 상황에서 초능력이 더 잘 발동한다는, 그 흔한 만화 설정인 건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쁠 건 없었다.
나는 그 작은 불빛을 오두막 한가운데 조심스럽게 옮겨놓았다.
불빛이 벽을 은은하게 밝혔다.
낡은 나무판자 사이로 스며든 흙먼지와 곤충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벌레는 좀... 예상 못 했는데.'
다음은 벽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었다.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로 추운 건 정말 못 참을 노릇이었다.
나는 손끝으로 벽 틈을 가리키며 글자를 썼다.
"막."
순간, 벽 틈에 얇은 막 같은 게 생기더니 바람이 뚝 끊겼다.
[글자 마력 — 응용 발현 성공]
'이거... 생각보다 쓸만하잖아.'
한 글자를 쓸 때마다 기운이 빠지는 건 여전했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적게 소모되는 느낌이었다.
마치 처음 몇 번은 튜토리얼이고, 지금부터가 진짜 본편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게임이었으면 지금쯤 스킬창 열어서 트리 확인해봤을 텐데.'
당연히 그런 건 없었다.
이 세계는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다.
나는 남은 힘을 아껴가며 오두막 구석구석을 손봤다.
깨진 창문틀에도 "막"을 하나 더 써넣었고, 문 아래 틈에도 손끝을 대고 글자를 눌러 썼다.
마른 나뭇잎을 모아 잠자리를 만들고, 짐 속의 마른 식량을 확인했다.
건빵 같은 것과 말린 고기 몇 조각, 물이 든 가죽 주머니 두 개.
일주일치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양이었다.
'그다음은... 사냥이라도 해야 하나.'
칼도 제대로 못 쥐어본 열 살짜리 몸으로, 그게 가능할까.
팔뚝을 내려다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젓가락보다 조금 두꺼운 이 팔로 뭘 할 수 있을지, 상상이 잘 안 갔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웃음이 나왔다.
'김미란일 때도 이것보다 더 막막했는데, 뭐.'
혼자 두 아이 키우면서 매달 카드값 걱정하던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최소한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는 마이너스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았지만, 지금은 적어도 손끝에서 불이 나온다.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스펙 업그레이드지.'
불빛 옆에 웅크리고 앉아, 나는 조금씩 눈을 감았다.
오늘 하루가 너무 길었다.
몸도 마음도 하루 동안 십 년은 늙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잠이 막 들려는 순간, 밖에서 무언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심장이 순식간에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다.
작은 짐승의 발소리는 아니었다.
훨씬 무겁고, 규칙적인 발소리였다.
쿵, 쿵, 쿵.
땅을 밟을 때마다 오두막 바닥까지 미세하게 울리는 느낌이었다.
'이거, 아까 그 울음소리 주인인가.'
나는 숨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릎이 후들거렸지만, 그래도 몸을 움직였다.
오두막 틈으로 밖을 살펴보았다.
달빛 아래, 나무들 사이에서 무언가 커다란 형체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크기가... 사람 몇 명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컸다.
나무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가지들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저게 뭐야, 진짜.'
그리고... 두 개의 눈이,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나며 오두막 쪽을 향해 있었다.
나는 숨을 멈췄다.
손끝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애써 다잡았던 마음이 순식간에 다시 흔들렸다.
'저게... 나를 보고 있는 건가.'
붉은 두 눈이, 마치 오두막 벽 너머의 나를 정확히 꿰뚫어보는 것처럼, 흔들림 없이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었다.